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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 상의 지리산 둘레길 10코스 궁항마을에서 하동 읍내로 나갔다가 하룻밤 휴식을 취했던 우리는 양이터재 고개를 넘으면 이제는 완만한 내리막길만 남은 무난한 코스로 다가온다.


하동읍내에서 궁항마을로 오는 버스가 많지 않아서 하동읍에서 첫차인 오전 10시 45분 버스를 타니 궁항마을에는 11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다. 오늘도 어제처럼 화창한 날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다. 공기는 차갑지만 따스한 햇살 덕분에 상쾌한 기분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궁항 마을 앞 정류장을 떠난 길은 양이터재 고개까지 포장 임도가 이어진다.


밤새 많은 눈은 아니지만 눈이 살짝 내렸던 모양이다. 응달에는 눈이 남아 있어서 제설재를 뿌리는 트럭이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걷는 느낌 또한 나쁘지 않다. 겨울 여행에서 눈을 밟으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르게 보면 행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고도 약 3백 미터인 궁항 마을에서 고도 530미터의 양이터재 고개까지 약 2.5 Km의 오르막길은 몸에 열을 올리기는 하지만 완만한 오르막의 포장길이라 걷기에 좋은 길이다. 이제 민간도 끝이 나고 고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두껍게 깔린 눈은 아니지만 눈길을 지나서 드디어 양이터재 고개에 이른다.


양이터재 고개를 넘었지만 주위는 온통 깊은 산이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편백 나무들도 보인다.


임도를 따라서 산을 내려가는 둘레길은 중간에 갈림길을 만나는데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는 것이 우회로이고 좌측으로 빠져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 원래의 둘레길이다. 우리는 계곡길을 걷기로 했다.


궁항 마을부터 쉬지 않고 이동하던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계곡에 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눈이 덮여 있어서 걸음걸음 조심스럽다.


산의 모든 곳이 응달이 아니므로 햇살이 들어오는 계곡으로 진입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이 겨울에도 물이 흘러내려가는 계곡을 보니 비가 조금 많이 내리는 경우에는 계곡을 건너가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비가 내리면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계곡물을 보니 "깊은 산속 옹달샘....." 하는 동요가 흥얼거려진다.


계곡길의 백미는 역시 대나무 숲길이었다. 빽빽한 대나무 숲 터널 사이로 지나는 환상적인 길이 이어진다.


대나무 숲 너머 햇살이 터널 끝처럼 아름답다.


대나무 숲길을 자세히 보니 대나무들은 사람들이 살았던 주거지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주거지를 만들었던 돌담이 선명하다. 누가, 언제까지 이곳에 살았을까? 그들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집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수많은 질문들만 남겨진다.


많이 내려왔는지 숲 끝자락으로 마을 인근에 도착한 느낌이 든다.

따스한 겨울 햇살이 들어오는 고요한 대나무 숲길은 정말 환상적이다.


계곡길을 내려온 둘레길은 임도 우회로와 합류하여 임도를 따라서 나본마을로 향한다. 임도 양쪽으로도 대나무 숲이 울창하다.


응달에는 눈길 위에 누군가 산책을 다녀간 발자국이 남았다.


길은 어느덧 서쪽으로 하동호를 품고 있는 나본 마을에 도착했다. 산으로 둘러 쌓인 호수의 모습이 아릅답다.


나본 마을에 도착한 이후에는 고래실길 도로를 따라서 하동호 우측 하단 부를 걷는다. "고래실"은 토양이 좋고 물이 풍부한 기름진 논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나본 마을 주위로 계곡물이 풍부해서 기름진 논이 많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깃대봉, 칠성봉 등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하동호 상류 지역의 풍경을 잠시 감상하고 길을 이어간다.


도로 옆으로 하동호 산중호수길이라는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데크길에서는 호수 풍경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오후의 햇살이 만드는 은빛 호수 물결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길은 어느덧 사이펀 여수로가 설치된 댐에 도착했다. 하동호는 경남 최대 규모의 농업용 저수지라고 하는데 사이펀 여수로는 저수지의 수위가 일정 높이 이상이 되면 저수지의 물이 동력 없이 하류로 자동 배수되도록 하는 장치라고 한다. 댐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시설이라 할 수 있겠다.


하동댐은 1984년 지리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묵계천을 막기 시작하여 1993년 준공했다고 한다. 상류에는 그 유명한 지리산 청학동이 위치하고 있다. 댐 하류는 횡천강이다. 댐 위를 걸어서 하동호 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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