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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면 가슴을 짓누르는 일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밀/보리밭의 잡초 제거입니다. 지난 가을 보리 파종 때부터 보리와 함께 나란히 그 생애를 같이했던 잡초들입니다. 논 잡초 중에 갑은 바로 뚝새풀입니다. 논에 보리 농사를 지은 첫해부터 줄곳 봄 일거리를 제공하는 유난스런 잡초, 뚝새풀입니다.

피처럼 벼사이에서 벼의 성장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고 밀이나 보리보다는 키가 확실히 작기 때문에 그냥 두어도 괜겠지하는 마음도 있지만 밀/보리를 농사를 짓다보면 밀/보리가 가져갈 양분을 빼앗는 것처럼 보여서 그냥 두지 못하고 낫을 들고 고랑 사이로 쭈그리고 앉아 뚝새풀과 한바탕 전쟁을 치릅니다. 자르면 또나고, 뽑아도 또 보이기 때문에 '독새풀'이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뚝새풀은 지방마다 "독새풀, 둑새풀, 독개풀, 산독새풀, 독새, 독새기, 개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합니다. 학명은 Alopecurus aequalis로 벼과 식물입니다.

밀과 보리를 수확하고 모내기를 위해 논을 갈아 엎으면 물과 땅속에 씨가 섞여 버릴텐데 그 몇달을 견디고 다시 그 생명을 뽐내는 뚝새풀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뚝새풀은 밀/보리 농사에는 조금 방해가 되지만 벼에게는 성장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거름 역할을 할 뿐만아니라 다른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하는 예방 효과도 있습니다. 녹비로 쓰려고 일부러 심는 자운영처럼 뚝새기도 벼에게도 거름이 된다는 것이지요. 매년 뚝새풀의 씨앗이 떨어지기전에 '저걸 다 뽑아야 되!'하며 아침 저녁으로 몇자루씩을 뽑았는데 올해부터는 그냥 둘까 싶기도 합니다.

잡초로만 생각했던 뚝새풀은 벼에게 거름이 될 뿐만아니라 꽃이 피기전에는 소 여물로도 활용할 수 있고, 사람에게는 약재로도 활용할 수 있답니다. 뱀에 물린 자리나 외상에 뚝새풀을 찧어 바르면 효능이 있고 달여 먹으면 부종을 내리고 설사에도 좋다고 합니다. 앎에 게으르지 않으면 내 주변에는 온통 가치있고 귀한 것이 가득하구나 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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