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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구 장천동에서 시작한 남파랑길 8코스는 계속 산허리를 감싸고도는 임도를 통해서 풍호동과 자은동, 석동을 지나 천자봉 해오름길의 시작점인 안민 도로에 도착한다.

 

쾌청한 하늘과 붉은 단풍은 아름다운 단풍 감상의 필요충분조건일까? 붉은 단풍을 보느라 걷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진해하면 벚꽃만 떠올렸었는데 이제는 진해 드림 로드의 단풍도 기억에 남을 듯하다. 사실 진해 군항제는 거리도 멀고, 인파가 무서워 가볼 엄두도 내지 못했으니 실제적인 기억은 단풍이 유일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시야 앞으로 막히는 것이 없으니 이제는 진해만 바다와 진해 시내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좌측은 8코스를 시작했던 장천동 방면의 모습이다. 진해만 입구에 정박해 있는 큰 배들도 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는 진해만 안쪽의 모습으로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진해를 계획도시로 만들면서 공원화했다는 제황산이 정면으로 보이고 있다.

 

빽빽한 편백숲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내 것이 아님에도 누구에게나 풍성한 여유와 쉼을 제공하는 숲은 늘 우리 사회가 가지는 자산임을 되새기게 된다.

 

이곳 표지판에서 처음 만난 "욕먹는 여행"이란 문구가 재미있었다. 한자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슨 소리야! 하면서 한소리 할만한 문구다. "편백숲 욕(浴) 먹는 여행"이 전체 문구였다. 목욕할 욕(浴) 자를 사용한 것인데 편백 나무 산림욕 가득 먹는 힐링 여행이란다. 창원시에서 운영하는 생태 관광 프로그램이었다. 중간중간에 있는 에코 힐링 센터는 이 프로그램과 연관된 것이다.

 

한 가지 나무가 전체를 뒤덮어 버린 단조로운 숲이 아니라 여전히 녹음을 가진 나무부터 황색, 붉은색으로 단풍을 입은 나무에 매끈하게 하얀 줄기를 가진 나무, 키 작은 나무, 키 큰 나무까지 그야말로 총천연색을 가진 환상적인 숲길을 걷는다.

 

산책로에는  "편백숲 욕(浴)먹는 여행"에서 세워 놓은 여러 문구들이 있었다. 숲길을 걸으며 나름 깊은 생각, 좋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구들이다. 여러 개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와닿은 문구들의 그림처럼 "지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이란 질문과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그대처럼"이었다. 물론 옆지기와 같이 걸으니 답이 정해져 있을 수도 있겠다.

 

8코스 시작점에 있던 등산로 안내도는 천자봉, 시루봉이 목표점이었는데 어느덧 이곳은 시루봉, 웅산으로 바뀌었다. 

 

왠지 미소가 지어지는 해병 훈련 체험 테마 쉼터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해병대에서 설치한 시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덕산동 주민들이 조성한 것이었다. 우리나라 해병대는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49년 4월 15일 덕산 비행장에서 창설되었는데 덕산 비행장이 바로 지금도 덕산동이 품고 있는 진해 해군 기지 내의 군용 비행장을 말한다. 

 

조금 전 해병대 마스코트를 만났는데 여기는 해군 마스코트가 있고 그 뒤로는 시루봉 안내문이 세워져 있는 해군 쉼터다. 무슨 연관 관계가 있을까 해서 찾아보니 해군 신병 교육 과정에서 시루봉 행군을 한다고 한다. 

 

빨간 열매가 매혹적인 매자 나무과에 속하는 남천 나무를 만났다. 줄기가 대나무를 닮았다고 남천죽으로도 불리는 나무다.

 

편백숲을 만나면 언제나 신비로움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일본 구마노고도에서 만났던 삭막한 삼나무 숲과는 비슷하면서도 딴판이다. 일반인은 편백 나무, 측백나무, 삼나무를 줄기로는 거의 구분을 할 수 없고 잎이나 열매를 보아야 겨우 할 수 있다는데 아마도 나무와 함께 주변 환경이 다른 데서 오는 느낌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벚꽃 조형물 전망 데크를 만난 잠시 진해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한숨 쉬어 간다. 자은동 부근까지 이동한 지점이라 이제는 장천동 방면은 보이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조형물을 보고 바로 벚꽃이라 인식하는 모양인데 필자는 한참을 포도 조형물인 줄 알았다는...... 진해의 상징인 벚꽃을 포도로 보았다니......

 

산 정상 쪽을 바라보며 저것이 시루봉일까? 가늠해 본다.

 

청룡사 에코 힐링 센터를 지나면 자은동에서 청룡사로 올라가는 도로를 가로질러 이어간다.

 

진해구에서 조성한 시와 함께하는 편백숲쉼터는 숲으로 들어가야 시를 읽을 수 있으니 아쉽고, 해오름길 샘터물은 식용 불가라는 문서가 붙어 있어 아쉽다. 물론 이곳에 살거나 여유 있게 걷는다면 모두 누릴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창원 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시와 함께하는 편백숲쉼터에 이어지는 황톳길과 건강 지압길도 시간 여유만 있다면 마음껏 누리기에 너무나 좋은 공간이었지만 갈길이 먼 걷기족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주위로 온통 편백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 신발을 벗고 잠시 지압길을 걷는 것도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될 텐데,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신발을 벗기가 쉽지 않다. 

 

편백숲 사이로 조성된 황톳길도 맨발로 천천히 걸으며 산림욕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으련만 우리 둘은 이곳 주민들이 참 좋겠다 하며 부러움의 말만 되뇔 뿐이었다.

 

지압길도 걷지 못하고 황톳길도 걷지 못했지만 벤치에 앉아서 편백숲의 정취를 느끼며 준비해온 김밥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점심을 해결한 다음에는 계속 길을 이어간다. 출발 이후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청룡사 갈림길 부근부터는 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다 보니 산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장천동 방면의 주거 단지도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곳에는 무궁화도 심어져 있었다.

 

이제는 석동 윗 자락길을 걷게 된다. 석동은 우리나라 일반도로 터널 중에 가장 긴 6Km가 넘는 진해터널이 연결되는 곳이다. 웅산 아래를 관통하는 진해 터널을 통과하면 남해 고속도로 진해 IC와 바로 연결된다.

 

따스한 오후 시간이 되어서 그런지 산책하는 분들이 오전보다는 조금 많아졌다.

 

석동에서 바라보니 진해만 동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은행나무가 아니지만 노란 단풍이 풍성하고 조금 더 가니 푸른 대나무가 눈을 시원케 한다.

 

산 아래로는 국도 우회 도로가 한창 건설 중이었다. 임시 개통한 진해 터널과 이어지고 반대편으로는 남파랑길 9코스가 걷는 양곡동까지 연결된다. 진해 시내를 관통하는 2번 국도의 정체를 해소하려는 방안인 모양이다.

 

노란 단풍도 색감이 좋고 짙은 빨강의 단풍을 만나면 와! 하며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춘다. 걷기 속도를 느리게 만들지만, 눈이 즐거운 길이다.

 

진해남중학교로 내려가는 지점에서는 해병대가 탄생한 덕산 비행장도 시야에 들어온다.

 

드디어 천자봉 해오름길의 시점에 도착했다. 에코 힐링 센터를 지나 출입구를 지나면 창원시 성산구로 넘어가는 안민 고개에서 내려오는 안민 도로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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