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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드룩에 들어서며 계곡 건너편의 간드룩으로 올라가는 길을 바라보면서 트레킹을 시작했던 때의 감회에 잠시 젖어 있었지만 톨카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마을길을 따라 본격적인 오르막 길이 시작됩니다. 

 

저분들도 이곳을 통해서 하산하는 모양입니다. 란드룩 직전 다리에서 만난 커플은 에너지가 넘칩니다.

 

란드룩 직전 계곡을 건너는 다리는 출렁다리가 아니라 트러스 인도교였습니다. 트러스교는 한강 철교처럼 삼각형 형태로 무게를 지탱하게 만든 교량을 말합니다. 기차가 다니는 트러스교는 여럿 보았지만 사람과 당나귀 전용의 트러스교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ABC 트레킹 경로에서 대부분의 다리는 출렁다리이지만 트러스교는 이곳이 유일했습니다.

 

란드룩을 통해서 톨카로 가는 길은 마을 길을 가로질러가야 합니다. 11월이지만 노란 꽃을 피운 주변 풍경이 계절을 무색하게 합니다.

 

민가와 산장, 식당이 섞여 있는 오밀조밀한 마을 길을 걷습니다. 어린 염소 한 마리가 풀을 먹고 있었는데 염소는 땅에 떨어진 먹이는 먹지 않는다고 하죠. 나무틀에 주인장이 얹어 놓은 먹이를 먹으면서 지나가는 이방인을 유심히 쳐다봅니다. 

 

간드룩, 촘롱, 란드룩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지도에서 보듯 저희가 걸어온 길로 가면 지누단다와 촘롱을 거쳐 ABC까지 갈 수 있고,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면 계곡을 건너서 큐미(Kyumi)나 시와이, 간드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밭에 채소 모종을 심으시는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11월 말에 비닐하우스도 아니고 노지에 채소 모종을 심다니, 정말 상상이 가질 않는 풍경입니다. 우리네처럼 이랑도 고랑도 없었습니다. 호미 같은 농기구도 없이 두 손으로 뚝딱뚝딱 일을 해치우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채소 한 포기 심고, 물 주고, 다시 한 포기 심고 물 주고 하는 체계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밭 전체에 물을 미리 넉넉히 뿌려 놓고 모종을 심은 모양입니다. 어찌 되었든 잘만 크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란드룩의 여러 산장을 만나기 직전에는 널따란 배구 코트도 있었습니다. 실내 체육관에서 슬라이딩하는 허슬 플레이는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산중에 저런 배구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을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배구장을 지나면 이어지는 오르막 계단을 따라 산장들이 계속 이어져 등장합니다. 그 첫 번째 산장이 문라이트 게스트 하우스(Moon Light Guest House) 돌계단 양쪽 벽의 이끼와 풀들이 이 길의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합니다.

 

이 계절 민가를 지날 때마다 마당에서 이런 것을 널고 있는 집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배하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은 작물입니다. 예전에는 보리 이삭이 나오기 전에 이랑 사이에 뿌려놓았다가 보리를 베고 나면 성장이 잘 되도록 하여 가을에 수확했다고 합니다. 벼과 식물로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큰다고 합니다. 껍질을 벗긴 노란 알맹이를 좁쌀이라고 하죠. 텃밭에 조를 심어 볼까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텃밭에 눈에 익은 작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열무나 총각무로 보이는데 한국에서 씨를 가져간 것인지, 아니면 이곳 사람들도 즐겨 먹는 채소인지 모를 일입니다.

 

대부분의 집들이 양철 지붕이거나 스레트인데 나무판을 올린 집을 만났습니다. 이런 집을 너와집이라고 하죠. 계곡 건너편의 간드룩 길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길로 버스를 타고 한참을 올라갔는데...... 하면서 간드룩 길을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산 정상 쪽으로 가면 포레스트 캠프(Forest Camp)라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과 톨카로 나누어지는 삼거리입니다. 저희는 톨카와 담푸스 방향으로 갑니다.

 

마당에 조를 펴서 말리고 있는 민가를 지나면서 만난 동네 꼬마들. 어릴 적의 내 모습을 소환시키는 것 같습니다.

 

길 양쪽으로 꽃이 심어진 예쁜 길입니다. 이제는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란드룩까지 버스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출발지와 시간은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카트만두나 포카라에서 지프로 직접 란드룩까지 와서 트레킹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런 큰길이 포카라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합니다. 이후로는 대부분의 경로가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구간입니다. 이 길에서 동네를 배회하는 소들을 만났는데 앞서 가시던 분이 소들 때문에 깜짝 놀라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 소들을 쫓아가는 소 주인이 다름 아닌 어린 소녀였습니다. 초등학생 정도의 여자 아이가 막대기 하나 들고서 씩씩거리며 소를 몰러 가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앞쪽으로는 마을과 다랭이 논이 이어지고 계곡 건너로는 간드룩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지며 완만한 큰길을 걷습니다.

 

중간에 갈라지는 길이 있기는 하지만 두 길 모두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므로 어느 쪽 길을 가도 문제없습니다. 저희가 지난 길은 란드룩 초등학교 아래로 돌아가는 길이고 다른 길은 초등학교 사이를 지나는 길입니다.

 

초등학교 아래를 지나는 길이라 아이들의 모습은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멀리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 천사 같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나마스떼 하고 인사하니 여자 아이들이 수줍어하더군요. 혹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두 친구가 취해준 포즈입니다. 얼마나 이쁘고 고맙던지..... 고마운 마음에 초코바를 꺼내 주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 아이들의 이후 반응이었습니다. 땡큐 하면서 고사리 손에 가지고 있던 오렌지 조각을 저와 옆지기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그들에게 뭔가를 베풀었다는 착각을 깨버린 반응이었습니다. 멋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이제 란드룩 마을을 지나 산등성이 따라 이어진 큰길로 톨카를 향해 걷습니다. 슈퍼뷰라는 산장의 이름답게 저 산장에서는 란드룩과 간드룩을 비롯해서 여러 곳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가질 것 같습니다. 산장 이름에 뷰(View)가 들어간 것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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