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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포를 한 바퀴 돌아서 가는 남파랑길 20코스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산 능선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양지암 조각 공원을 지나면 망산(216m) 아랫자락을 따라 조성된 장승포 해안 도로변 산책로를 걸어서 장승포항에 도착한다.

 

양지암 조각 공원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바위 절벽. 저런 바위 절벽이 능포 해안 끝으로 튀어나온 것이 양지암이고 양지암 위에 등대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조각 공원에 설치된 작품들을 감상하며 길을 이어간다.

 

조민길 작가의 2005년 작품 "비상 - 꿈". 단순하면서 하늘을 향해 도약하려는 역동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능포 봉수대에서 이곳은 바라보면 색 바랜 잔디 때문에 넓은 공동묘지처럼 보이기도 했다. 와서 보니 훌륭한 작품들이 전시된 조각 공원이었다. 천천히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다. 철사로 소를 형상화한 작품을 보면서 소에서 소의 핏줄만을 남기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의 모세 혈관을 한 줄로 줄 세우면 지구를 두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길이라고 하니 생명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저 엄청난 길이의 핏줄에 혈액을 순환시키는 심장의 존재도 신기할 따름이다. 

 

홍상식 작가의 2006년 작품, "휴식". 휴양 도시 거제를 새싹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능포항과 자연을 배경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이창수 작가의 2006년 작품 "자연 속에서 소리". 사람의 손 위에 있는 사각형 속에 볼락과 앵무새를 표현하여 미래의 거제를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섬세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런저런 작품도 보고 해안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공원 끝자락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 근처에 자리한 양지암 장미 공원은 지금은 겨울이라 황량해 보이지만 봄이면 튤립과 장미로 그 화려함을 자랑할 듯하다.

 

오후 5시가 넘어가는 시각, 오늘의 목표 거리를 걸었으니 공원 입구에서 장승포 시내로 내려가 하룻밤 쉬어가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돼지 두루치기와 김치찌개로 넉넉하게 먹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밥집이었는데 맛은 나름 먹을만했다. 숙소는 저렴한 가격에 예약한 H호텔이었고 따뜻하게 편안한 휴식을 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양지암 조각 공원 입구로 이동하여 길을 이어간다. 능포 해안을 뒤로하고 망산 자락의 장승포 해안 도로를 걷는다. 완만한 해안 도로를 가볍게 시작한다.

 

표지판처럼 양지암 조각 공원 입구로는 양지암 장미 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해안 도로 건너편 언덕으로는 태극기가 그려진 바람개비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살랑살랑 움직인다.

 

상쾌한 아침 기운이 가득한 해안 도로 산책길은 정동향으로 눈부신 아침 태양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쪽으로 바라보면 능포 끝자락과 넓은 남해 바다 너머 가덕도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다.

 

낚시하는 분들이 많은지 갯바위에 큰 고래등이라는 이름도 붙어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바위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고 바위를 소재로 이야기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누군가 그럴듯하게 만든 이야기는 구전을 통해 대를 이어가고 때로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사람이란......

 

망산을 돌아가는 길, 장승포 동으로 진입하며 자연스럽게 시야는 장승포만으로 향한다. 멀리 동백으로 유명한 지심도도 보인다.

 

한 사람의 기증으로 시작된 장승포 벚꽃길은 20년의 세월 속에 벚나무들은 아름드리나무가 되었고 봄이면 정말 환상적인 세상을 만들겠구나 하는 상상이 되었다. 나무 심기와 나무 가꾸기는 그 무엇보다 장려되어야 할 일이다.

 

장승포만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해안 절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장승포 해안 도로를 내려가면 마을길을 거쳐서 장승포항으로 이동한다. 장승포항에서는 지심도 여객선도 외도 유람선도 있음을 표지판이 강조해 준다. 나들이객들에 최적화된 표지판이다.

 

동쪽으로 바라보는 눈부신 아침 태양은 언제 보아도 좋다. 잘 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사진을 찍어 보려는 행동은 어리석음일까? 은빛 물결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장승포만 입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멀리 지심도도 보이고 장승포항을 지나면 우리가 거쳐가야 할 바다 건너편 기미산(202m)도 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 아래 해안은 바위 절벽이고 임도가 아닌 등산로를 과연 우리가 과연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찔함이 다가온다.

  

장승포 항구로 내려왔다. 항구를 돌아가는 길에서는 항구 너머 독특한 모양의 거제 문화 예술 회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른 아침 장승포 수산물 유통 센터는 삶의 활력이 넘친다. 거가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부산으로 가는 여객선도 있었고 해운 물류도 활발한 곳이었으나 이제는 유람선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조용한 장승포항을 돌아간다. 이곳은 많은 역사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구한말 국제 개항장이 되면서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기도 했으며 한국 전쟁 때는 흥남 철수로 배를 승선했던 사람들 중에 1만 4천여 명이 장승포에서 배를 내렸다고 한다.

 

장승포항 중앙에 있는 지심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잠시 쉬었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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