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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 고개에서 화장실을 찾다가 타게 된 케이블카로 노자산(557m)을 오르는 수고를 덜고 예상치 못한 풍경을 누리며 노자산에서 가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동쪽의 해안선을 보며 남쪽을 향해 걷는 거제 최고의 절경이 이어진다.

 

남파랑길 22코스를 끝내고,  23코스의 시작점에서 우리가 급하게 찾는 것은 화장실이었다. 코스 종점이나 시작점에서는 화장실이 하나쯤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산에서 내려왔는데 학동 고개에는 그저 고개만 있을 뿐이었다. 케이블카 정류장이라면 당연히 화장실이 있겠지만 보기에는 바로옆이지만 입구까지 가려면 고개를 내려가서 빙글 돌아서 다시 오르막 길을 올라야 했다. 그렇지만, 볼일이 급한 옆지기를 위해 다음 일정에 대한 고민을 잠시 미루고 화장실을 찾아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 승차장을 향해 이동한다.

 

케이블카 승차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건물 바깥 주차장에 비데까지 있는 최고급 화장실이 있었다. 옆지기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에 여유롭게 주위 풍경을 감상한다. 정면으로는 노자산 정상부에 있는 케이블카 정류장을 비롯한 바위들이 어떤 풍경을 선사할까? 하는 궁금증을 낳게 한다. 산 아래로는 동부면 면사무소로 향하는 거제 중앙로도 보인다.

 

지도 앱을 열고 과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남파랑길 경로를 이어서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지만 확신이 없다. 다시 돌아서 학동 고개를 가서 오르막을 오르자니 이곳까지 온 시간이 아깝기도 하다. 휴일을 맞아 이곳을 찾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편도(12,000원) 티켓을 끊고 일단 노자산 정상으로 가기로 했다. 길이 없으면 지도 앱을 보고 길을 만들며 이동하겠다는 호기스러운 마음이었다.

 

사람이 많았지만 의외로 우리는 금방 캐빈에 탈 수 있었다. 희한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털 캐빈 줄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45대의 캐빈 중에 10대가 크리스털 캐빈이니 우리 부부만 오붓하게 실은 일반 캐빈은 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둘만의 오붓한 절경 감상을 시작한다. 노자산 정상(565m)으로 가려면 윤슬 정류장에서 내려 능선을 따라 걸어가야 한다.

 

정상부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벼늘 바위도 이목을 끈다.

 

"Fall in 거제 자연 속으로"라는 문구처럼 거제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의 절경을 마음껏 누린다. 찰나와 같은 짧은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시퍼런 학동 앞바다의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케이블카를 출발했던 사계 정류장은 저 아래로 까마득해 보인다. 1.56km의 길이로 그리 길지 않은 케이블카이기는 하지만 풍경만큼은 훌륭한 곳이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지역답다.

 

쾌청한 날씨 가운데 바위 위 전망대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도 풍경의 일부가 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옥상으로 올라가면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전망 못지않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 위에 세워진 건물의 아찔한 꼭대기에서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새가 되어 날듯이 감상한다.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도 감탄이 쏟아지는 절경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우측으로 1.6Km를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노자산 정상(565m) 전망대에도 사람들이 탁 트인 전망을 즐기고 있다.

 

엄청난 절경을 감상하며 기분이 한껏 들뜬 것은 좋은데 문제는 이곳에서 남파랑길을 이어서 걸어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안내 센터도 없고, 안내판도 없고 지도앱도 정답을 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승강장에 있던 한 청년에게 물으니 좌측으로 가면 등산로 안내표지가 있다고 한다. 한줄기 희망을 품고 일단 좌측의 윤슬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도 있는 윤슬 전망대에 도착하니 가라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표시된 안내판이 나왔다. 남파랑길과 합류할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

 

전망대 하단에 마늘 바위 가는 길 화살표를 따라서 등산로에 진입한다. 길이 없으면 무작정 길을 만들어서 가야 하는가?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숲길을 가다 보니 얼마가지 않아 학동 고개에서 올라온 등산로와 만난다. 남파랑길 리본이 얼마나 반가운지, 저구 삼거리와 가라산 표식을 향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마늘 바위 앞을 지나는 길, 바위 앞에는 별 모양의 데크 의자와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시를 걸어 놓았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려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학동 고개에서 올라오는 오르막을 지나친 까닭일까 산 능선을 걷는 우리의 발걸음이 가볍다.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한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에 비할바가 아니다.

 

국립공원에서 세워놓은 우리 조상들의 나무 이름 짓기 안내판이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때죽나무, 국수나무, 화살나무, 층층나무, 쥐똥나무, 밭배나무, 배롱나무 등 직관적인 이름 짓기라는 느낌과 함께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공감을 하며 길을 이어간다.

 

뫼바위 삼거리에서 전망대를 들렀다 간다. 이곳 또한 전망 맛집이었다.

 

매가 앉아 있었을지, 까마귀가 앉아 있었을지, 새똥이 묻은 뫼바위 안내판 너머로 아름다운 학동 해안과 산 능선의 그림을 만난다.

 

뫼바위에서 바라본 학동 고개 쪽의 풍경이다. 멀리 노자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도 보인다.

 

학동 마을과 앞바다의 모습 탁 트인 시야, 새들이 땅을 바라보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다. 멀리 외도와 내도도 풍경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뫼바위에서 남쪽으로 가라산까지 이어지는 산능선 풍경도 위엄 있게 다가온다.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다.

 

우측으로는 육지에서 길게 바다로 나가서 해금강을 만든 갈곶리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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