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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 철도와 여순로 도로와 함께 여수를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고 있는 남파랑길은 신산마을을 지나 여수 공항을 지난다. 길은 취적리에서 신풍리로 넘어간다. 여수 공항을 지나면 율촌면에서 소라면 대풍리 농로를 걷게 된다. 농로로 덕양역을 지나면 쌍봉천 둑방길을 통해서 옛 덕양역과 덕양 시장을 거쳐 소라 초등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신산마을에서 잠시 보이는 바다 풍경 속에 동쪽으로 바로 앞으로는 율촌 제2산업단지로 연결되는 도로가 보이고 멀리로는 광양의 이순신 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율촌 제2산업단지는 2010년에 매립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민간 사업자가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는 등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공사 중인 율촌 제2산업단지로 연결되는 신산 2교 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아직 매립이 끝나지 않은 산업단지의 외곽 방조제와 여수 공항의 외곽 방조제를 보며 저곳에 저런 게 있구나 하며 길을 이어간다. 멀리 동쪽으로 보이는 이순신대교가 광양 걷기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렇지만 매립지 주위는 늘 삭막한 분위기가 풍긴다. 사람의 손이 경제적 논리로 만든 인공물은 잘하면 좋은 조경물이나, 그냥 두거나 정성을 쏟지 않으면 삭막할 수밖에 없다.ㅠㅠ

 

해안선을 따라 마을길을 걷다 보면 여수공항의 담벼락을 보며 취적리에서 신풍리로 넘어간다. 높은 둑이 없는 해안길은 마른 갈대와 함께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길은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진 덕산마을을 지난다. 멀리 여수공항의 관제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덕산마을을 지난 굴다리로 전라선 철로를 가로질러 마을을 빠져나간다. 지금은 없어진 신풍역이 있던 곳이다.

 

마을을 빠져나온 남파랑길은 여순로 도로를 따라서 여수 공항으로 향한다. 52코스 절반이 지났다.

 

길은 공항 쪽으로 들어가 공항 주차장 바깥에 있는 공항 외곽 도로로  길을 이어간다. 마땅한 휴식처를 만나지 못했던 우리는 여수 공항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도 다녀오고 편안하게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인도 공항에서는 티켓이 있어야 공항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비행기를 탑승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공항에 출입할 수 있으니 참 좋았다. 최고급 환경에서 시원한 음료수도 사 먹고 시원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게다가 사람도 많지 않은 공항이니 부담도 없었다.  

 

여수 공항을 지나온 길은 율촌면에서 소라면 대포리로 넘어간다. 멀리 우측으로는 엄청난 높이의 다리들과 긴 터널로 이어지는 17번 국도 엑스포대로도 보인다. 여수시 돌산읍에서 시작하여 순천시 해룡면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전라선 철도를 통해 지나는 특별한 화차를 보니 석유화학 공업이 주축인 이 지역의 산업을 생각하게 된다.

 

소라면 대포리로 넘어온 남파랑길은 대포리의 농로를 따라서 전라선 철도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간다.

 

현재 남파랑길이 지나고 있는 소라간척지는 여수에서 가장 넓은 농경지로 지금은 본격적인 모내기를 시작하고 있지 않지만 실제 눈으로 보아도, 지도로 보아도 엄청난 넓이의 농경지가 펼쳐진 곳이다. 소라 간척지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 대포리와 남쪽의 관기리에 드넓은 소라 간척지가 조성되어 있다. 대포리 간척지 너머 멀리로는 여수 국가 산업단지의 석유화학 업체들의 공장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봄기운이 조금씩 올라오는 들판길을 조용히 걸어가는 느낌 또한 나쁘지 않다. 

 

여수 공항을 이륙한 항공기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제주를 향해 날아간다. 코로나로 멈추었던 해외 걷기 여행은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다. 피곤해도 긴장감과 설렘이 함께했던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잠복기인 듯하다.

 

길은 남해촌길을 지나가는데 남해촌은 일제강점기 당시 소라간척지 조성에 인력이 부족해지자 남해에서 사람들을 데려왔는데 이들이 정착한 마을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곳 마을 쉼터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어느 집 정원에 활짝 꽃을 피운 나무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모과나무의 꽃이다. 참외 크기의 향기로운 열매는 보았지만 모과나무의 꽃이 이렇게 화려한 것은 처음이었다. 긴치마 입은 봄처녀의 자태 같다.

 

덕양역으로 향하는가 싶던 길은 소라천을 건너기 위해 농로로 길을 돌아간다.

 

소라천을 건너기 위해 농로를 돌아가는 길 종점까지 2.2Km가 남았다. 길 앞으로 덕양역의 플랫폼도 보이기 시작한다.

 

소라천을 건넌 남파랑길은 덕양역 외곽의 길을 따라 걷다가 역 남쪽 끝자락에 있는 굴다리로 역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굴다리를 빠져나오면 소라 육교와 덕양 교차로 방면으로 걷다가 좌회전하여 쌍봉천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17번 국도와 여순로가 만나는 덕양 교차로 앞에서 좌회전하여 소라교 다리 아래를 통과하면 쌍봉천을 따라 걷게 된다.

 

쌍봉천을 따라 걷는 길, 노란 유채꽃, 푸릇푸릇 연한 앞을 내고 있는 나무들,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담아 거울처럼 빛나는 하천, 오후의 태양을 가린 산 그림자까지 낮은 산 사이의 계곡이 주는 포근함이 더해지니 참 좋다.

 

하천변을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 보이는 덕양교가 우리의 여정이 끝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옛 덕양역에 도착하니 전라선 폐선을 활용한 깔끔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시작된다. 옛 덕양역 부지는 양지 바름 공원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걷기 여행을 하다가 공공 자전거를 만날 때면 얼마간 이걸 타고 걷기를 대신할 수 없을까? 하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 경로에 대한 정보도 사용방법에 대한 확신도 없으니 늘 유혹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쉽지만 걷기 여행의 일부 구간에서 공공자전거를 쉽게 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수시의 공공 자전거 이름은 여수랑이라고 한다.

 

폐쇄된 옛 덕양역을 빠져나와 개천을 건너 좌회전하면 덕양시장에 닿는다. 개천을 건너는데 시장통이라 그런지 개천의 오염이 심각해 보였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는 늘 이러한 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민초들의 삶은 마천루의 화려함과는 다른 열악한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길은 덕양시장을 관통하여 덕양로 큰길로 나간다. 덕양장은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장으로 시장에는 옆지기가 좋아하는 곱창 거리가 있었다. 53코스를 조금 더 걸어야 하는 것 때문인지 옆지기는 곱창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고 길을 나선다.

 

덕양로 도로로 나온 길은 소라 초등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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