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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산 자락의 장승포 해안 도로를 걸어 내려온 남파랑길은 장승포항을 돌아 기미산 둘레길을 오른다. 예전에는 숲 속 산책로를 걷다가 거제 대학교 캠퍼스를 통과했지만 지금은 기미산 둘레길을 온전히 걸어서 옥화 마을 해변으로 나간다. 

 

지심도 여객선 터미널을 지나 장승포항을 돌아서 가는 길에는 수변 공원 한쪽으로 깔끔한 컨테이너로 만든 장승포차가 있었다. 매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한다고 한다. 조금 더 걸으니 외도, 해금강을 다녀올 수 있는 유람선 터미널도 지난다.

 

돛단배를 본뜬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는 거제 문화 예술회관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독특한 것은 예술 회관의 별관에 호텔이나 체육 시설등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숙박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는 예술 공연장은 처음이었다.

 

유람선 터미널을 지나면 길은 구 여객선 터미널을 돌아서 장승포항 서쪽 방파제 쪽으로 이동한다. 거가대교가 생기기 이전에는 부산으로 가는 배가 다녔던 여객선 터미널은 방치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2024년에는 흥남 철수 기념 공원으로 재탄생한다고 한다. 한국 전쟁 당시 흥남 철수로 배를 승선했던 사람들 중에 1만 4천여 명이 장승포에서 배를 내린 것을 기리는 공원이다. 거제도가 배출한 두 명의 대통령 중의 한 명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모가 바로 흥남 철수 작전으로 거제도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구 여객선 터미널을 지나면 해안선을 따라 계속 방파제 끝으로 이동한다. 북적거리는 항구를 떠나 방파제 쪽으로 이동할수록 길은 깔끔해지고 조용한 산책길이 이어진다.

 

남파랑길은 방파제를 지나 윤개 공원으로 향한다. 언덕 위에 있어 전망이 좋은 곳이다. 예전에 군 초소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해안 산책로 끝에서 데크 계단을 통해서 가파른 바위 절벽을 오른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아름다운 해안 절벽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데크 계단에 오르니 하얀 등대 빨간 등대가 방파제 좌우에서 장승포항을 지키고 있는 장승포만 입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데크 계단 위에서 바라보는 해안 절벽 풍경도 일품이다.

 

예전에는 군초소가 있었다는 윤개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전망 좋은 곳에 지금은 체육 시설과 쉼터가 들어섰다. 일출 명소라고 한다. 해안 거님길 2구간이라는 안내가 있다.

 

능포부터 남파랑길 20코스와 함께하던 양지암 등대길은 숲길을 걷다가 갈라져서 거제 대학교를 거쳐서 대우아파트에서 여정을 마친다. 예전의 남파랑길 20코스가 양지암 등대길 안내판 경로대로 이동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안 숲길을 따라 옥화 마을까지 가는 해안 거님길 2구간과 함께 한다. 안내판 바로 옆에는 청소기처럼 생긴 흙먼지 털이기가 설치되어 있다. 보통은 컴프레서를 설치하고 에어건으로 먼지를 털어내는 방식인데 나름 독특했다.

 

윤개 공원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걸으니 장승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임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려는데 강아지 두 마리가 반갑다고 꼬리 치며 달려든다. 집에서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용기(우리 집 개이름)의 어릴 적 모습과 닮아 더욱 반갑다.

 

기미산 자락을 헉헉대며 올라가는데 두 마리 강아지 중에서 한 마리가 끝까지 우리를 졸졸 쫓아온다. 한 마리는 집에 가라고 했더니 바로 돌아갔는데 다른 한 마리는 고집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타일러도 소용없고 협박도 소용이 없다.

 

거제 대학교 방면으로 계속 이동하는 숲길에서 발을 구르며 집에 가라고 하면 잠시 멈칫하다가도 이내 졸졸졸 뒤를 따라온다.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며 귀여운 동행자가 있으니 숲길 걷기가 심심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느 집 강아지인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멀리까지 집을 떠나와도 되는가? 하는 염려와 함께 한편으로는 이 강아지 영역에 우리가 들어와서 강아지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파르고 좁은 바위길을 지나는 구간도 통과하며 길을 이어간다. 염려와 온갖 상상을 유발했던 강아지는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지나간 이후로는 더 이상 우리를 쫓아오지 않았다.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가 그 사람들을 쫓아간 모양이다.

 

계속 이어지는 숲길에서 가끔은 동쪽 바다로 활짝 열린 시야를 만나기도 한다.

 

중간중간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표지판보다는  빨간색 남파랑길 표식과 노란 남파랑길 리본을 찾아서 그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맞다. 오르락내리락 숲길이 이어진다.

 

깔끔하게 정비된 숲 속 산책로는 어느덧 바다를 바로 옆으로 두는 높이까지 내려왔다.

 

전망 데크가 설치된 곳에서 잠시 신발을 벗고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전망 데크가 있는 곳에서 남파랑길과 양지암 등대길은 서로 다른 길을 간다. 양지암 등대길은 표지판대로 거제대학교로 향하고 남파랑길은 표지판이 가리키지 않는 해안 거님길로 길을 이어간다.

 

오전의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숲길은 환상 그 자체다. 정말 좋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지나며 거제도의 땅이 좋은 까닭일까? 나무들이 유난히 건강해 보인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국립 산림 과학원에서 발행한 연구 자료를 보면 거제도의 산림은 전국에서 산림 건강성 지수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고 있다.

 

건강한 숲을 걸으면 왠지 더 활력이 더 많이 느껴지는 것은 그냥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거제 대학교로 가는 또 다른 갈림길에서 우리는 새로운 남파랑길을 따라 이동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숲길을 걷다 보니 어제저녁 20코스의 앞자락인 능포 봉수대와 양지암 조각 공원을 미리 걸어 두기를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숲길은 걷기에는 좋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체력 소모가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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