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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길을 제대로 만들어 놓은 구례군의 읍내로 진입한 백의종군길은 읍내를 가로지른 다음에 서시교 방향으로 나가서 강변길을 따라서 서시천과 함께 섬진강변으로 나간다. 섬진강을 따라가던 길은 원래는 문척교 앞에 있던 다리로 강을 건너가야 하지만 지금은 공사 중이라 문척교로 섬진강을 건넌다. 강을 건너면 원래는 강변 산책로가 길을 가지만 지금은 공사 중이라 둑방길 아래의 죽연마을 마을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섬진강 스카이바이크를 지난 다음에는 동해벚꽃로 도로 옆의 데크길을 따라서 내려가며 마고쉼터 앞의 두꺼비다리도 지난다. 길이 17번 국도 순천로 아래를 통과하면 구례군을 지나 순천시 황전면으로 진입하고 구례구역으로 건너갈 수 있는 용문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순신 장군이 머무셨던 손인필의 집이 북문 밖이라고 했는데 구례읍성 북문이 멀지 않은 것을 보니 성 바깥이라 하더라도 바로 근처였던 모양이다. 인도에 표시된 백의종군로 표식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일제 강점기에 없애버린 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관광 자원으로도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길은 봉성로 로터리에서 구례 경찰서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구례 5일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구례 경찰서 인근에는 구례읍성 동문 표식이 있었다. 돌로 쌓았던 성이라고 하는데 성이 아주 크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경찰서 한쪽에는 한 분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한국 전쟁 당시 500여 명의 주민이 무고하게 학살당하는 것을 막은 안종삼 총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 중의 하나인 보도연맹 사건과 연관된 일로 이승만 정부 특히 검경의 주도하에 좌익 전향자를 계몽하고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결성한 관변 단체였으나, 좌익과 전혀 무관한 일반 국민들까지 강제 가입되었다고 한다. 당시에 30만 명이 넘는 인원이 가입되었는데 문제는 한국전쟁이 터지자 군경이 보도연맹원들이 적과 내통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전국의 보도연맹원들을 집단 학살했다는 것이다. 구례도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구례 경찰서장이었던 안종삼 총경은 인민군이 남원까지 내려오자 "수감된 보도연맹원들을 모두 사살하고 즉시 퇴각하라"는 명령을 받는데 이를 거부하고 480명의 주민들을 모두 풀어 주었다고 한다. 일신의 영달을 생각하면 명령을 수행하면 그만이었겠지만 그가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명령이 아니었나 싶다. 이 사건으로 전국에서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희생당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길은 구례 오일장을 지나 서시교 방면으로 나아간다. 시장길을 걷다 보면 "젠피 삽니다"라는 특이한 안내판도 만날 수 있었다. 산동면 읍내에서 보았던 제피 말리는 그림을 보아서 그런지 눈길이 더 간다. 어떤 모자가 제피를 한 무더기 구입해서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전라도에서는 제피를 젠피라고도 부른다. 구례 오일장은 3일, 8일이다.

 

읍내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서시교 앞 냉천교차로에서 대로를 건너서 서시천 둑방길로 나아간다. 새벽에 비가 후드득 떨어졌었는데 기온은 그리 내려가지 않은 모양이다.

 

둑방길에는 "여순 10.19" 안내판이 서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여수에 주둔하던 국군 제14연대의 일부 군인들이 국가의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하여 여수와 순천 등 일부를 점거했으나 대규모 진압군에 의해 일주일여 만에 진압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리산을 품고 있는 구례에 특히 희생자가 많았다고 한다.

 

길은 17번 국도 아래를 통과하여 둑방길 걷기를 이어간다. 날은 구름이 많지만 그만큼 태양을 가려주어 좋다.

 

길가에는 노란 달맞이꽃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달맞이꽃을 재배하여 꽃잎도 활용하고 씨앗으로 기름도 짠다고 하니 호기심이 훅하고 들어온다.

 

길이 서시천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부분에 이르면 배수펌프장 뒤로 수질 정화 연못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곳의 풍경도 나름 훌륭했다.

 

수질 정화 연못은 서시천 생태 하천 복원 사업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백련저수지에서 나오는 물이 인공 습지들을 통과하며 정화되어 섬진강으로 흘러 나가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수질 정화 연못의 본연의 기능인 수질 정화에 더해서 아름다운 풍경도 덤으로 선사하고 있다. 배롱나무의 붉은 꽃과 습지 가운데의 버드나무 그림이 일품이다.

 

길이 섬진강변으로 들어서니 넓은 폭을 가진 섬진강과 함께 멀리 문척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문척교 앞에 있었던 다리가 없어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강 너머로 길이 어떻게 이어질지 긴장감이 더해진다. 알려진 길, 알고 있는 길 대신에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늘 긴장감 속에서 걷게 된다. 나름 재미도 있다.

 

예전에 있던 다리는 없어지고 새로운 인도교가 건설 중이라는 안내판만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뚜벅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일단 문척교를 오르는 일이 문제였는데 다리 아래로  빠져서 돌아 올라가면 섬진강을 건너는 문척교로 올라설 수 있었다.

 

문척교에서 섬진강을 내려다보니 물이 흐르는 방향이 내가 상상한 것과 반대 방향이다. 남원과 곡성을 거치며 남쪽으로 흐르던 섬진강은 구례구역 앞을 지나서 순천에서 북쪽으로 흘러온 황전천과 합류하며 북쪽으로 흘러 이곳까지 온 것이고 서시천과 합류하는 지점부터 동쪽으로 흐르다가 화개장터 인근부터 남쪽 하동으로 내려가는 흐름이다. 이후의 백의종군길도 황전천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구례로 돌아온 다음에는 섬진강을 따라 하동으로 향한다.

 

문척교 앞의 인도교가 없어져서 하는 수없이 문척교로 섬진강을 건너왔지만 문제는 문척교에서 둑방길로 내려가는 통로가 없었다. 고민하다가 다리 끝부분을 살펴보니 풀숲으로 누군가 내려갔던 흔적이 있었다. 일단 다리에서 공사 중인 둑방길로 내려갔다가 바로 아래쪽에 있는 마을길 죽연길을 걷기로 했다. 계속 공사 중인 둑방길을 걷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마을길에서 만난 단감을 보니 가을이 문 앞에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유실수가 그렇듯이 감나무에도 벌레가 많아서 키우기가 쉽지 않아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길은 죽연마을 조금씩 중심부로 들어간다. 구례군의 남쪽 끝자락인 문척면에 해당한다.

 

죽연마을을 벗어나니 특이한 조형물이 시선에 들어온다. 섬진강 스카이바이크로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 위를 달리는 놀이기구이다. 바로 위 오산 정상에 있는 사성암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사성암까지 연결되는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차를 통제하고 있었고 스카이바이크 옆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가야 하는 모양이었다. 평일에는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지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전망이 워낙 좋아 시간이 허락한다면 다녀와도 좋을 법했다. 원효, 도선, 의상, 진각과 같은 고승들이 수도한 곳이라고 사성암이라 불린다고 한다. 

 

사성암 입구를 지난 길은 동해벚꽃로 도로 옆의 데크길을 따라 섬진강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간다. 구례군 남쪽 끝자락 마을인 동해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지금도 좋은데 벚꽃이 필 무렵이면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벚꽃 하면 구례를 떠올려야겠다. 구례로 와서 시내버스 타고 걸으며 벚꽃을 즐겨 보리라!

 

데크길이 좋기는 하지만 벚나무의 덩치가 크다 보니 이리저리 피해서 걷기보다는 차량이 없을 때는 그냥 도로로 내려와 갓길을 걷는 것이 편할 정도이다. 멀리 인도교인 두꺼비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구례 읍내 이후로는 편의점이나 식당이 거의 없는 구간이라 마고 쉼터는 나름 고마운 존재였다. 시원한 냉커피를 구입하여 아침에 편의점에서 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이른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주인장과 대화하는 중에 백의종군길을 걷는다고 하니 건강하게 걷는 모습이 부럽다고 하신다. 쉼터 인근으로는 길가에 약수터도 있었다.

 

섬진강이라는 이름이 두꺼비 설화에서 온 것은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두꺼비 조형물과 다리를 만나니 더욱 반갑다. 고려 우왕 당시에 왜구가 침입했는데 두꺼비 소리를 듣고는 물러갔다는 이야기다.

 

마고 쉼터를 지나 이어지는 길에서는 멀리 구례에서 내려온 17번 국도가 지나는 구례 1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름다웠던 동해벚꽃로도 동해마을에서 끝나고 함께 이어져 내려왔던 데크길도 끝이 났다. 백의종군길 구례 구간이 끝이 나고 있다. 마을 이름이 동해로 바다를 가리키고 있는데 마을의 지형과 연관된 풍수지리설을 배경으로 하는 모양이다. 고려 때부터 사찰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길이 17번 국도 아래를 통과하면서 구례군에서 순천시로 들어가고 섬진강도 곡성 방면으로 휘돌아 내려온다. 멀리 서쪽으로 완주 순천 고속도로도 시야에 들어온다. 저기 어딘가에 구례구역도 있을 텐데 시야에 보이지는 않는다.

 

섬진강 여울에서는 두 노부부가 다슬기를 잡으시는 모양인데 왠지 위태위태해 보인다. 강이기는 하지만 수심을 짐작할만하다.

 

순천시 황전면으로 들어선 길은 도로를 벗어나 황전천 둑방길을 걷기 시작한다. 황전천은 순천 구간을 걸으며 계속 함께 가야 할 하천이다.

 

황전천을 따라가는 길은 황전천이 섬진강과 합류하는 지점을 지나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멀리 완주 순천 고속도로 앞으로 구례와 구례구역을 구례교도 보인다.

 

섬진강 자전거길도 백의종군길 14코스도 용문교를 넘어서 구례구역으로 향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15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굳이 구례구역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필요는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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