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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바닥을 적절하게 말려가며 벼를 추수한 논에 경운기로 로터리질을 하고 작년 가을 부지런히 심었던 보리와 밀이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맞이한 봄이 한창입니다. 밀, 보리와 벼를 이모작하는 논에는 한창인 봄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얀 꽃들이 보리밭을 뒤덮었습니다. 

보리 파종이 그렇게 늦지는 않았었는데 씨앗에 문제가 있었는지 생육에 있어 밀이 보리보다 훨씬 빠르네요. 보리에게 "뭐가 문제냐?" 고 따질수도 없고 좀더 철저하게 종자를 보관하고 미리 파종 준비를 서두리지 못했던 주인이 문제 겠지요. 성장이 늦은 보리 덕택에 살판이 난 것은 온갖 잡초들입니다. 예년 같으면 보리의 기세에 눌려 기도 펴지 못했을 잡초들이 보리에게 "누가 더 잘 크나 한판 붙어 볼까!"할 정도로 그 기세가 대단합니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하얀 꽃의 잡초.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한참으로 찾아본 결과. "황새 냉이"였습니다. 영문명으로 Cardamine, Cardamine flexuosa, Bitter Cress, Hairy Bitter Cress등으로 불린다 합니다. 서양에서는 없애기 어려운 잡초 정도로 다루는데 반해서 "냉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식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활용한다고 합니다. 가늘고 긴 열매 모양을 두고 황새냉이라 이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논에 물이 담기고 써레질을 하면 모습은 감춰지겠지만 내년 봄에는 또다시 볼 수 있겠지요? 냉이가 채소중에 단백질 함유량이 가장 높고 여러 영양소가 있는 만큼 "논 잡초 황새냉이"가 아닌 "식재료 황새냉이"로 새로운 만남을 가져 봐야 겠습니다.

황새냉이의 꽃이 필 무렵이면 볍씨를 담그고 본격적으로 논농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일본에서는 종지화(種漬花, 種-씨 종, 漬-담글 지)라 한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 무렵이면 각 농가마다 볍씨 소독, 침지, 파종, 치상이 한창입니다. 필자의 경우에는 밀 이삭이나 보리 이삭이 나오면 볍씨를 담그기 시작하는데 황새냉이 꽃이 피면 준비를 서둘러야 겠습니다. 보리 성장이 늦어 마음 한 구석 서운함도 있지만 황새냉이 꽃이 조금의 위로를 주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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