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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롱에서 톨카로 가는 저희는 지누단다 출렁다리에서 뉴 브리지와 시와이 방면으로 길을 잡아야 했지만, 길을 잘못 들어서 간드룩 근처까지 갔었습니다. 다행히 현지분들을 통해 문제점을 알게 되었고 네팔 학생의 도움과 행운의 길 찾기 덕분에 시와이로 가는 경로에서 히말 파니(Himal pani)로 건너와서 원래의 여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렁다리를 통해 모디강(Modi River)을 건너서 뉴 브리지 쪽으로 내려오는 경로와 합류합니다. 다리 건너편의 히말 파니 마을은 무슨 동화에 나오는 마을처럼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고 앞에는 강이 흐르고 한쪽 뒤로는 멋있는 폭포가 있습니다.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남봉과 모디 강의 모습입니다. 절경이 따로 없습니다.

 

출렁다리에서 강 하류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저희는 이 쪽 방면으로 강 좌측을 따라 내려가게 됩니다.

 

저희가 다리를 지나온 다음에 다른 일행들이 포터와 함께 다리를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포터들이 있으니 헤매지 않고 뉴 브리지를 경유해서 이곳까지 왔을 것입니다. 만약 이분들 뒤에 저희가 있었다면...... 하는 쓸모없는 상상도 해 봅니다. 산행 길에서는 앞에 있는 누구를 따라가느냐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선택에 따라 길을 잘못 갈 수도 있고,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게 오버 페이스 할 수도 있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로 만나게 되는 히말 파니 게스트 하우스(Himal Pani Guest House)에서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지누단다 출렁다리에서 이곳까지 한 시간이면 올 길을 두 시간이나 헤맨 것입니다. 그래도 이만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히말 파니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만큼이나 산장에서는 저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하나 전통 방식으로 천을 짜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옆지기는 할머님에게도 초코바를 선물했다고 하더군요.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새끼 고양이와 수탉 한 마리가 저희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마치 호랑이가 사냥하듯이 뻔히 보이는 거리에서 닭을 주시하며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 새끼 고양이나, 뻔히 보이는데도 그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수탉도 지친 저희에게 웃음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점심은 꿀을 듬뿍 올린 팬케이크와 크래커, 그리고 환타로 총 550루피를 지불했습니다. 길을 헤맨 끝에 누리는 휴식과 식사가 참 좋았습니다.

 

히말 파니(Himal Pani, 1,332m) 표지판. 지누까지 1시간 30분이니 저희가 길을 헤매긴 했어도 아주 많이 헤맨 것은 아니었습니다.

 

산장 바로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폭포의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진한 기억을 남기면서 히말 파니를 떠나 란드룩으로 향합니다.

조금씩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란드룩 직전까지는 평탄한 오르막 길을 걷다가 란드룩 직전에서 고도를 높여 갑니다.

 

아름다운 마을만큼이나 트레킹 경로도 이쁩니다. 1천 미터 고도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습니다. 11월 말로 접어들기는 하지만 들풀이며 관목은 여전히 푸르릅니다. 하긴 포카라 시내의 해발 고도가 1,400미터이니 이곳이 포카라 시내 보다도 해발 고도가 낮은 것입니다. 

 

숲길을 따라 걷는데 검은 개 한 마리가 저희를 앞서 가면서 따라오라는 듯 가다가 멈추어서 저희를 한번 돌아보고는 따라온다 싶으면 또 제 갈길을 갑니다. 그렇게 하는 행동이 란드룩까지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길을 헤매지 말라고 신께서 보내준 동반자 일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단순한 행동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히말 파니를 떠나 란드룩으로 가는 길 초반은 모디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입니다. 때로는 강가에 직접 닿을 정도로 계곡 가까이로 경로가 이어집니다.

 

길을 걷다가 가끔씩 계곡 가까이로 길이 붙을 때면 저희가 걸어 내려온 계곡 위쪽의 시야가 열립니다. 날은 맑지만 흰구름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안나푸르나 남봉의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원시림 같은 숲길이 이어집니다. 이곳이 일반적인 야산의 숲길 이었다면 길의 흔적도 찾기 어려울 것이지만 현지인과 트래커들의 수많은 발걸음이 이어지다 보니 란드룩 가는 길은 숲은 깊지만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산길에서 보라색 꽃 축제를 만났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웠던 꽃이 땅에 떨어져 꽃길을 만들고 있지만 나무에는 여전히 수많은 보라색 꽃들이 만발하고 있었습니다. 걷는 이에게 잠시나마 선물 같은 휴식을 선사하는 꽃입니다.

 

히말 파니와 란드룩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폭포와 그 앞을 지나는 출렁다리입니다. 다리 건너편으로 히말 파니부터 저희를 인도하고 있는 검은 개의 모습이 여전합니다. 

 

폭포 한쪽으로는 이전에 사용했던 다리의 모습도 남아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리의 흔적 조차 나무들이 삼키고 있는 모습입니다.

 

히말 파니와 란드룩 중간에 있는 출렁다리 이후로도 완만한 오르막은 계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란드룩 근처 쉼터에서 잠시 물로 목을 축이고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멘 트래커나 포터에게는 배낭을 벗기 좋은 높이라 쉬어 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사람이 올라가 앉기에는 높이가 높고 짐이나 배낭을 가진 사람에게 딱인 공간입니다. 쉼터 주변은 산지답게 고사리 천지입니다.

 

쉼터는 건너편으로 간드룩으로 올라가는 지그재그 산길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포카라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나야풀에 도착해서 행운처럼 올라탄 간드룩행 버스가 한참을 올라간 길입니다. 가다가 공사 중이면 잠시 멈추기도 하고, 반대편 차가 오면 한쪽으로 비켜서 있다 올라가기도 하고, 사람보다 물건을 더 많이 오르락내리락했던 버스였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때마침 지프 한대가 내려오고, 버스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지그재그로 산을 올라가거나 내려가다 보니 시야가 없는 곳에서는 미리 경적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데 그 소리가 계곡 건너 이곳까지 들렸습니다.

 

드디어 란드룩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가까이에 들어서니 바닥도 돌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란드룩의 여러 산장들을 안내하고 있는 표지판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산장들은 촘롱만큼이나 이곳이 트래커들의 주요 경유지임을 알게 해 줍니다. 란드룩은 계곡 건너편 간드룩을 통해서 넘어올 수도 있고, 페디나 칸데처럼 포카라로 이어지는 지점과 연결되므로 요충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목표지인 폴카까지 길을 이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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