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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다음에 창원중앙역으로 가는 기차표를 검색하니 첫 기차부터 매진이었다. 여행을 미룰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 방벙, 저 방법을 연구하다 보니 하룻밤 먼저 동대구로 내려가면 다음날 새벽 동대구에서 창원 중앙역까지 가는 무궁화호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그러면, KTX로 직접 창원중앙역으로 가는 것보다 조금 빠르게 갈 수도 있었다. 동대구의 주요 지역은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녀 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옆지기와 단둘이서 오붓하게 데이트하는 기회였다.

 

동대구에서 하룻밤 쉬고 무궁화로 기차로 창원중앙역에 도착하여 시내버스를 타고 남파랑길 8코스 시작점이 있는 상리 마을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본격적으로 산길 걷기를 시작한다. 진해 천자봉, 시루봉 등산로를 따라가지만 거친 등산로로 진입하지는 않고, 계속 넓은 임도를 따라서 걷는다.

 

KTX로 동대구역에 내리자마자 우리가 향한 곳은 서문 시장이었다. 간단한 검색으로는 야시장도 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시내버스를 내려 찾아간 시장의 모습은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혹시 잘못 찾은 것은 아니가 싶어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보았지만 우리처럼 야시장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을 뿐 야시장은 찾을 수 없었다. 시장은 오후 6시나 7시면 문을 모두 닫는다고 한다. 야시장은 화요일만 휴무라고 하니 우리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ㅠㅠ

 

서문 시장을 둘러볼 기대는 접었고 다음 후보인 옆지기가 좋아하는 곱창을 먹으로 안지랑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대구 도시 철도 3호선을 타보는 경험도 했다. 모노레일로 다니는 경전철로 무인운전을 한다. 1호선으로 환승하여 안지랑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 대구 앞산을 내려오면서 안지랑에 들른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때는 곱창 볶음을 포장해서 지나갔을 뿐인데 이번에는 옆지기와 곱창을 제대로 먹어볼 요량이다.

 

전철에서 리뷰도 살펴보며 선택한 "영생 곱창"에서 곱창 한 바가지를 시켜서 먹었는데 우리의 용량으로는 한 바가지도 충분했다. 옆지기가 왜 가게 이름이 영생 곱창이냐고 물으니 가게 주인장 어머님이 교회 권사라고 하신다. 무엇보다 옆지기가 잘 먹었다고 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동대구에서의 반짝 데이트는 안지랑에서 마무리하고 동대구역 인근 숙소에서 내일을 준비하러 이동한다.

 

다음날 새벽 동대구역에서 창원 중앙역으로 무궁화호 첫차(06:40)를 타고 이동한다. 무궁화호가 1시간 20분, KTX가 1시간 걸리니 20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기차에서 내리니 오늘 코스 전체가 산길을 걷는 여정이라서 그런지 역 뒤로 펼쳐진 정병산(566m) 자락이 눈에 밟힌다. 그렇지만, 남파랑길은 여기까지는 오지 않는다. 경남도청과 창원시청이 있는 창원 시내는 북쪽으로는 정병산, 남쪽으로는 불모산, 장복산 등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데 남파랑길 8코스가 시작되는 진해로 가려면 남쪽의 거대한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고 남파랑길은 남쪽의 장복산 아래 자락을 걷기 때문이다.

 

창원중앙역에서 8코스 시작점으로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창원 대학교 입구에서 출발하는 757번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창원 대학교 캠퍼스를 관통해서 걷기로 했다. 역 바로 앞에 있는 출입구를 통해서 캠퍼스로 진입한다.

 

캠퍼스에 들어오니 대학생은 아니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이 설렌다. 휴일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캠퍼스를 옆지기와 함께 마음껏 누린다. 쾌청한 하늘 아래 노란 은행잎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가을가을한다.

 

붉게 물든 단풍잎에 옆지기도 나도 와!하는 탄성을 지른다. 명산에서 만나는 단풍 못지않다.

 

캠퍼스 내부로 수로가 있었는데 수로 주위로 피어나는 물안개와 눈부신 아침 햇살로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창원대학교 입구에 있는 분식집에서 만둣국과 날치알비빔밥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757번 시내버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니 어느새 상리 마을에 도착한다. 기사분이 부지런히 밟으신 까닭일까 40여 분 만에 도착했다.

 

상리 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바라본 진해만의 모습이 아련하다. 지난번에는 구름이 많아서 어두운 바다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산길을 걸으니 이래저래 진해만 바다의 풍경은 원경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6코스, 7코스와 함께 했던 진해 바다 70리 길은 해안을 따라 속천항까지 가지만 여기서부터는 임도로 이어지는 진해 드림 로드 중에서 천자봉 해오름길과 장복 하늘 마루길과 함께한다. 진해 드림 로드를 걸으면 아쉽게도 진해만 바다도 진해 시내도 만날 일이 없다.

 

횡단보도로 2번 국도 진해대로를 건너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부터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깔끔하게 포장된 길이니만큼 부담은 적은 편이다. 상리 마을에서 국도로 조금 더 올라가면 대발령 쉼터, 만남의 광장이란 곳이 있는데 진해 드림 로드의 기점인 곳이다. 천자봉 해오름길, 시루봉 누리길, 백일아침고요산길이 모두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한다. 걷기 하시는 분들도 자전거 타시는 분들도 만남의 광장에서 많이들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이곳에서 임도를 직진하면 천자봉을 거쳐 시루봉까지 가는 시루봉 누리길로 가는 것이고 남파랑길은 좌회전하여 천자봉 해오름길과 함께 한다.

 

깔끔하게 정비된 임도였지만 초반에는 얼마간 계속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옷을 하나씩 벗게 하는 오르막이다.

 

오르막을 얼마나 올랐을까? 능선에 오르니 천자봉 안내판이 있었지만, 이곳은 해발 5백 미터가 넘는 천자봉은 아니다. 남파랑길은 2백에서 3백 미터 사이의 능선을 계속 걷는다. 능선에 오르니 나무들 사이로 산아래 풍경이 보이기는 하지만 가물가물하다. 진해 드림 로드의 장점은 무엇보다 화장실이 아니었나 싶다. 산책로 곳곳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등산로 진입 전에 화장실이 급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대발령이 진해 드림 로드의 기점이고 우리는 해병 훈련 체험 테마 쉼터 방면으로 이동한다. 사실 천자봉은 해병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다. 신병 훈련 끝무렵에 실시하는 천자봉 행군 때문인데, 새로운 세계에서의 도전을 마무리하는 귀중한 경험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1985년 이후 해병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포항에서 천자봉 행군을 했을 것이다. 진해 천자봉과 비슷한 포항 운제산의 대왕암을 천자봉으로 명명하고 행군을 실시한 것이다. 천자봉에 올라 기념사진 하나 찍고 내려가면 훈련병으로서의 고비는 모두 끝나는 것이었다. 아련한 기억이다.

 

일단 능선길에 올라서면 산 허리로 이어지는 임도를 통해서 부담 없는 걷기를 할 수 있다. 발걸음도 가볍고 공기도 좋고 숲 내음도 좋고 시야는 가을로 충만한 오감이 만족하는 참 좋은 걷기 길이다. 

 

안민도로까지 9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다. 지금은 터널이 생겨서 차가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창원시 성산구와 진해구를 이어주는 주요 도로였던 지점으로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될 장소이다. 우리는 안민 도로를 지나서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얼마간 걸으니 산 아래로 진해 시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진해는 우리에게는 벚꽃이 필 무렵, 진해 군항제로 유명한 곳이지만 일제가 만든 한국 최초의 계획도시이다. 지난 여행 때 택시 기사분이 열변을 토하며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읍내에 조선인은 아예 거주할 수 없었고 외곽 지역에서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낙엽이 뿌리기 시작하는 산책로를 오르락내리락 걸어간다. 차량이 들어올 수 없는 구간이지만 마치 차량이 지나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전거 타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라이더가 많으므로 가끔씩은 주위를 둘러보아야 한다.

 

길을 지나면서 멀리서 볼 때는 웬 벌통이 길 위에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길이 가까워질수록 헛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돌의자를 두고 벌통이라고 상상을 했을까? 그렇지만, 어떠하리! 이런 것으로도 잠시 큰 웃음 지을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가?

 

바닥 덮는 낙엽들, 절정을 향해 치닫는 단풍들, 그저 참 좋다! 하는 감탄 연발이다.

 

안민 고개까지 8.4Km가 표지판과 안민 도로까지 8.5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한길에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산 아래로 내려가면 천자봉 산림욕장, 진해만 생태숲, 진해 드림파크를 만날 수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진해 구청과 만날 수 있다.

 

바로 좌측이 진해만 생태숲 지역이라 그런지 숲이 참 좋다. 대규모 난대림 생태 지역이라고 한다.

 

같은 단풍나무인데 어느 곳은 벌써 붉게 물들었고,  어떤 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단풍의 원리는 엽록소의 파괴인데 단순히 햇빛을 많이 받나 적게 받나 보다 햇빛의 파장, 온도, 바람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드림파크에서 올라오는 도로를 가로질러 천자봉 해오름길을 계속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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