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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백의종군길 15코스는 구례구역에서 출발하지만 14코스에 이어서 걷는 까닭에 구례구역 길목에 있는 용문교에서 시작한다. 길은 계속 황전천을 따라 내려가면서 용서마을, 금평마을, 외구마을을 차례로 지나고 발산마을에서 17번 국도 순천로로 나가서 괴목삼거리에 이른다.


구례구역에서 15코스를 시작했다면 우리가 걸어왔을 용문교 앞에서 14코스에 이어 여정을 시작한다. 황전천 둑방길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매실나무가 심어져 있는 둑방길을 따라 내려가면 17번 국도 순천로 아래를 통과해서 지나간다.


용서마을 앞을 지나는데 구례에 이어서 순천도 백의종군길 표식을 깔끔하게 정비해 놓아서 좋았다. 뒷산인 둥주리봉 등산 안내도도 서있다. 삼도삼백리길이 백의종군길과 함께하는 모양이다. 순천시를 중심으로 11개의 코스를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그중에 10코스와 백의종군길이 함께한다. 용서마을이라는 이름이 특이한데 마을 뒤 깊은 계곡이 용서(龍捿)라는 말 그대로 "용이 머물며 사는 곳"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용서마을을 떠난 길은 멀리 순천 완주 고속도로가 지나는 거대한 교각을 보면서 둑방길을 걸어 내려간다. 전면으로 금평마을로 넘어가는 작은 다리도 시야에 들어온다.


구례 서시천에서 경험했던 벚나무 그늘, 동해벚꽃길에서 누렸던 벚나무 그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이제는 땡볕을 오롯이 양산으로 버텨내며 걸어야 한다.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쉬어가야 한다. 금평마을로 넘어가는 다리 앞에 있는 평상에 앉아서 그늘 아래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니 마냥 누어 이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넉넉한 휴식 후에 황전천을 건너온 길은 금평마을의 둑방길을 따라 내려간다, 황전천이 굽이쳐 내려오는 구간이다. 동쪽으로는 둥주리봉과 천황봉이 이어져 내려간다.


길은 용서마을 이후로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순천 완주 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향한다. 백의종군길 표식도 잘 안내되어 있다.


고속도로 교각 아래를 통과하는 길은 아주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다.


작은 고개를 넘어오면 다시 굽이쳐 흐르는 황전천과 함께 엣 봉덕역 인근을 지나간다.


폐역인 봉덕역 철길 아래를 통과하여 외구마을로 향한다. 전라선을 타고 수없이 이곳을 지나갔을 텐데 그때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차창 밖 풍경이었지만 나중에는 이곳이 기억에 남을지 모르겠다.


굴다리로 전라선 철길을 가로질러 온 길은 논길에 배치된 백의종군길 표식을 따라서 황전면사무소 방향으로 이동한다. 작은 다리로 봉덕천을 건너면 외구마을이다.


철도 아래를 다시 통과하여 외구마을로 들어서니 시골 동네인데 주일을 맞아서 규모가 상당한 교회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외구마을 마을 회관 옆에는 개방된 화장실도 있었는데 마을 이름은 황전천 건너 남쪽에 있는 내구마을 건너편에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므로 내구마을의 이름을 알면 이해가 될 것 같은데, 내구마을은 마을 주위로 산들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모양이라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은 멀리 국도가 보이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외구마을을 빠져나와 국도 방면으로 이동하는 길은 다시 전라선 철길 아래를 지나서 내구마을로 들어가는 내구교에 이른다.


황전천을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편의점이나 식당을 만나기 어려운 코스이므로 식사를 적절히 해결해야 했는데 우리는 내구마을 입구에서 국도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곳 국도를 건너는 지점에서 특이한 교통시설을 처음 만났다. 일명 "보행자 자동 인식 신호기"였다. 좌회전이 필요한 곳에 자동 감응형 신호기가 있는 곳은 여러 번 만났지만 보행자를 자동 인식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그림처럼 "보행대기"라고 표시된 곳에 사람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신호가 바뀌는 방식이었다.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어르신들에게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식당은 육회비빔밥과 장어탕을 전문으로 하고 있었는데 장어탕에는 전라도에서는 젠피라고 부르는 제피를 넣었는지 독특한 맛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국도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우리는 내구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내구교로 황전천을 건너서 다시 황전천 둑방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우측으로는 하천 건너로 국도가 내려가고 좌측으로는 전라선 철도가 함께 내려가는 모양새다.

좌측 국사봉 아래로 전라선 KTX 열차가 여수를 향해 달리고 있다.


풀이 돋아난 둑방길을 걷다 보니 예쁜 송아지와 함께 있는 한우에게 우리가 구경거리가 되는 모양새 같다. 우리는 무더위 가운데 걷고 있지만 소들은 나름 편안해 보인다.


농장 인근의 둑방길은 풀을 잘라서 깔끔하지만 농장 구간을 벗어나면 풀밭을 헤치며 걸어야 한다. 풀밭이지만 길 표지 없는 산길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길은 월산교를 건너서 황전천 건너편에서 길을 이어간다.


월산마을에서 황전천 서쪽 둑방길로 내려가는 길은 다시 전라선 철도 아래를 통과하여 길을 이어간다. 둑방길 옆에서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복숭아가 너무나 부러웠다. 때마침 중년부부가 밭일을 하고 계셨는데 탐스러운 복숭아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괜히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어색하기는 했다.


길이 발산마을 인근에 이르자 둑방길 양옆으로 화단을 가꾸어 놓았는데 안내판을 보니 황전면 주민자치회에서 백의종군로 꽃길로 조성한 것이었다. 훌륭하다! 백의종군로 가꾸고 관리하는 지역에 상이라도 주고 싶을 정도이다.


원래의 백의종군길은 발산교를 건너서 황학마을을 거쳐서 국도로 가지고 이곳의 백의종군길 표식은 다리 앞에서 바로 국도로 나가라고 안내하고 있어서 이번에는 이 표식을 따라 바로 국도로 나가기로 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전라선 무궁화호 열차가 터널을 향해 들어가고 있다.


국도로 나가는 길에서 만난 나무수국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길은 굴다리를 통과하여 17번 국도 순천로로 올라선다. 국도로 올라설 당시만 해도 갓길이 좁은 것 같은데 굳이 왜 이쪽으로 가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걷다 보니 갓길이 넓어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광양 표지가 등장했다. 순천로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멀리 가지 않아 원래의 백의종군길이 들어서는 교차로와 합류하여 걷게 된다. 길가에 죽내리 유적 표지가 있었는데 도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구석기부터 삼국시대가지의 유물들이 발견된 곳이라고 한다.


길은 국도 옆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서 내려간다. 죽동마을 정류장에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마을버스 운전자게서 타지 않느냐고 손짓하고 가신다. 사람이 있어도 무시하고 버스가 그냥 가버리는 동네도 있는데 정류장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버스 기사분을 만나니 무더위에 지쳐서 귀찮기보다는 고맙다는 마음이 앞선다.


국도를 따라 내려가던 길은 국도를 벗어나 괴목길로 들어선다. 서쪽의 월등면, 동쪽의 수평리 및 하평리의 계곡길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곳이다.


황천파울소를 지나서 읍내로 진입한 길은 괴목삼거리에 이른다. 괴목의 괴(槐)는 느티나무를 뜻하는데 옛날에 이곳에 있었던 느티나무 아홉 그루 덕분에 홍수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폐역이지만 괴목역도 있었고, 4일, 9일에 열리는 괴목 오일장도 이곳에 있다.

이번여행은 괴목삼거리에서 33번 버스를 타고 구례구역으로 이동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다음 여행에서 다시 여정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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