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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14코스는 섬진강과 나란히 북쪽으로 이동하며 형제봉 자락의 윗재 고개를 넘는 길이다. 난도가 상급이지만 그나마 거리가 짧고 단순한 길이라 다행이다.


대축마을에서 12코스를 마무리한 우리는 촉박하기는 하지만 다음 버스 시간까지 조금 더 걷기로 했다. 14코스의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입석마을까지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원래의 길은 대축마을에서 억양천을 건너서 둑방길을 따라 걷는 것이지만 일단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하신대에서 억양천을 건너기로 했다.


주말을 맞아서 악양 생활 체육공원에서 운동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대신에 공기 좋은 곳에서 운동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체육공원 뒤를 돌아가면 악양천을 건널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원래의 둘레길 경로와 합류할 수 있다.


악양 들판을 가로지르며 내려가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악양천을 건너 길을 이어간다.


악양 들판을 만든 악양천 둑방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입석 마을로 향하는 길이다.


길이 악양천 둑방길을 벗어나 입석마을로 향하는 길은 정면으로 우뚝 선 형제봉의 능선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형제봉이 1,116미터에 이르니 위압감이 느껴질 만한 높이이다. 윗재 고개를 지나는 둘레길은 고도 8백 미터 정도를 넘어간다.

입석 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하동읍내로 나가서 하룻밤 쉬고 다시 돌아와서 길을 이어간다. 버스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해서 입석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을 어르신이 오셔서 한마디 건네신다. "외지 사람들이 어떻게 버스 시간을 알고 타지?" "인터넷에서 검색했어요"라고 대답하니 "하동은 백 원만 내고 버스를 타!" 하신다. 하동의 백 원 버스를 말씀하신 것인데, 어르신에게 산청군은 무료라고 말씀드렸더니 놀라시는 반응이시다. ㅎㅎ. 다음 날 읍내에 있는 "도란도란 교통 쉼터"라는 이름이 붙은 정류장에서 입석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14코스를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다. 휴게소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주민을 위한 배려가 나름 훌륭했다.


버스에 내려 본격적인 오르막을 시작하는 길, 자전거로 만든 부엉이 삼 형제가 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마을 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라고 한다.


마을길을 계속 오르다 보면 선돌이라는 이름의 마을 미술관도 있었다. 생전 처음 만나는 "마을 미술관"에 마을이 달리 보인다. 훌륭하다!


별도로 시간을 내어 형제본 주막도 마을 미술관도 들러 볼 가치가 있어 보이지만 마을을 뒤로하고 오르막 길을 계속 오른다.


마을을 가로질러 지나온 길은 입석상저수지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마을부터 이어진 오르막길은 쉼 없이 이어지고 점점 더 경사도가 높아진다.


민가도 멀어지고 이마에 땀이 흐를 무렵 포장된 마을길도 끝을 보인다. 잠시 숨을 돌리고 짐을 정비하여 본격적인 오르막 숲길을 준비한다.


고도 약 3백 미터 지점부터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고도 6백 미터 정도의 윗재까지 오르면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등산로와 만난다.


쉽지 않은 오르막길, 난도 상급답다. 날씨가 화창하기는 하지만 날씨가 추워서 손이 시리다.


해발 고도 631미터 윗재 바로 아래에서 찬바람을 피해서 돗자리를 깔고 김밥으로 도시락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양지바른 곳에서 쉬고 있는데 한 중년 부부가 고소성 주차장 쪽에서 신선대 구름다리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같이 둘레길을 걷는 분이라면 반가울 텐데 아쉽다. 윗재에서 3백 미터 정도 더 오르면 구름다리라고 하는데 둘레길이 아찔한 구름다리를 거쳐가지 않는 것도 조금 아쉽다.


신선대 구름다리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윗재를 지난 다음에도 고도를 2백여 미터 올리는 오르막길을 계속 가야 한다.


거친 바위길, 숲길이 이어진다. 길은 하동군 악양면에서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로 들어섰다.


14코스 총 8.5km 중에서 6.2Km 정도가 지나면 길은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 바위를 감싸고 있는 드러난 나무뿌리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숲길에는 고로쇠 수액을 받고 운반하는 파이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구멍을 뚫어도 여름이면 회복되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나무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도 이상일 때 나무가 저장한 에너지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수액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숲길에서 특이한 나무들의 군락을 발견했다. 잎이 독특해서 주목이라 생각했는데 개비자나무라고 한다.


어느새 산을 많이 내려온 모양이다. 길이 완만해진다.


숲 속에는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집터 흔적도 있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늘 나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살던 흔적과 고사리밭을 만나는 것을 보니 정말로 마을 근처인 모양이다. 인근에서 부부로 보이는 중년 커플이 바위 아래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둘레길을 역방향으로 걷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코스의 끝자락이지만 그들이 앞으로 넘어갈 고개를 생각하니 아찔해 보인다. 추위에 완전 무장한 상태였는데도 마을에서 올라온 과정이 힘들고 추웠던 모양이었다.


작은 쉼터를 지나서 원부춘 마을길로 진입한다.


마을에는 고로쇠 수액 채취나 약초를 캘 때 사용하는 것으로는 모노레일도 설치되어 있었다. 때마침 동네 한 어르신이 지게에 수액 채취에 사용하는 도구들을 메고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고 계셨는데 오르막을 힘겨워하시는 모습도 혼자서 숲 깊숙하게 들어가시는 모습도 왠지 짠해 보인다.


급한 경사로의 마을길을 내려가 원부춘 마을 회관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봄이 풍요롭다는 마을 이름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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