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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 여행이다. 이번 여행으로 12코스부터 세 코스만 더 걸으면 끝이다. 12코스는 난도가 상인 코스이기는 하지만 버디재 정상부 7백 미터가 숲길이고 나머지는 배부분 임도 및 마을길로 걷기에 무난하다.


하동에 기차역이 있기는 하지만 하동읍으로 오는 것은 아직까지는 버스를 통해서 진주를 거쳐 들어오는 것이 나은 편이다. 이른 아침 진주 터미널을 떠나서 하동 터미널을 거쳐 버스를 타고 삼화실로 들어오는데 버스에 안내도우미가 승차해서 어르신들이 버스에 승차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하동군에서 예산을 지원해서 운영하는데 어르신들이 버스 타는 것을 돕고 관광 안내도 하고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는 등 좋은 모습이었다. 흠이라면 좋은 분위기에 할머님과 나누는 버스 기사의 진한 농담이 기분을 좋게 하지는 않았다. 벨을 늦게 눌렀다는 타박을 받으며 삼화실에서 버스를 내렸다. 차가운 아침 공기에 좋지 않은 기분은 날려 버리고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다.


배꽃, 매화, 복숭아꽃 세 가지 꽃이 피는 골짜기라는 삼화실의 골목길을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지리산 남쪽을 돌아왔던 둘레길은 12코스를 걸으며 남서쪽으로 이동하다가 섬진강 앞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벽에 붙여놓은 지리산둘레길 지도가 인상적이다.


남쪽으로 내려가던 길은 이정마을을 지나서 이정 2교 다리로 남산천을 가로지러 남서쪽으로 버디재 고개를 향한다. 정자 이름에 이화정이라는 현판을 붙여 놓은 것을 보니 삼화 중에 배꽃이 많은 마을이구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버디재를 향해서 오르는 길, 등 뒤로 아침 태양이 동쪽에서 힘을 실어 준다.

버디재를 향해서 오르는 길, 마을길 좌측으로 대나무숲을 만났는데 여느 대나무숲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대나무가 뿌리줄기로 땅속에서 수평으로 뻗어 나가며 숲을 키워 간다는 것은 알았지만 먼 거리로는 어떻게 번식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그 질문에 답을 해주는 모습이 있었다.


대나무 씨앗이 맺혀 있었다. 대나무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5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씨앗을 맺은 대나무숲은 전체가 죽고 씨앗이 발아하면서 새로운 세대를 이어간다고 하니 이 숲은 세대가 바뀌는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음과 탄생의 교차점에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감정이 든다. 아무튼 대나무는 나무라고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나무가 아니다. 위로만 크지 부피 생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나무에 있는 나이테가 없다. 실제로 분류도 벼과의 초본 식물이다.


버디재로 이어지는 길은 마을길을 벗어나 숲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초입에서 고로쇠 수액 채취가 시작되었다. 소수액 채취는 1월 말부터 3월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2월 초라 날은 여전히 춥지만 지금은 고로쇠의 시기인 셈이다. 수액 채취 현장에서 알 수 있었던 한 가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도구의 발전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액 채취를 위해서 구멍을 뚫고 수액을 모으는 것까지 다양한 도구들이 동원되고 있었다. 단풍나무과인 고로쇠나무의 이름은 뼈에 이롭다는 뜻의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버디재를 넘어가는 숲길은 7백여 미터 이어지는데 산 그림자로 햇살이 들어오지 않으니 고요한 숲길은 아직 서늘하다.


오르막 숲길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길은 버디재를 넘는다. 인근에 버드나무가 많았다고 버디재라고 불렸다고 한다.


하산길은 오래가지 않아 서당마을로 이어지는 마을길과 합류한다.


서당마을로 내려가는 마을길은 구불구불 이어진다.


이번에는 마을의 오솔길이다. 완만한 내리막길은 언제나 반갑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최고의 산책길을 지나 마을로 진입한다.


길은 어느덧 서당마을로 진입한다. 마을의 이름처럼 서당이 있던 곳이라 서당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서당마을은 하동읍에서 서당마을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 13코스의 종점이기도 하다.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에 있는 지선인 셈이다.


하동읍으로 향하는 13코스와는 작별하고 우리는 적량로 도로를 따라서 북서 방면으로 이동한다.

매애! 하며 놀고 있는 염소들을 보니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지 않는다. 늘 키워보고 싶은 동물이지만 이것저것 생각해 보면 쉽지 않다. 안녕!


길은 우계 저수지 하단을 가로질러 저수지 측면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우계 저수지에서 계곡 사이의 평야의 모습이다. 평화롭다. 평야 따라 내려가면 적량면 면사무소를 만날 수 있다.


우계 저수지 측면을 따라가는 길은 신촌재 고개를 향한다. 완만하게 오르는 오르막길이다.


길은 우측으로 적량로 도로를 바라보면서 마을길을 따라 과목마을을 지나 신촌마을로 향한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아래로는 우계 저수지가 아담하게 보일 정도가 되었고 위로는 신촌마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발 고도 2백 미터에 위치한 신촌마을은 규모가 꽤 있어 보였다.


적량로 끝자락에서 도로와 합류한 길은 신촌마을을 가로질러 길을 오른다.


신촌마을을 가로지르는 오르막 길은 좌측으로는 분지봉, 우측으로는 구재봉 사이의 계곡을 걸으며 신촌재 고개로 향한다.


12코스 총 16.7km 중에서 딱 10Km가 남은 지점, 이제 산 아래로는 13코스와 만났던 서당마을도 보이지 않는다.


경사도가 조금은 가파르고 해발 고도가 3백 미터에 이르는 곳인데 넓은 계단식 논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돌담을 얼마나 꼼꼼하게 쌓아놓았는지 마치 잉카제국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축대 쌓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축대를 가까이에서 보면 돌에 이끼가 있는 것이 아주 최근에 쌓은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자연석으로 어떻게 저런 축대를 쌓았는지 다시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깊은 산중이어도 해가 잘 들어오는 곳이니 논농사도 짓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풍경 속에서 사는 주인장이 부러울 따름이다.


민가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임도는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며 포근한 산책로를 만들어 준다.


어느덧 정오가 넘어가는 시간, 따스한 겨울 햇살을 맞으며 김밥으로 휴식 시간을 가지고 길을 이어간다.


길은 어느덧 12코스의 중반이다. 종점인 대축까지 8.2Km, 출발점인 삼화실까지는 8.7Km라고 한다.

길은 신촌재 고개를 넘어 먹점마을로 내려간다. 먹점재 고개가 하나 남아 있기는 하지만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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