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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 해변에 도착하여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망치 마을의 펜션촌을 떠나  북병산로 도로를 따라서 망치고개에 이르러 본격적인 임도 걷기를 시작한다. 북병산 자락의 임도를 걸어 학동 고개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어제저녁 하룻밤 좋은 휴식을 취했던 보물섬 펜션을 나서니 동쪽 윤돌도와 구조라 수정산 위로 아침해가 눈부시게 떠오르고 있다. 오늘은 북병산 자락의 임도를 비롯하여 이어서 걷는 23코스에서는 거친 산행이 이어지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이 되는 하루가 될 것이다. 그 여정에 힘을 보태는 듯 따스한 태양을 등지고 길을 시작한다.

 

망치 마을의 펜션촌 골목을 빠져나가 오르막길을 시작한다. 오늘은 초반부터 오르막길이다. 좌측으로는 암벽 등반가들이 좋아하는 거제 애바위라는 60미터 높이의 암벽이 존재를 뽐내고 있다. 70도에서 110도에 이르는 경사임에도 초급 또는 증급 코스라고 하니 암벽 타기는 맛보기 전에는 전혀 모를 세계이기는 하다.

 

헉헉거리며 오르막을 걷다가 잠시 숨을 돌리며 뒤를 돌아보면 따스한 햇살로 서늘했던 아침을 깨우고 있는 태양이 찬란하다. 은빛으로 빛나는 바다 위로 앞으로는 윤돌도와 구조라의 수정산이 멀리는 내도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다.

 

전망 좋은 마을 꼭대기 윗자락에도 펜션과 새로운 전원주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지나 오르막을 계속 이어간다.

 

오르막을 힘들어하는 옆지기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등 뒤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을 여유 있게 감상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런데 등산로의 오르막과 오르막 임도는 대하는 느낌이 다르기는 한 모양이다. 옷을 하나둘 벗으며 꾸준한 걸음을 이어간다.

 

드디어 북병산로 도로에 진입한다. 망치 고개까지 오르막은 계속 이어지지만 다음 단계에 진입했다는 기쁨이 있다. 인도가 없는 도로변을 걷는 위험성이 있지만 차가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도로변을 걷다 보면 망치 고개에 설치되어 있는 시비 동산도 지난다. 거제 출신의 유치환, 김기호, 송준오, 원신상 시인의 시와 거제의 아름을 표현한 시들을 자연석에 새겨 놓은 시비들을 쉼터와 함께 세워 놓은 곳이다.

 

시비 동산의 여러 시 중에서 남운 원신상님의 "거제 사람들"을 옮겨본다. 거제와 거제 사람을 잘 표현하고 있는 한 편의 시다.

우린 태어나서 바다를 보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

바다를 읽고 바다를 닮았었다
큰 가슴 하늘과 마주한 그 푸름
격동의 거센 몸부림 고요로운 눈부심
얼리고 빠지는 영원의 질서
거기 바다인의 생명을 밝히고
술수를 모르는 어진 사람들
우직한 팔다리는 바다를 깨트리는 진노를 배우고
부정과 불의는 삶을 격하여
파도로 쓸어버린 통쾌한 기풍을 배웠나니

이~ 어질고 신의로운 큰 가슴의
눈물 없이 천년을 참는 바닷가 후예들이
어지러운 오늘을 어질게 살아 숨 쉬고 있다

벚나무가 꽃을 피울 무렵이면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될 것 같은 아름다운 길이지만 걷기족에게는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거제의 몽돌 캐릭터들이 북병산 등산로 입구에서 북병산에 대한 소개와 등산로를 안내하고 있지만 남파랑길은 등산로로 가지 않고 고개를 조금 넘어가 임도 입구로 향한다. 휴일을 맞아서 젊은 남녀 청년들이 입구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북병산 등산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청년 시절부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훌륭한 자연을 아끼고 즐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임도로 진입하여 등산로 걷기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린다.

 

평탄한 임도를 걷지만 이미 고도는 2백 미터가 넘는 곳이기 때문에 산 능선을 보면서 걷는 것이 조망만으로는 지리산 능선 걷기를 하는 느낌이다.

 

해를 볼 수 있는 구간에서는 눈부신 햇살에 들풀도 반짝이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지만 산능선에 해가 가려지면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할 정도로 서늘해지는 것은 산 아래자락 임도를 걷는 특성이니 어쩔 수가 없다.

 

중간에 또 다른 임도와 합류하여 오르막 임도를 이어간다.

 

굽이굽이 계곡을 돌아가면 길은 여전히 산아래 임도를 걷지만 때로는 햇살 가득한 길을 걷기도 한다.

 

북병산 등산로와 남파랑길이 걸어가고 있는 임도는 양화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양화 삼거리에서 잠시 만나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길은 갈라져서 남파랑길은 임도를 이어서 걷는다.

 

등산로와 만나는  양화 삼거리를 지나면 또 다른 임도와 합류하여 오르막을 오르게 된다.

 

간벌하여 깔끔하게 정돈된 숲을 보니 내 마음의 책상도 차분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이어지는 임도 오르막이 지루해질 무렵 임도는 능선 위로 올라서며 인근의 봉우리들과 눈높이가 같아진다.

 

남파랑길은 임도를 계속 따라가지 않고 기상 관측 시설 인근에서 숲길로 빠져 학동 고개로 내려가는 등산로와 합류한다.

 

산능선을 비추는 햇살이 반가운 내리막길을 기분 좋게 내려간다. 22코스 후반부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임도를 걸으며 무사히 여정도 마무리하고 시간 여유도 확보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 까닭일 것이다.

 

임도 걷기 내내 숲만 보며 걸었는데 이제는 나무숲 사이로 바다도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 정취와 햇살이 가득한 숲길 걷기에 내리막길이라니 기분은 더욱 상쾌해진다.

 

학동 고개로 내려가는 길, 계곡 건너편으로 남파랑길 23코스로 걸어야 할 노자산 자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급격한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때로는 나무를 잡으며 내려가는데 장갑도 벗고 맨손으로 줄기를 쓰다듬으며 길을 내려간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반들반들한 줄기의 감촉을 느끼며 나들과 악수하는 기분이다. 내가 만졌다고 기분이 상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산 아래로 도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케이블카 승차장을 지난다. 이곳에서 케이블카 승차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경로가 있었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잠시 쉬어 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와 연계해서 걸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케이블카를 타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노자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 아래 학동 고개에서 22코스를 마무리한다. 고개를 넘어서 해변으로 내려가면 그 유명한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저 케이블카를 탈지는 몰랐다. 해결해야 할 것은 옆지기의 급한 볼일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만약 고개에 화장실이 있었다면 케이블카도 타지 않았을 텐데 화장실을 찾으러 케이블카 승차장으로 갔다가 새로운 경로로 23코스를 시작하고 말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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