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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마을에서 남한강대교를 건너며 경기도 여주시, 충청북도 충주시, 강원도 원주시를 가로지른 여강길 2코스는 섬강을 건널 때까지 원주시 부론면의 강변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섬강교로 다시 여주시 강천면으로 진입하면 섬강을 따라 자산 아랫자락을 돌아서 강천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남한강대교를 건너면 좌회전하여 깔끔하게 정비한 강변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부론이라는 이라는 특이한다. 부론(富論)이란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말이 많은 곳, 정사와 관련한 언론의 중심지였다는 의미라고 한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이동하는데 강물 위에 바위가 있는가 해서 자세히 보니 바위가 아니라 새가 만든 물줄기였다. 마치 황조롱이가 사냥할 때 하늘에서 정지 비행하는 것처럼 물새들이 한자리에 떠있으니 바위처럼 보인 모양이다. 물 흐름을 거슬러 한자리에 계속 있으려면 물속에서는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잔잔해 보이지만 강물의 흐름이 있음도 알 수 있다.

대각선 방면으로 우뚝 서 있는 자산(246m)의 모습이 절경이다. 바위의 색이 자줏빛이라 자산이라 한다. 이때만 해도 우리가 저 산 아래를 걸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었다. 사실 걷기와 멍 때리기는 뇌의 휴식과 창의력 향상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치밀하게 앞길을 계산하고 점검하며 걷는 것보다 리본과 함께 멍 때리며 걷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전망 좋은 지점에 있는 흥원창 조운선 전망대는 쉼터이기도 하고 깨끗한 공중화장실도 제공되는 곳이었다. 흥원창은 고려 및 조선 시대 원주 지역의 세곡을 모아 운반하던 조창이라고 한다. 그만큼 요충지가 아니었나 싶다.


조선말의 세곡선 사진을 기반으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라이더들에게도 걷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휴식처였다.


남한강자전거길과 함께하고 있는 여강길은 어느덧 섬강을 따라 걷는다. 횡성에서 발원하여 원주를 가로지르며 내려오다가 남한강과 합류하는 섬강은 섬진강처럼 두꺼비와 연관된 이름인데 강변에 두꺼비 바위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섬강 둔치에는 캠핑족이 한둘이 아니다.


섬강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정면으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섬강교를 마주하며 걷는다.


캠퍼들이 섬강 둔치에 차를 대며 캠핑 장소를 고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동하다가 섬강교를 건너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길은 영동 고속도로가 지나는 다리까지는 가지 않고 문막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섬강교로 올라간다.


1971년에 만들어진 섬강교 옆으로 또 다른 다리를 통해서 영동고속도로가 달리고 있지만 사실 1994년 까지는 이 다리로 영동고속도로가 통과했었다. 2차선이었던 영동고속도로를 티코 자동차로 달리던 때를 떠올려 보면 지루하고 졸리던 길이었다. 감회가 새롭다.


섬강교를 건너며 내려다본 섬강의 풍경은 자동차를 몰고 와 캠핑하는 사람들 차지다. 자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바로 앞으로 섬강을 두고 있으니 최고의 노지 캠핑장이 아닌가 싶다.


섬강교 북쪽으로도 섬강 둔치는 캠핑족들로 넘쳐 난다. 섬강교를 건너면 강원도에서 다시 경기도 여주로 넘어간다.


섬강교를 지나서 자산을 올라가는 코스와 자산 아랫자락을 돌아가는 코스로 나뉘는데, 걸어보니 비가 내리는 시기라면 자산 위로 올라가는 것이 맞다. 자산 아랫자락을 돌아가는 코스는 섬강 물이 불어나면 위험하게 느껴졌다.


자산 아랫자락을 돌아가는 길은 섬강 물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으며 걷는 길이었다. 서너 명의 사람들이 해머를 들고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있었다. 강물이 깊지 않아서 아마도 캠핑하는 사람들이 강을 건너온 모양이었다. 한 사람은 큰 돌 주위에 반두(반도) 또는 족대라 부르는 그물을 치고 있으면 다른 한 사람은 큰 해머로 돌을 내리쳐 물고기들을 기절시키고, 다른 또 한 사람은 돌을 들어 올려 기절한 물고기들을 그물 쪽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었다. 어린 시절 개울에서 고기 잡던 추억이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가 캠핑족으로 구경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우리를 구경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산 아랫자락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나름 재미있는 길이었다. 편안하게 의자에 누워 경치를 감상하던 캠핑족에게 우리는 시야를 방해하는 존재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섬강교를 돌아온 길은 어느덧 섬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앞두고 있다.


거친 바위산인 자산 아랫자락이라 그런지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계속 이어진다.


섬강 끝자락에서 남한강 쪽으로 돌아가는 지점에서는 강변길의 침식 때문에 설치한 구조물도 발견할 수 있었다. 섬강물이 불어나면 얼마나 세차게 물이 들이칠지 상상하니 아찔하다.


멀리 강너머의 흥원창 전망대를 뒤로하고 남한강변의 강변 산책로를 걸어간다.


산책로에는 곳곳에 암벽 타기를 했던 흔적이 있었는데 이곳은 예솔암이라 부르는 암장이었다. 암장은 암벽등반,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바위 지대를 의미한다.


남한강을 바로 옆을 따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바위지대로 이루어진 강변 길이라 때로는 바위를 지나가야 한다.


거친 바위길을 헤치고 나오니 시야가 뻥 뚫리며 넓은 강천리의 강변 풍경이 우리를 맞아준다.


자산을 벗어난 길은 닷둔리 마을길을 거쳐서 해돋이 산길을 이어간다. 닷둔이란 마을 이름도 독특한데, 다둔(多屯) 즉, 군인이 많던 곳이라는 유래와 강 건너편의 흥원창의 세곡선에서 사용하는 닻을 두었던 곳이라는 유래가 있다고 한다.

잔잔한 여강에 그려진 산 그림자가 일품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아슬아슬한 벤치이지만 멍 때리기에 딱인 공간이다.


자산 아랫자락에서 휘감으며 이어온 해돋이 산길은 강천 마을까지 이어진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산책로라 그런지 산책 나온 주민들도 계시고 길도 거칠지 않다.


쾌적했던 숲 속 산책로는 강천마을에 진입하면서 끝나고 여강길 2코스도 끝을 향해서 나아간다.


눈부신 오후의 태양이 내리쬐는 강천마을에 도착했다. 강 건너편은 아침에 여정을 시작했던 도리마을이다. 5백여 미터 헤엄치면 건너올 길을 21Km 걸어서 도착했으니 누군가의 시각에서는 참으로 허망한 짓이다는 말을 들을 것도 같다.



드디어 여강길 2코스의 종점인 강천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991번, 992번 버스의 회차지이기도 한데, 버스 시간에 맞추어서 부지런히 걸었는데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 문을 열어주지 않는 바람에 버스를 놓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4시 버스이니 4시가 되면 문을 열어주겠거니 하면서 문 앞에 서서 기다렸는데 결국 문을 열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ㅠㅠ. 버스가 출발할 때 버스를 두드려 보아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출발 시간 이전에 문을 세게 두드렸어야 하는 모양이다. 길에서 만났던 다른 분들의 위로라고 던지는 말이 재미있었다. "저희도 여주 사람들인데 돌아다녀 보면 친절한 사람들은 모두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고 원래 여주에 살던 사람들은 전부 무뚝뚝해요!" 아무튼 버스 출발 시간이 되기 전에 버스문을 쿵쿵 세게 치면서 문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어야 했나! 그러면, 알아서 열어 줄텐데 왜 그러냐고 타박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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