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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산 자락의 숲 속 산책로를 걷는 남파랑길 20코스는 옥화 마을로 내려와 아름다운 해안길을 걸어 거제 어촌 민속 전시관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나무 사이로 바다 건너 육지가 보이는 것을 보니 기미산 둘레길도 끝을 향해서 가는 모양이다.
옥화 마을로 넘어가는 해안 거님길은 가파른 언덕길을 통과해서 해안으로 내려간다. 주의 표지판도 안전시설들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티가 난다.
가파른 언덕길 구간은 안전시설이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았다. 이런 길을 지날 때 느끼는 긴장감도 산길 걷기의 재미일 것이다.
바위 언덕길을 넘으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내리막길에서는 곳곳에 동백이 자리 잡은 숲도 통과한다. 수줍게 꽃을 피운 동백에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다.
환상적인 숲 터널을 통과하면 멀리 이 숲길의 끝을 알리는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정자를 지나 산을 내려오면 바다 위를 걷는 데크 산책로가 마을까지 이어진다. 완공된 지 이제 2년이 되는 따끈따끈한 산책로다. 정자는 산악회에서 단체로 왔는지 한 무리의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이곳까지 와서 사람들에 치일 수는 없으니 걸음을 서두른다.
데크길에 바라보는 풍경은 일품이다. 잔잔한 은빛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정오의 태양도 좋고 지세포 안쪽의 공업단지 하나 없는 널찍한 해안 풍경도 좋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바다를 감상하며 깔끔한 데크 산책로를 이어간다.
작은 어선도 모터를 달고 다니는 시대에 중년의 부부가 노를 젓는 나룻배를 타고 조업에 한창이다. 아주머니는 미역을 다듬고 있는 모습이고, 아저씨는 미리 던져 놓은 통발을 건지시는 모양이다. 두 분 사이에 보이지 않는 팀워크가 보이는 듯하다.
데크길 끝자락에는 엄청난 동백 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데크 산책로를 벗어나면 옥림길 해안 도로를 따라서 마을길을 걷는다. 옥화 마을은 문어 집산지로 유명해서 문어 마을 이라고도 불린다. 포구 앞에는 문어랑이라는 식당에서 문어 라면과 문어 밥도 팔고 있었는데 망설이다가 지나친 것이 너무 아까웠다.
벽화 마을로 유명한 옥화 마을에 진입하니 독특한 벽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선소에서 실직한 도장공들이 그린 벽화라고 하니 더욱 마음에 깊이 다가온다.
옥림리 맷돌 순두부 쌈밥이라는 맛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싶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식당은 화요일이 휴무였다. 점심 식사를 건너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인근 횟집에서 회덮밥으로 어렵게 점심을 해결했다. 자연산 회가 올라간 비싼 회덮밥을 어디에서 다시 먹을까 싶다.
길은 몽돌 해변으로 이어지는데 해안길에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길을 조금 돌아서 몽돌 해변으로 진입한다.
상촌 마을을 돌아서 몽돌 해변으로 나가는 길에서는 멀리 옥포로 연결되는 거대한 옥림교도 보인다. 옥림교를 지나 일운 터널을 통과하면 14번 국도는 옥포 조선소 앞으로 이어진다.
반대편 기미산 언덕 위에는 기미산 둘레길에서 그렇게 자주 만났던 표지판인 거제 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1989년에 세워진 사립 대학교다.
커다란 몽돌 위를 자박자박 걸어간다. 몽돌 해변 끝에는 해안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의 시작 지점도 보인다.
몽돌 해변에서 바라보는 지세포만의 풍경은 깨끗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손바닥만 한 몽돌을 보니 옆지기는 돌에 대한 물욕을 보이기 시작한다. 누름돌로 딱이라는데 인근에는 돌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경고판도 서있다. 특히, 한려 해상 국립공원 지역은 몽돌반출 시 경중에 따라 20~6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고 차량이나 장비를 동원하는 경우에는 형사고발한다고 한다.
바위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데크길 전면에는 소노캄 거제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대명 리조트였던 곳이 브랜드를 변경한 것이란다.
데크길 옆으로 이어지던 바위 해변은 이내 소나무 숲으로 바뀌었다.
생기 넘치는 솔숲과 함께 하던 데크길은 멀리 해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중간 쉼터에 이른다.
지세포 방파제가 걸리기는 하지만 이곳도 일출을 감상하기에 충분한 장소다. 수평선 위로 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한 조형물 앞에서 시끌벅적한 단체 여행객들이 인증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해안 데크길은 화려한 리조트 외곽을 돌아서 간다. 리조트 앞에는 요트 선착장도 있고 여름이면 괴성으로 가득 찰 거대한 물놀이장도 있다.
해안 거님길 안내판이 등장했다. 기미산 둘레길 윤개 공원에서 처음 만났던 길이었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 살짝 웃음이 나오는 길 이름이다.
굴곡진 해안을 돌아가는 데크길 아래 바다에는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투망을 휙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데크길을 지나면 지세포 수변 공원이다.
지세포 수변 공원 끝자락에는 낚시하는 분들이 한쪽으로 몰려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독특한 풍경이 있었다. 웬만하면 사람 간에 거리를 두고 낚시를 할 텐데 물고기들이 저곳에 몰려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이해 못 할 풍경이다. 수변 공원에서 다리를 통해 소동천을 건너간다.
소동천을 건너면 거제 씨월드, 거제 조선 테마 파크, 거제 어촌 민속 전시관이 몰려 있는 곳이다. 대형 크레인도 거북선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세포 뜬 방파제를 앞에 두고 있는 민속 전시관에서 20코스를 마무리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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