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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보내면서 여주 여행을 다녀왔다. 여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한강을 여강이라 불렀는데 여강 주위를 도는 길이다. 11코스까지 있고  300리, 140Km에 이른다고 한다. 필자는 여강 주위의 코스 위주로만 조금씩 걸을 예정이다. 시작은 1코스 옛나루터길로 여주역에서 경강선 전철을 내려서 여정을 시작할 수 있으니 좋았다. 시내에서 강변으로 나가서 강변을 걸으며 여주대교, 이호대교, 남한강교를 지나고 소금산을 거쳐 도리마을에 이르는 여정이다.

 

여주역 앞에 자리한 "사랑으로 가는길, 행복으로 가는 길" 조형물. 팔을 벌려 환영하는 모습,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 가운데 선글라스를 쓴 견공이 여행가방을 끌고 가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만남의 반가움이 가득한 인물들의 표정에서 사랑, 행복을 엿볼 수 있었다.

 

해파랑길, 서해랑길처럼 여주 여강길도 나름 안정화된 트레일답게 코스를 안내하는 리본과 안내 표식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여정 내내 리본만 따라가도 길을 찾는 것에 무리가 없었다. 물론 핸드폰에 지도를 담아두고 출발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래에 첨부한 KML 파일은 맵스닷미로 열며 바로 즐겨찾기로 등록하여 사용할 수 있다.

여강길1코스-옛나루터길.kml
0.53MB

 

 

여주역을 떠난 길은 도로를 가로질러 교동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다. 42번 국도 여원로 도로 아래를 통과하는데 여원로라는 도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여주와 원주를 연결하는 도로이다. 여주가 경기도 동쪽 끝자락이고 강원도로 넘어가는 경계선임을 알 수 있다.

 

교동로를 따라서 여주초등학교를 지나면 소양천 하천변을 만나고 얼마간 하천변을 걷는다. 겨울답게 눈이 쌓여 있기는 하지만 쾌청한 날씨 덕분에 걷기에는 좋은 날씨이다. 그늘보다는 양지가 반가운 계절이다.

 

여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소양천은 세종대교가 있는 양섬 앞에서 남한강으로 합류한다.

 

공원 바닥의 블록 문양이 한글인 것을 보니 이곳 여주에 세종대왕릉이 있는 것이 실감이 난다. 여주역 바로 직전 역이 세종대왕릉 역이고 역 인근에 2022년에 능서면에서 이름이 바뀐 세종대왕면의 면사무소가 있다. 세종대왕릉은 사실 세종과 소헌왕후의 합장릉으로 영릉(英陵)이라 부르고 바로 옆에는 효종과 인선왕후의 합장릉이 있는데 이 또한 한자만 다른 영릉(寧陵)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글 블록이 있는 공원을 나와서 버스 터미널 사거리에 이르니 세종대왕 동상이 우리를 반긴다. 언어, 문화, 과학기술, 국방, 법률, 농업, 경제 등 그가 이룬 업적들을 돌아보면 생각할수록 위대한 군주 맞다. 우리는 버스 터미널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김밥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서 길을 이어갔다. 사거리를 지나면 여양로 도로를 따라서 여주대교 방면으로 향한다. 도로이름처럼 길은 여주시와 양평군을 이어준다.

 

가로수 숲길에 세워놓은 새집들을 보니 왠지 따스함이 느껴진다. 잎은 모두 떨어졌지만 가로수 터널의 넓은 인도를 따라서 걷는 느낌이 좋다.

 

리본과 만난 여강길 화살표. 순방향은 노란색, 역방향은 파란색이다.

 

상동사거리에 도착하니 대각선 방향으로 영월공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공원 정상부에 보이는 것은 영월루가 아닌가 싶다. 여강길은 여주대교까지 나아갔다가 길을 돌아서 영월루를 거쳐 산 너머로 길을 이어간다.

 

여주대교 앞에서 만난 한강 표식, 여강도 남한강도 아닌 "한강" 표식이다. 초등학교의 이름도 중학교의 이름도 모두 한강이었고 고등학교도 한강 근처였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한강"이라는 이름이 예사로 다가오지 않는다. 

 

길은 여주대교 앞에서 우회전하여 영월공원으로 진입한다. 그런데, 공원으로 들어가면서 우리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것 아니야! 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눈앞에 덩치 큰 토끼들이 놀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먹이 찾는데 여념이 없는 토끼들을 보면 이건 뭐지! 하며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야생 토끼라면 도망치고도 남았을 텐데......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사람 근처까지 다가오는 토끼를 보니 오히려 사람이 당황스럽다. 아마도 이곳에 서식한 지 오래된 모양이고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할 정도로 친근해진 것으로 보인다. 토끼가 쥐처럼 생겨서 설치류 아닌가 싶었지만 토끼는 중치류로 설치류인 쥐와는 다르게 분류한다. 중치류라고 부르는 이유는 앞니 뒤쪽으로 작은 이빨이 추가로 있기 때문인데 쥐가 잡식인 반면 토끼는 초식이라는 접이 설치류와 다르기도 하다. 여강길 초입에서 특별한 놀라움을 만났다. 공원 안으로 진입한 길은 영월루를 향해서 계단을 올라야 한다. 영월공원이 자리한 야산을 넘어가는 길이다.

 

계단을 오르니 남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멀리 세종대교가 시야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우리가 앞으로 걸어야 할 방향으로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 현수교가 보인다. 신륵사 관광단지로 연결되는 인도교이다.

 

길은 남한강을 내려다보는 영월루 아래를 지나서 간다.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 건물은 아니고 여주군청의 정문이었던 누각을 1925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영월(迎月)은 달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강원도 영월군은 한자도 의미도 다르다.

 

눈길에 신발 자국을 남기는 걷기 느낌이 새롭다.

 

영월공원에는 영월루와 함께 현충탑, 호국 무공수훈자 공적비, 그리스 군 참전기념비 등도 있는데 그리스 군 참전기념비는 원래 여주휴게소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이라 한다. 여주 휴게소 인근의 381 고지에서 그리스 군이 중공군에 맞서 첫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한국 전쟁 기간 5천여 명 그리스 군이 참전했다고 하니, 대한민국은 그리스와도 남다른 인연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파르타 대대라 불렸는데 당시의 그리스 인구가 7백만 정도였다고 하니 인구 대비로 보면 상당한 규모의 군대를 파병한 국가이다. 여강길은 여주 지역에 흩어져 있던 공덕비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공간을 지나서 산을 내려간다. 

 

여강길 표식을 따라 산을 내려가면 원래는 바로  강변으로 내려갈 수 있었던 모양인데 사유지가 있어서 그런지 지금은 큰길로 나갔다가 다시 강변으로 진입해야 한다.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 현수교를 보면서 동쪽으로 길을 잡는다. 서울 시내의 한강변을 걷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한강의 모습이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로 신륵사로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고 역사는 14세기 고려 우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강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가마우지의 모습도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가르는 어부의 모습도 평화롭다.

 

남한강변을 걷던 길은 샛강을 따라가다가 금은모래강변공원으로 진입한다.

 

국내 최대규모의 생태 공원이라는 금은모래강변공원에 들어서니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다름 아닌 흡연실의 재떨이였다. 처음에는 무슨 도자기 전시실인가 했다. 그런데, 천천히 둘러보니 흡연실이었고 도자기 모양의 재떨이였던 것이다. 걷기 여행 중에 만나는 의외의 물건이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 이천 도자기와 여주 도자기는 우리나라 도자기의 양대 산맥이라고 하는데 여주는 생활 자기의 60%를 생산한다고 한다.

 

여강길은 여주시립 폰박물관 앞을 지나는데 무전기 같은 핸드폰, 그리고 삐삐와 함께 사용했던 시티폰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공중전화로 달려가야 했는데 발신 전용이지만 시티폰이 있을 때만 해도 공중전화로 달려가지 않아도 되었으니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공중전화 앞에서 줄 서는 장면은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강변 유원지가 몰려있는 공간을 벗어나면 메타세쿼이아가 나란히 자리한 공원 입구로 진입한다.

 

금은모래강변공원 주차장부터는 공원 내부를 가로지르며 동남 방향으로 내려간다. 화창한 겨울 햇살을 받으며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간다.

 

공원 내부에 위치한 비닐하우스를 지나기 전에는 공원에 필요한 식물들을 키우는 공간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었다. 그런데, 비닐하우스를 지나면서 내부를 살펴보니 완전히 상상을 벗어난 곳이었다. 비밀하우스는 식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중년의 사람들이 걷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아! 대한민국은 여가 시간의 질이 중요한 선진국이라는 것이 새감 다가온다.

 

계류장에 있는 헬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여주시가 임차한 산불임차헬기인 것으로 보인다. 저런 헬기로 무슨 산불을 진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기는 한다. 물론 물을 뿌리는 것이 산불진화의 전부가 아니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임차 헬기가 1백여 대가 넘는다고 하니 임차 비용, 관련 인력 확보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고성능 드론이 많은 시대에 적절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여주역에서 시작한 길은 어느덧 강천보를 1Km 앞둔 지점을 지나고 있다.

 

금은모래강변공원에는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 시설과 함께 조경이 잘 관리되고 있어서 이곳만을 목적으로 여행을 다녀와도 좋을 것 같았다.

 

공원 끝자락에 이르면 남한강 자전거길을 가로질러서 남한강변으로 나간다.

 

강변으로 나온 길은 원주로 이어지는 이호대교 아래를 통과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강변길에서는 여주에서 원주로 연결하는 경강선 철도 연장 구간이 한창 공사 중이었다.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전철로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시대가 열린다고 생각하니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를 떠오른다.

 

말도 많던 4대 강 사업의 흔적인 강천보와 한강문화관에 도착했다. 

 

한강문화관 앞에서 김밥 도시락을 먹으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산악회로 나들이 나온 단체 여행객들이 인증 도장을 찍느라 시끌벅적했다. 쉬어 가기 좋은 공간이었다. 남한강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충주댐에 닿을 수 있다니 자전거 여행에 대한 유혹이 밀려온다. 충주호에서 팔당을 거쳐 서울까지...... 와우!

 

강천보를 떠나면서 만난 소수력발전 시설. 카프란 수차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낙차가 크지 않은 곳에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발전기 3개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환경 문제가 있는데 그나마 발전으로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니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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