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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22코스와 23코스를 이어 걸으며 하루 종일 등산로를 걸었던 여정은 가라산을 내려오며 다대산성을 거쳐 저구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남파랑길 23코스는 가라산 정상을 지나며 거제시 동부면에서 남부면으로 넘어간다. 지역 전체가 한려 해상 국립공원인 지역이다. 이곳은 남해안의 중요 봉화 시작점으로 고성의 미륵산 봉화와 연락했다는 기록과 거제 계룡산 봉화와 연락했다는 기록이 있다. 왜적의 침입을 알리는 핵심 지점이었던 것이다.

 

노자산에서 뫼바위를 거쳐 가라산으로 오면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 이후라서 그럴까? 가라산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가슴을 뛰게 할 정도의 그림은 아니다.

 

봉수대를 지나 저구 삼거리를 향해서 내리막길을 걸어간다. 어려운 산행이 끝나간다는 기쁨이 발걸음에 묻어나는 듯하다.

 

내려가는 길에 탑동 마을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있지만 계속 저구 삼거리 표지판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지만 헉헉거리며 땀과 함께 이어가는 오르막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발걸음이 가볍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서쪽, 길 우측으로는 나무 사이로 석양빛을 머금은 탑동 마을이 보이기도 한다.

 

다대 산성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절벽 바위 위에서 주위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조망점이 있는 별다른 벤치는 없지만 바위 위에 철퍼덕 주저앉아 아름다운 거제의 바다를 여유 있게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동쪽으로는 다대항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서쪽 석양을 받으며 탑동 마을 너머도 장사도가 보이는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 바위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간다.

 

조망 바위를 떠나 한참을 내려가고 있는 한 부부가 "첫 손님"이네요 하면서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간다. 남파랑길을 걸으며 오늘 하루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을 처음 보았단다. 그래서 "첫 손님"인 것이다. 능선 좌측으로는 다대 저수지도 보이고 우측으로는 다대항을 보면서 내려간다.

 

경사 급한 내리막길, 옆지기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지만 아직 하늘에 해가 떠 있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저구 삼거리를 향한다.

 

고도가 3백 미터까지 내려온 상황 내리막길 걷기는 마냥 좋다.

 

드문드문 초록잎을 가진 나무들도 있고 줄기가 굵은 건강한 나무들을  보니 나무의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해 지는 듯하다.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 숲 속 오솔길을 걸어간다.

 

길은 신라 시대의 석축 산성으로 추정하고 있는 다대 산성을 지난다.

 

다대 산성을 지나 저구 삼거리로 향하는 길, 덩굴 식물에 암바를 당하듯 넘어져 있는 나무를 보니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생사를 보는듯하여 씁쓸하다.

 

다대산성의 다른 면은 성벽의 모양도 없고 그저 돌무더기로 변했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서 그렇지 성벽을 건축할 당시 성 안쪽은 이렇게 숲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대 산성을 벗어나 다시 숲길을 내려간다.

 

어느덧 해발 고도는 2백 미터 아래로 내려왔다. 종점이 멀지 않았다

 

드디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길고 길었던 산행이 끝나고 이제 저구항 인근에 있는 숙소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일만 남았다.

 

산에서 내려온 남파랑길은 저구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저구항으로 향한다.

 

저구 사거리에서 바라보는 저구 마을의 풍경은 고요함 그 자체다. 

 

돼지 그림을 그려 놓은 저구 마을 벽화. 저구라는 말 자체는 멧돼지 입이라는 의미로 바다의 만 형태를 보면 진짜 멧돼지 입처럼 생겼다.

 

매물도로 가는 여객선이 출발하는 저구항에서 23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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