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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리산 둘레길 걷기의 마지막 코스이다. 15코스는 난도가 상급이기는 하지만 형제봉 임도삼거리까지 오르막 임도가 있고 이후로 숲길과 마을길이 있지만 내려가는 길이므로 걸을만하다. 14코스를 끝낸 우리는 바로 이어서 15코스 걷기에 나선다.


14코스를 끝내고 원부춘 마을 회관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부지런히 15코스 걷기에 나선다. 시작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어 오르막 임도는 형제봉 임도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임도가 형제봉 활공장까지 이어지는데 길 좌측으로 신기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앞서 구재봉 활공장 근처도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형제봉 활공장이다. 정면으로 형제봉 자락의 능선을 보면서 걷는다.


형제봉으로 향하는 길에서 갑자기 독수리로 보이는 큰 새가 우리를 향해서 천천히 날아오는 상황이 있었다. 깜짝 놀라서 피했는데, 느리게 날아와서 다행이지 만약에 빨리 날아왔다면 사고가 날뻔했다. 그런데 새가 나무로 가서 앉더니만 가지를 잡은 채 마치 박쥐인양 거꾸리 뒤집혀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추측하기로는 어떤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산너머 평사리에 월동하는 독수리가 있다고 하는데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잘 돌아갔으면 좋겠다.


길은 원부춘 계곡에 자리한 펜션들과 사찰들을 지나쳐서 민가가 거의 없는 지역에 들어선다. 날은 화창하지만 추위가 매서운 날이라서 스틱을 번갈아 잡고 손을 주머니에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원부춘 마을에서 시작한 오르막 임도는 고도 8백 미터를 넘어간다. 오늘 하동의 최저 온도가 영하 8도, 최고 온도가 영상 1도인데 통상 고도가 1백 미터 오를 때마다 온도는 0.6도씩 떨어지고 바람도 불고 있으므로 체감 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오르막 길을 걸으며 벗어 두었던 외투도 다시 입고 재무장을 해야 했다.


형제봉 임도삼거리에서 활공장으로 향하는 임도와 갈라져서 북쪽으로 향한다.


본격적인 숲길로 진입하기 전에 위치한 쉼터에서 잠시 쉬어 가려했지만 찬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는다. 원부춘 마을 이후로 쉬지 못했는데 길을 가다가 조릿대 숲 사이의 길에서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해본다. 그런데 갑자기 한쪽 손이 얼어서 감각이 없어지니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알고 보니 "레이노 현상"이라고 추위로 인해서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여 손이 하얗게 변하고 감각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빨리 따뜻한 실내로 이동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일부 손가락이 그런 상황이니 몸에서 온도가 높은 곳에 손을 넣으며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는 젖은 옷이나 장갑을 마른 것으로 갈아 신고 심하게 비비거나 문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길은 산 능선을 따라서 하산길에 나선다. 겨드랑이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얼어버린 손가락을 녹여보지만 추운 날씨에 갑자기 얼어버린 손가락은 여전히 감각이 없다. 겨울철 산행의 위험성을 몸으로 체감하며 길을 이어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길 서쪽으로 오후의 태양이 저물어 간다.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아니면 고도가 내려가면서 그런지 감각이 없던 손가락들이 하나 둘 감각을 찾아간다. 얼어버린 손가락을 위해서 희생한 겨드랑이 덕분이다. ㅠㅠ


얼마나 내려왔을까? 산 아래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서산으로 지는 해는 산 능선에 걸렸다.


산길을 따라 놓인 철망을 보니 마을이 지척인 모양이다.


자신의 임야에 철망을 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 사는 야생 동물들을 생각하면 길을 막는 모습이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야생동물들도 환경에 적응하며 상고 있는지 철망 곳곳에서 동물들이 다닌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원부춘으로부터 6.5Km 왔으니 길은 중촌마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중촌마을에 들어서면서 만나는 그림은 차밭이었다. 하동은 한국 차나무의 시배지라고 하는데 역사가 신라 흥덕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길이 하늘 호수 차밭 쉼터라는 곳을 지나는데 독특하게 꾸며 놓은 곳이었다. 나이 드신 주인장이 큰소리로 뭐라고 하시면서 올라오고 있었는데 인사인지 질문인지 알아듣지 못해서 대충 인사하며 지나쳤다.


독특하게 꾸민 쉼터를 뒤로하고 중촌마을의 골목길을 빠져나와 마을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걷는다.


길은 화개천을 향해서 내려가는 계곡을 따라 계곡을 빠져나간다. 계곡 곳곳이 차밭이다.


깊은 계곡에 자리한 차밭을 감상하며 내려가는 길은 어느덧 신촌마을 앞에 닿는다.


길은 신촌마을 앞에서 좌회전하여 정금차밭을 향한다. 우측의 신촌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쌍계사와 불일폭포가 있는 곳이다.


눈부신 석양을 마주하며 정금차밭을 향하는 길 언덕에서 신촌마을 쪽을 둘러보니 온통 차밭인 것이 장관이다. 요즘에는 가루 녹차인 말차가 인기라고 하는데 필자는 차와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정금차밭으로 가는 산책로에서 만난 한 묘소는 묘소 주위로 차나무가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석양을 배경으로 한 정금정 정자도 환상적이었지만 정자에서 바라보는 정금차밭은 탄성을 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구례를 출발하여 가탄에 도착했던 둘레길 걷기에서는 바로 옆 코스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둘레길을 모두 걸은 덕택에 마지막 코스에서 이런 호사를 누린다.

멀리 계곡 끝에는 화개 장터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차밭을 가로질러 길을 이어간다.

차밭 너머의 황금빛 석양은 이 환상적인 풍경에 훌륭한 조명을 선사한다.


차밭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남쪽으로 내려간다.


차밭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차를 생산하는 농부들이 생업을 이어가는 현장으로 차 재배 농부들이 어떻게 차를 재배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기온 때문에 차나무는 남해안에서 가까운 지방에서만 키울 수 있다는 것에 차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은 쏙 들어간다.


원래의 길은 하동군야생차 소공인복합지원센터에서 좌회전하여 대비마을, 백혜마을을 거쳐서 가탄마을로 가지만 우리는 구례로 나가는 버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정금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여행 끝에 만난 정금차밭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금마을 정류장에서 구례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그린 정겨운 그림들로 작은 전람회를 열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이곳이 오시면 그림들을 보며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구례 터미널 앞에서 뼈다귀탕과 콩나물국밥으로 둘레길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구례역으로 이동하여 KTX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 걸었다는 후련함과 더 걸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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