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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여정에서 삼천포 터미널까지 우리를 데려다준 택시 기사분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내려오라 했는데, 날씨가 조금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명절이 되면 부모님 댁을 찾아가듯 조금 시간 여유가 있다 싶으니 남파랑길을 다시 찾았다. 오늘 여정은 남파랑길 35코스를 오롯이 모두 걷지 않고 각산 정상 까지는 오르지만 이후의 능선 걷기를 생략하고 사천 케이블카를 타고 바로 내려와 36코스 걷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천포까지의 교통편이 애매해서 금요일 저녁 사천 터미널을 경유해서 삼천포 터미널까지 미리 내려와 다음날의 여정을 준비했다. 삼천포에서 사천 터미널까지 다녀간 지난 여행의 경험 덕택에 헤매지 않고 "선착순" 좌석을 잘 타고 삼천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터미널 인근 윈무인텔이란 곳에 짐을 풀었는데 주인은 예약한 것보다 레벨이 높은 방을 배정해 주었다. 문제는 저녁을 해결하는 것이었는데 대도시와 달리 터미널 인근임에도 저녁 9시를 바라보는 시간에 문을 열고 있는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대형 마트 인근에서 밥집을 발견했는데 마침 파장 분위기였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조금은 툴툴거리셨지만 된장찌개 두 개를 시켰음에도 우리가 받아본 밥상은 웬만한 정식이상이었다. 주인아주머니의 쌀쌀함만 빼면 훌륭한 저녁이었다. 가족끼리 식사하고 문 닫으려는 식당에 식사되냐고 물으며 밀고 들어갔으니 마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다음날 아침, 삼천포 터미널에서 35코스의 시작점인 삼천포 대교 사거리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으므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카카오 택시를 부르기는 했지만, 삼천포 시내라  그런지 빈차로 이동하는 택시가 많아서 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기사님은 최단 코스로 우리를 대방사 입구, 35코스 시작점에 데려다주었다. 각오는 했지만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뒤로는 삼천포 대교를 두고 앞으로는 각산을 향해서 대방사 방향으로 길을 오른다.

 

산불 위험도 관심, 주의, 경계, 심각 중에 봄인 만큼 지금은 "경계" 상태라고 한다. 해가 드는 곳은 따스하고, 응달에 있으면 쌀쌀한 기온이다.

 

커다란 석조 반가사유상과 18개의 석불이 있는 대방사를 지나서 각산산성과 봉화대를 향해서 오르막길을 이어간다. 4백 미터가 넘는 각산 정상까지 오르막길은 멈추지 않는다.

 

사찰 경내가 끝나면 포장도로도 자연스럽게 끝나고 숲길이 이어진다.

 

아무리 영하에 가까운 차가운 아침 기운이라도 오르막 숲길을 오르는 가운데 이마로 흐르는 땀을 피할 길은 없다. 아름다운 대나무 숲에 감탄하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중간에 산너머 실안 마을로 가는 실안, 대방 갈림길을 만나는데 남파랑길은 각산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각산으로 오르는 길이 험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마음에 염두에 두고 있었던 까닭일까? 쉬지 않고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경사가 급할수록 거리는 짧아지는 법이니 각산 정상에 오르는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각산산성에 도착했다. 산 능선 너머 동쪽으로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숲 사이로 맞이하는 기분도 새로운 맛이다.

 

3백 미터를 넘는 곳에 위치한 각산산성인 만큼 동쪽으로는 삼천포 화력 발전소도 보이도 서쪽으로는 하동 화력 발전소도 보인다. 아무래도 기다란 굴뚝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 때문에 쉽게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백제 무왕 당시 축조한 것으로 전해지는 각산산성은 대부분이 무너진 것을 복원한 것이라 한다. 오랜 세월 성을 지킨 것은 사람이 없는 사이 뿌리내린 나무들 뿐이다.

 

각산산성을 뒤로하고 길을 이어가니 사천 케이블카 아래를 지나가야 한다. 2018년에 운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움직이는 케이블카의 케빈을 사진에 담았을 텐데 아직 운행 전이라 하늘에 대롱대롱 멈추어 서있는 케빈을 찍는다. 지금은 봄이라 주말에 9시부터 운행하지만 우리가 방문할 당시만 해도 10시부터 운행이었고, 전날까지만 해도 수리 중이라 과연 케이블카를 탈 수 있을까 하는 기대반, 걱정반으로 길을 가야만 했다. 산 아래로 보이는 삼천포 시내의 모습과 삼천포 대교, 그리고 창선도의 모습에 감탄 연발이다.

 

각산산성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각산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남파랑길 35코스의 핵심 포인트다.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정말 일품이었다.

 

동쪽으로는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에 더불어 사량도, 삼천포 화력 발전소, 신수도, 추도, 씨앗섬 등이 보이지만 먼 곳에 있는 섬들은 미세먼지 때문인지, 아직 걷히지 않은 해무 때문인지 희미하게 그저 안내판에 도움을 받아 추측할 뿐이다.

 

바로 앞으로 삼천포 대교를 통해 이어지는 초양도, 늑도, 창선도로 이어지는 길은 잠시후면 나의 발로 지나갈 길이라 생각하니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서쪽 바로 앞으로는 신도, 마도, 저도가 나란히 서있고 멀리 남해도와 남해 대교, 남해 대교 뒤로 하동 화력 발전소의 모습도 보인다.

 

서쪽으로는 멀리 남해대교도 보이지만 조금 더 우측으로 시야를 돌리면 사천시 서포면과 용현면을 연결하면 7km가 넘는 사천대교도 그 존재를 뽐내고 있다.

 

케이블카 개장 시간이 한 시간가량 남아 있고, 오늘 운행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남파랑길 35 코스 나머지를 그냥 걸을까? 원래 계획대로 케이블카를 탈까를 고민하다가 일단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오늘 운행하지 않으면 원래의 코스로 다시 올라오는 상황이었지만 모험을 감행했다. 전화로는 오늘 운행하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데크 계단길을 통해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내려오니 다행히 직원들이 분주하게 개장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얼마 후에는 기계 소리가 들리며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듯했고, 아래 승강장에서 직원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해 오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그런데, 한 직원이 달려오더니 편도로 티켓을 끊으면 초양도까지 가지 못하고 대방 정류장에서 바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산을 내려가는 것이라면 돈도 아까우니 그냥 산책길로 내려가시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직원의 말도 맞고 우리는 초양도 까지는 케이블카로 가지 못하고 걸어서 삼천포 대교를 건너야 하지만 그냥 대방 정류장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첫 손님 1번, 2번이었다. 사천 케이블카의 정책이라니 할 수가 없었다.

 

덜컹하며 케이블카가 산 능선을 넘자 환상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삼천포 시내의 전경을 눈부신 아침 햇살 더불어 한눈에 가득 담는다.

 

계획을 세울 당시만 해도 바다를 건너 초양도까지 갈 것으로 기대했는데, 대방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니 많이 아쉽기는 했다.

 

대방 정류장에서 내리는데 이곳은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느라 줄이 상당했다. 아침 시간이라 붉은 노을을 보지는 못했지만 각산 전망대에서의 환상적인 풍경으로 위안을 삼고  남파랑길 35코스를 끝내고 삼천포 대교에서 36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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