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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에서 여수까지 남쪽으로 내려가는 남파랑길 51코스는 신성마을로 들어서며 순천시를 잠시 거쳐서 간다. 신성마을에 있는 충무사와 순천왜성을 지나면 용전천을 따라 율촌 산업 단지 외곽을 돌아 여수시 율촌면으로 들어가면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신성마을 초입에는 충무사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의 나라를 위해 헌신을 다한 이순신 장군, 정운 장군, 송희립 장군을 기리기 위해서 조선 숙종 당시 인근 주민들이 세운 사당이라고 한다. 광복 직전 일본인들이 불태웠었다고 하니 그들의 만행은 끝이 없다. 소실 후에는 순천 향교 유림들이 다시 지었다고 한다.

 

포근한 느낌의 마을 앞길을 지나간다.

 

마을 앞에 아담한 체육 시설과 쉼터가 있었는데, 벤치에 앉아 벚꽃과 주위 풍경을 보며 잠시 쉬어간다. 하얀 꽃을 피운 벚꽃 때문일까? 하천 바로 건너편이 제철소라는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휴식을 취하며 앉아 있는데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신성마을을 떠나는데 신성포라는 버스 정류장이 지나니 공단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으로 배가 들어온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다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던 분들은 이제 농업과 공장 근로자로 직업이 바뀌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상전벽해의 모습이다.

 

길은 순천 왜성으로 이어진다. 정유재란 당시 조명연합군과 왜군 사이에 격전이 벌어졌던 현장이다. 순천 왜성 전투는 왜교성 전투라고도 부른다. 조명 연합군만 5만이 넘고, 왜군이 1만이 넘었으니 정말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격전이 벌어졌던 왜성 주위는 파릇파릇 봄기운이 가득할 뿐 그날의 치열함은 흔적도 없다. 육군도 수군도 명나라 군대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희생자가 많았던 것을 돌아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강대국에 기대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남파랑길은 순천 왜성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같은 길로 내려와서 입구에서 길이 갈라지는 방식이다.

 

왜성에 도착하면 우리나라의 성곽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보이는 성곽이 우리를 맞는다. 당시에는 내성과 외성이 있었고 성안에 1만 3천 명이 넘는 병력이 주둔했다고 하니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현재의 성곽은 내성 부분에 해당한다.

 

3만이 넘는 육군 병력으로 공격했으나 왜성에 대한 경험도 없고 왜군의 조총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조명 연합군은 육지에서는 지리멸렬했고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만이 장도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강이나 바다로 배가 접근할 수 있는 구릉지대나 야산에 왜성을 설치했으니 성에 오르면 주위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다. 

 

동쪽으로는  바로 앞에는 율촌 산업 단지가 바다 건너로는 광양이 보인다. 봉화산 아래 광양 황금 산업단지이다. 남쪽으로는 율촌 산업 단지가 펼쳐지는데 산업단지 끝자락으로 이순신 장군이 장도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던 율촌 장도 공원도 보인다. 장도 섬은 지금은 육지가 되어 공원으로 바뀌었다.

 

남쪽에서 서쪽으로 둘러보아도 온통 산업단지뿐이다.

 

왜성으로 오는 길에 지나왔던 신성마을과 마을 건너편의 현대제철소를 보는 것으로 순천왜성에서의 경관 둘러보기를 끝내고 성을 내려간다.

 

순천 왜성을 내려가는 길에서 바라본 내성의 흔적들은 1만 3천 명이 넘는 군사가 주둔했던 곳이라는 점이 상상이 가질 않는다. 게다가 엄청나게 높은 성곽도 아닌데 조명연합군이 맥을 못 춘 상황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열정대신 허세 가득한 명나라 군대와 퇴각하는 과정에서 독 안에 든 쥐처럼 생존을 위해 싸우는 왜군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겠다 싶기는 하다.

 

순천 왜성을 나온 길은 신성리 마을길을 통해 신성교를 통해 하천 건너편 율촌 산업단지로 넘어간다. 

 

신성교를 건너서 산업단지로 들어가는 길,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은 산업단지를 섬처럼 휘감아 나가는 바닷물이다. 현대제철 순천 공장 앞에서 우회전하여 도로변 길을 걷는다.

 

산업단지를 걸을 때면 늘 삭막함에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이 사회를 움직이는 기반이니, 기업들이 환경에 더 마음을 두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4월 초의 땡볕 아래에서 산업단지의 삭막함을 풀어주는 존재를 만났다. 제주 여행에서 처음 만났던 먼나무다. 가로수로 심어진 먼나무의 빨간 열매가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바꾸어준다.

 

산업단지 북쪽 끝자락의 도로를 따라 걷던 남파랑길은 율촌 교차로에서 전남 테크노파크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용전천 하천변 둑방길을 걷는다.

 

용전천 둑방길을 걷지만 하천은 민물 하천이 아니라 바닷물이 들어오는 갯벌의 모습이다. 갯벌에서는 오리 한가족이 나름의 공간을 누비고 있다. 새끼를 동반한 오리 가족은 보기만 해도 좋다.

 

용전천 둑방길을 걷던 남파랑길은 율촌 3교 다리로 용전천을 건너 호두마을로 들어선다. 호두마을은 마을 뒷산이 여우 머리 같다고 붙은 이름이다. 먹는 호두나무 열매가 아니라 여우 호(狐), 머리 두(頭)의 호두마을이다.

 

길은 호두마을 골목길을 가로질러 이어간다.

 

호두마을을 빠져나가면서 만난 작은 도서관도 특이했지만 1층에 있는 "9988 쉼터"라고 이름 붙은 무더위 쉼터 앞에서 미소 지으며 길을 이어간다. 나이 들면 누구나 꿈꾸는 9988234!

 

용전천 상류의 모습은 갯벌이 아니다. 호두교로 용전천을 건너서 율촌로 도로를 따라 율촌면 읍내로 향한다.

 

율촌로 도로를 따라 율촌면 읍내로 향하는 길, 당두마을 정류장은 순천시의 마지막 버스 정류장이고 이후로는 여수시로 넘어간다.

 

광양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순천시를 잠시 들렀던 남파랑길 51코스는 여수시 율촌면 읍내에 들어서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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