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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덕만 매립지 입구에서 시작한 남파랑길 7코스는 아름다운 삼포 마을과 진해 해양 공원 입구를 지나 조선소가 자리하고 있는 죽곡항에 이른다.

 

제덕만 매립지를 돌아 진해 해양 공원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높지 않은 매립지 제방으로는 특이하게 어선과 보트들을 매어 놓았다. 

 

아침에는 쾌청했던 하늘에 구름이 많이 몰려오면서 날씨도 서늘해져 겨울이 다가온 느낌이 들 정도이다. 날씨는 차가워졌지만 강태공들은 한적한 포구에서 낚시하느라 여념이 없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면 더 재미있겠지만 집을 나와서 바다를 보며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될 것이다.

 

진해 해양 공원으로 가는 길은 진해 바다 70리 길 중에서 5구간 "삼포로 가는 길"에 해당한다. 명동 마을과 제덕항을 잇는 명제로 도로변을 걷지만 진해 바다 70리 길을 걸으므로 보행로는 안전하게 마련되어 있는 길이다.

 

명제로 언덕을 넘으면서 바라본 제덕항의 전경과 반대쪽의 작은 해변. 바다 건너편으로는 매립지에 지은 36홀 퍼블릭 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가는 길에는 창원 사화랑산 봉수대로 가는 안내판도 있었다. 부산 동래에서 서울 남산에 이르는 봉화 선로의 중요 지점이었던 장소라고 한다. 사화랑산은 196미터의 산으로 산 중턱에는 명동 왜성이 있었다고 한다. 사화랑이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명동 마을 앞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이 사화랑이었다고 한다.

 

길은 삼포 마을 앞을 지난다. "삼포로 가는 길" 노래의 그 삼포였다. 6코스에서 만났던 "황포돛대" 노래비는 노래 자체가 처음 듣는 것이라 서먹했다면, 이곳은 노래 자체가 너무도 익숙한 지라 삼포 마을 안쪽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보아도 왜 작가가 "삼포로 가는 길"이란 노래를 불렀는지 공감이 갈 정도로 푸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마을이었다.

 

U자형으로 양쪽으로는 높지 않은 산이 있고 뒤로는 사화랑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아늑한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노래비에서는 버튼을 눌러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가수 강은철이 부른 "삼포로 가는 길" 가사를 보면 고향 삼포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다. 노래를 작사, 작곡한 이혜민 씨가 1970년대 후반 고등학생 시절 여행을 하며 만났던 삼포를 마음의 고향으로 그려낸 노래이다. 이혜민 씨는 아빠와 크레파스라는 노래도 만든 분이다.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 보면
한 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 뜬구름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저 산마루 쉬어가는 길손아
내 사연 전해 듣겠고
정든 고향 떠 난지 오래고
내님은 소식도 몰라요
아~ 뜬구름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삼포로 나는 가야지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에서 노래도 듣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우리는 다시 동백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노래 가사처럼 길을 굽이굽이 이어지지만 얼마간 노래의 여흥이 남아서 발걸음이 가벼웠다.

 

삼포 마을의 반대쪽 입구를 지나면서 잠시 동안 정들었던 삼포 마을도 이제 안녕이다. 작가가 기억 속에 간직했을 법한 아늑한 마을이라는 점에 백 퍼센트 공감하며 길을 떠난다.

 

오르막 언덕에서 바라본 삼포 마을의 전경. 상업화, 산업화의 물결이 이곳은 그대로 두었으면 하는 부질없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동백이 삼포 마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다.

 

이제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겨울 내내 이곳을 붉은빛으로 따스함으로 선사해 줄 것이다. 동백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애기 동백이다. 개화 시기도 동백나무보다 빠르고 꽃이 활짝 피고 연한 붉은색을 띠는 것이 애기 동백이다. 애기 동백은 원예종으로 도입한 것이지만 동백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색이 짙고 꽃잎이 반쯤만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산다화라고도 부르는데 "산에서 나는 차꽃"이란 의미이다. 위의 그림처럼 울타리목으로도 많이 심는다고 한다.

 

해안으로는 특이한 구조물들이 보이고 명동과 진해 해양 공원 표지판이 나오니 이제 명동 마을에 도착한 모양이다.

 

진해 해양 공원은 명동 앞바다에 있는 음지도에 만들어진 곳으로 좌측의 특이한 건물은 136미터의 솔라타워라는 건물로 건물 이름처럼 2천 개가 넘는 태양광 모듈이 붙어 있어 실제 발전을 하고 있고 상단에는 원형으로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고 한다. 돛을 형상화했다. 우측의 공항 급수탑처럼 생긴 건축물은 창원 짚트랙으로 인근 소쿠리섬까지는 1.4Km를 바다를 가르면 짚라인으로 이동하고 올 때는 보트를 타고 돌아온다고 한다. 공원 뒤쪽의 우도로는 걸어서 건너갈 수 있는 길도 있다. 

 

이제 명동 마을을 지나 조선소가 있는 방향으로 길을 나선다. 살짝 흩뿌리는 비도 피할 겸 잠시 편의점에서 쉬어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옆지기가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한다. 입맛도 변덕인가 싶었지만 날도 춥고 몸도 힘든데 먹고 싶은 거라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옆지기는 편의점 햄버거를 레인지에 데워서 먹고 필자는 따스한 꿀차로 몸을 녹였다.

 

명동 마을을 떠나는 길, 동쪽을 바라보니 해양 공원 너머로 멀리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명동 마을을 떠나서 해안 도로를 따라 이동하니 우리 눈앞으로는 거대한 공장들이 한 발짝 다가선다. 한때는 STX 조선 해양이었던 곳이었지만 기업 회생 과정을 거쳐서 2021년 케이조선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크레인에 새겨진 회사 이름이 현재 상황을 말해준다.

 

그런데, 거대한 조선소 한 귀퉁이에 죽곡항이라는 작은 포구가 있었다. 이곳은 진해 천자봉부터 내려오는 죽곡동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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