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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아닌 농업용 저수지로는 국내 최대라는 충남 예산의 예당호 느린 호수길 걷기를 다녀왔다. 호수 둘레가 40Km에 이르니 걷기를 위한 좋은 산책로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호수 북서쪽을 따라서 조성한 7Km 정도의 데크길 말고는 딱히 산책로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걸어보니 호수 서쪽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 도로이기 때문에 산책로가 만들어지기에는 무리이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흙바닥이 아닌 데크길을 통해서라도 호수 옆을 걸을 수 있다는 점이 감사했다.


순환형 산책로가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갔던 길을 그대로 돌아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예당관광지 12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후사리 버스 정류장에서 호수 중간 지점까지는 시내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예당호의 명물이라는 출렁다리를 지나서 걷기를 끝내면 인근인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자동차로 집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주차장에 마련되어 있는 공용 화장실은 거의 호텔급이었다. 공용 화장실이 우리 집보다 쾌적하다. ㅠㅠ 후사리라는 마을 이름은 어떻게 지은 것일까? 하는 잠시의 호기심이 있었는데 마을 표지석을 하단에 "뒷절"이라고 적어 놓았다. 절 뒤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예산 터미널을 출발하여 예산역을 거쳐서 후사리로 오는 370번 버스가 하루에 두 번 지나가는데 건진화리로 향하는 버스는 예정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버스가 건진화리로 우회전하기 직전인 "효온낚시"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바로 느린 호수길에 들어설 수 있다.


현재의 느린 호수길은 북쪽의 수문부터 남쪽으로 예당호 중앙 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데 우리는 생태 공원의 1.5Km 상단에서 걷기를 시작한다. 오랜만에 포근해진 겨울 날씨 덕분에 걷기에 참 좋은 날씨이다. 출렁다리까지 3.4Km이니 1시간 조금 더 걷는 가벼운 걷기가 될듯하다.


동쪽의 태양이 호수의 수면 위로 그려놓은 윤슬도 아름답고 호수에 잠긴 나무들은 마치 열대 지방의 맹그로브를 연상시킨다. 물에 잠긴 나무들이 맹그로브라면 호수 위의 수상 낚시터는 캄보디아 톤레삽의 수상 가옥인가? 하는 상상을 해보지만 둘 다 무리인 상상이 아닌가 싶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걷기를 시작한다. 호수가 크다 보니 바람이 불어오면 찰랑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서 다른 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걷기 느낌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출렁이는 예당호 호수에 비친 윤슬이 너무나 아름답다. 동쪽의 태양, 바람, 물결이 만든 작품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것에 한계가 있다. 수상 낚시터 마저 멋진 풍경화의 쓸모 있는 물건이 되는 모양새다.


예당호는 철새들의 낙원이다. 겨울은 철새들을 만나기에 좋은 계절이다. 반짝이는 녹색 머리를 가진 청둥오리 수컷과 갈색 머리인 암컷들이 즐거운 한때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고 봄에 중국과 몽골까지 북상하는 청둥오리 일부를 텃새화되기도 한다.

중대백로는 발로 바닥을 헤집으며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다. 생각해 보면 보통은 물가에서 새를 관찰하기 마련인데, 느린 호수길 덕분에 수상에서 새들을 관찰하는 호사를 누린다.


호수 중앙 쪽을 바라보다가 수면에 가득한 은빛 윤슬을 보며 감탄하다가 호수 중앙에 모인 수많은 철새 무리에 깜짝 놀란다. 인적이 없는 호수 중앙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는 철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것을 상상하면......


예당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수상 낚시터와 함께 오탁방지막을 들 수 있는데 부유물을 차단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한다. 데크길을 걷다면 호수 주위로 수많은 쓰레기들이 몰려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 치우기보다 버리지 않거나, 잘 버려야 할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오탁방지막 너머로 멀리 수문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어느덧 평촌교차로 인근을 지난다. 예당호로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인 평택, 부여 간 고속도로의 예산 예당호 IC와 연결되는 곳이다.


청둥오리들이 사람 발소리에 조금 움직이기는 하지만 푸드덕 날아가지는 않아서 고맙다. 청둥오리 무리에 이번에서 몸이 검고 부리가 하얀 무닭들도 보인다.

평촌교차로 인근으로는 작은 인도교가 놓여 있어 도로 인근으로 가지 않고 길을 이어갈 수 있다.


북쪽으로는 예당관광지가 조성되어 있는 야산이 보이고 우리가 걸어온 남쪽으로는 호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길은 예당관광지 안으로 진입한다.

예당호가 남북으로 8~10Km에 이르니 거의 북쪽 끝인 이곳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아득해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 1964년에 완공되었지만 시작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에 이런 그림을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예당호 관광지에 들어서니 모노레일이 우리와 함께 간다. 24인승으로 약 1.3Km를 돈다고 하는데 걷다 보니 자꾸 만나는 것이 걷는 것이 모노레일 보다 빠르다. 모노레일에 들리는 함성을 보니 작지만 나름 재미있는 모양이다. 산책로에는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단체 여행객도 상당했다.


호수 옆을 따라 깔끔하게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수상 레저 시설 너머로 수문과 함께 출렁다리의 교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탁방지막 너머 호수 남쪽은 까마득하다.


64미터의 주탑이 있는 예당호 출렁다리에 도착했다. 다리가 흔들거리는 것이 약간 멀미가 날 정도이다. 4백여 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출렁다리 앞으로는 음악분수가 있는데 한창 정비 중이었다. 밤에 조명과 함께 즐기는 분수도 장관일듯하다.


출렁다리를 지나며 아쉬운 느린 호수길 걷기를 마무리한다.


느린 호수길은 수문까지 이어지지만 우리는 출렁다리를 지나서 후사리 주차장으로 돌아가 여정을 마무리한다. 교통편이 좋고 산책길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예당호의 기원이 되었다는 용고랑의 전설에 등장하는 청룡과 황룡 조형물을 마지막으로 느린 호수길 걷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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