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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양시장을 거쳐 소라 초등학교 앞으로 나왔던 남파랑길은 쌍봉천으로 다시 나가서 옛 전라선 폐선에 조성된 산책길을 걷는다. 길은 대단위 시가지가 있는 여천동 시내를 지나는데 시내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길을 이어간다. 길은 계속 전라선 폐선을 따라 이어지며 옛 여천역과 역 부지에 조성한 선원 뜨레 공원을 지나고 쌍봉사거리 인근 대로를 건너 학동 공원에 닿는다.

 

소라 초등학교 앞을 출발하면 골목길을 통해서 다시 쌍봉천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골목길을 나오면 쌍봉천을 가로지르는 높다란 덕양교가 보이는데 텃밭들 사이를 지나 덕양교 방향으로 이동한다. 

 

쌍봉천변으로 나오면 옛 철길이 있던 자리에 자전거길과 보행로가 깔끔하게 마련된 산책로가 코스 내내 이어진다. 여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자전거도 좋고 걷기도 좋고 옛 철길에 조성된 이 길을 꼭 다녀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산책로 초입에는 아왜나무가 마치 성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봄을 맞아 새잎을 내고 있는 아왜나무. 제주나 남부지방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중부지방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생경스러운 나무이다. 나무산호수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제주도 방언인 아왜낭은 산과 호수를 뜻하는데 아왜나무라는 이름이 이것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예전에는 기차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달렸을 공간에 이제는 넉넉한 가로수와 함께 사람과 자전거가 달린다. 예전에는 단선의 철로가 있던 자리는 복선 전철화 과정 속에 시민들의 쉼터로 바뀌었지만 새로운 철도도 그리 멀리 가지 않고 옛 철길 근처에서 함께 남쪽으로 내려간다.

 

깔끔한 산책로는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는 것도 매력이고 도로와 교차하는 지점에서는 예전에는 건널목으로 기차가 오면 차단기가 내려왔지만 지금은 인근에서 자동차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주의 안내를 하는 장소가 되었다. 이 또한 훌륭했다.

 

2차선 자전거 도로에 폭신한 보행로, 그리고 완연한 봄색깔로 옷 입은 나무들까지 최고의 산책로를 걸어간다. 

 

어느덧 저 앞으로 여천동 시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51코스, 52코스에 53코스 일부까지 걸은 오늘의 긴 여정이 끝나간다.

 

여천동 시내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여정을 이어간다. 저렴한 숙소 후보들이 많아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저녁 식사도 어찌하다 보니 돼지국밥을 먹게 되었는데 이 식당에서도 순대가 서비스로 나왔다. 율촌 읍내에서 국밥에 순대 서비스를 이미 경험한 터라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남도의 음식 문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어제 걸었던 산책로로 돌아와 53코스 나머지 걷기를 이어간다.

 

철로변에서 외로이 꽃을 피웠을 동백은 이제 이곳을 지나는 많은 이들의 굄을 발을 것이다. 때로는 가로수 하나 심기 어려운 공간에서 단선으로 달렸을 기차가 되어 길을 지나 보기도 한다. 선원동의 협산(135m) 자락을 돌아 동쪽으로 향하는 구간이다.

 

협산 자락을 도는 과정에서 아파트 단지를 보며 좌측으로 이동하면 길 옆에 세워진 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옛 철길 공원 갤러리가 이어진다.

 

동쪽으로 아침의 태양을 마주하며 이런저런 작품들에 눈길을 건네며 걷는 고품격 산책로이다.

 

옛 여천역에 마련된 화장실도 다녀오고 동네마다 독특하게 꾸며놓은 공원도 만나고 산책길은 길게 이어지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선원 뜨레 공원이다.

 

길은 쌍봉사거리 인근에서 옛 철교 자리의 육교로 시청로 대로를 건넌다. 여수시청은 남쪽 방향으로 내려가면 여수로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다.

 

육교를 지나니 산책로에서 그동안은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만 보다가 특별하게도 학교 가는 한 그룹의 학생들을 만났다. 인근에 쌍봉 초등학교가 있는데 아마도 산책로를 통해서 쌍봉사거리로 내려가 학교까지 걸어가는 모양이다. 좋은 산책길을 친구들과 함께 걸어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이 주어지면 좋겠다 싶다.

 

벚꽃이 화려한 길은 이제 좌측에는 비봉산을 자락의 작은 산들을 두고 우측으로는 학동과 신기동 시내를 보면서 계속 동쪽으로 이동한다.

 

봄노래를 부르는 가로수들이 아름다운 산책길도 좋지만 작은 산들로 둘러싸여 분지 형태를 보이는 학동, 신기동, 시전동, 학용동 시가지를 보면서 걷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여수의 유명 관광지만 보다가 남파랑길을 걸으니 여수의 속살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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