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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케이블카를 타면서 가볍게 남파랑길 35코스를 끝낸 다음에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까지 섬과 섬 사이로 이어지는 다리를 통과하는 남파랑길 36코스를 시작한다. 창선도로 진입하면 우측 해안 산책길을 돌아 단항 마을에 이른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사천 케이블카를 타면 바다를 건너 초양도까지 갈 것이라 상상했지만 현실은 편도 티켓은 대방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전화위복이랄까! 덕분에 남파랑길 36코스 시작점에서 제대로 길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회전하여 삼천포대교로 오르는 길, 전방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표지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삼천포대교부터 단항교까지 5개의 다리로 섬과 섬을 이어주는 구간이 바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곳이다. 이곳을 두 발로 걸으면서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삼천포 대교로 진입하는 길, 바로 옆으로는 대방 정류장에서 초양도로 연결되는 사천 케이블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방에서 초양도까지 케이블카로 이동하지 못한 아쉬움은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 사라진 지 오래다. 거센 조류의 흐름을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케이블카 뒤로 보이는 초양도, 신도, 마도, 저도와 함께하니 조금은 서늘한 바람도 맞을만하다.

 

각산 정상에서 보았던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다리들의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걸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5개 다리의 디자인과 공법이 다른 것도 매력이다. 삼천포대교가 대방과 초양도를 바로 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니고 육지와 초양도 사이에 있는 모개도라는 작은 섬까지가 삼천포 대교이고 모개도와 초양도 사이는 빨간 초양 대교로 다시 연결된다. 밤이면 무지개 조명을 비추고 있어 무지개다리라는 별칭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삼천포 대교는 3차선 도로인데 중앙선이 따로 없고 가변차로로 운영하고 있었다. 누군가 가변차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차로에 들어서면 반대편 차량과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5년에는 트럭 두대가 정면 충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신호 체계에 이상이라도 발생하는 날에는 운전자는 신호에 따라 움직였더라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다리 위를 쌩쌩 달리는 거대한 덤프트럭을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어느덧 길은 초양도로 들어선다. 초양도에는 케이블카 정류장과 함께 초양 휴게소와 아쿠아리움도 있다.

 

아쿠아리움과 초양 휴게소를 연결하는 인도교 아래를 지나 초양도로 진입한다. 인근 섬들을 포함한 바다는 한려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초양도와 늑도도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삼천포 해변에서 만났던 삼천포의 화려한 길 안내 표지를 이곳에서도 만났다. 이름하여 실안노을길은 남파랑길 35, 36코스와 함께하는데 우리가 35코스의 후반부를 생략했으니 길 이름의 핵심인 실안 마을도 들르지 못했다.

 

초양도와 늑도를 연결하는 늑도대교 초입에서 바라보는 초양 마을과 바다 건너 늑도 마을의 풍경은 평화롭기만 하다. 늑도는 섬의 모양이 말의 머리와 목에 씌우는 굴레와 비슷하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 사람이 거주하던 곳으로 각종 유물이 출토되며 상당한 지역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늑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늑도 마을의 풍경은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높지 않은 언덕에 자리한 주택들까지 따스한 풍경이다. 다리가 생긴 2003년 이전까지만 해도 오지 중에 오지였을 텐데 그때를 생각하면 주민들의 생활도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시내버스로 시내도 나가고 대형 마트와 시장도 갈 수 있으니......

 

늑도대교를 건너다가 뒤돌아 보니 섬들 사이의 바다는 한창 조업 중인 배들이 조업에 한창이고 초양도는 대관람차가 들어서는 모양이다.

 

평화롭고 따스한 늑도 풍경을 보니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도로변 갓길을 따라 늑도를 지나 창선대교로 향한다.

 

창선대교를 지나면서 사천시 늑도동을 지나 남해군 창선면으로 진입한다. 남파랑길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 산책길로 빠진다.

 

창선대교를 지나며 만나는 풍경은 동쪽으로는 눈부신 아침 햇살을 마주하고 서쪽으로는 늑도와 신도, 그 뒤로 마도를 만난다. 늑도 바로 옆에 있는 신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섬이지만 민가가 상당수 보인다. 지금은 폐교되었지만 삼천포 초등학교 분교도 있었다. 섬의 모양이 조개 모양이라고 신도라 불렸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니 사천 땅에서는 보지 못했던 36코스 안내판이 등장했다. 검문소 옆을 길을 따라서 해안 산책길로 들어선다.

 

해안 산책길은 창선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단항교 방향으로 이어지고 남파랑길은 반대편 숲길로 길을 잡는다.

 

해안 산책길에서 이른 매화가 이제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남해군에서는 남파랑길과 남해바래길 표식을 함께 보면 걷게 되는데 색상은 남파랑길과 다를 게 없고 리본의 색상도 남파랑길과 동일하므로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계속 남해바래길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해안 산책길을 걷다가 옆지기의 시장기 경보에 이른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마땅한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도 없고 해서 콘크리트길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준비해 온 김밥을 먹었는데, 이곳이 사람이 없는 곳이 아니었다. 산책하는 동네분, 걷기 여행자까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뻘쭘한 상황이었지만 하는 수 없었다.

 

길은 해안선이 보이는 언덕을 지나 펜션촌을 관통하여 1024번 지방도 서부로 도로로 나간다.

 

삼천포 대교와 창선대교, 단항교를 지나면 도로는 창선도의 서쪽을 도는 서부로 1024번 지방도와 동쪽을 도는 3번 국도 동부대로 나뉘는데 결국 이 두 개의 도로는 남해도로 건너가는 창선교에서 만나게 된다. 서부로 갓길을 따라 단항 마을로 향한다.

 

단항 마을로 가는 길에서 만난 로즈마리 꽃. 수년간 로즈마리를 키워 왔지만 꽃을 본 적이 없는데 남해와 와서 로즈마리의 꽃을 만난다. 지중해가 원산지라서 그런지 따뜻한 남해에서 로즈마리 꽃을 본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꽃을 피우지도 못하는 환경에서 수년간 살아가는 로즈마리의 대단한 생명력에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갓길이 넓지는 않지만 다니는 차가 많지 않아 걷기에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따스한 분위기의 단항 마을 풍경과 잔잔한 남해 바다를 감상하며 길을 이어간다.

 

단항 마을의 가로수는 후박나무가 심어져 있다.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왕후박나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항 마을에는 수령이 5백 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왕후박나무가 살고 있다.

 

단항 마을에 있었던 북창선 초등학교는 폐교되고 지금은 공방과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풍경과 환경을 가지고 있어도 아이들이 없으면 초등학교가 폐교될 수밖에 없다. 전국 농촌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구 감소와 학교 폐교라는 악순환의 바람은 이곳도 어김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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