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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3코스는 난이도가 "상"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코스이다. 초반에는 람천을 따라 걷는 평탄한 길이지만 배너미재를 넘어가야 하는 난관이 있다. 산을 내려와 장항마을에 도착하며 남원시 인월면에서 산내면으로 건너가고 60번 지방도 천왕봉로를 가로지르면 삼봉산 자락에 위치한 서진암 입구까지 오르막길을 이어간다.

예전에 지리산을 오를 때면 구례구역에 새벽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밤 기차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내리는 그런 기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고속열차를 타고 남원역에 내려서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는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내려와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서 역 앞에서 밥을 해 먹고 산을 오르던 기억은 그저 낭만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여행을 계획할 당시만 해도 남원시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인월 가는 시내버스는 고속 열차에서 내리면 얼마 기다리지 않아 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막상 정류장에 도착해서 보니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버스는 이미 떠나 버렸고 다음 버스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일단 남원 터미널로 이동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시내버스가 남원역을 출발하여 터미널을 거쳐서 목적지로 향하기 때문에 일단 터미널로 이동했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김밥을 구매해서 준비하고 혹시나 해서 직행버스가 있는지 알아보니 마침 자리가 있었다. 진주나 함양으로 가는 버스들이 남원과 인월을 들러서 가므로 남원역에서 터미널로 이동하여 직행을 타는 것이 빠른 이동 방법일 수 있다.


인월 지리산공용터미널에서 버스를 내려서 골목길을 따라 남쪽으로 람천 방향으로 이동한다. 몇 년 전 아이들과 2코스를 걷고 집으로 돌아갈 때 걸었던 길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인월(引月)은 달을 끌어당긴다는 의미인데 고려말 이성계가 왜구를 물리친 황산대첩 당시에 날이 어둡자 달을 밝도록 간절히 기원해서 왜구를 물리쳤다는 전설에 기원한다고 한다. 이성계의 황산대첩이 계백 장군의 황산벌 전투와 혼동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곳 인월이 황산대첩의 현장이라고 한다.


이어지는 추위 속에 람천을 넘어서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시작점으로 향한다. 오늘은 날씨도 푸근하고 화창해서 외투를 배낭에 걸치고 걸어도 충분할 정도다.


람천 천변의 둑방길을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조금은 서늘한 공기가 상쾌함을 더해준다.


봄에 오면 환상적인 람천변 벚꽃길을 걸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서늘한 기운 가운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걸을수록 체온이 오르면서 목도리 벗고, 장갑 벗고, 외투를 벗으면서 몸에 걸치던 옷은 점점 줄어들고 어깨에 메는 짐을 조금씩 늘어난다.


동쪽으로 향하던 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요양원을 지나고 인월중군길 도로를 만나면서 데크길을 걷는다. 누렇게 옷을 갈아입은 들판 풍견 너머로 인월 읍내를 뒤로하고 중군교로 향한다.


나무로 장승처럼 만든 지리산 둘레길의 길표식을 보니 왠지 정감이 더해진다. 지리산 둘레길이 만만한 길은 아니지만 친절한 표식 들 덕분에 도움을 받으면서 걸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길이 중군마을에 들어서자 독특한 마을 입구에 한번 놀라고 담장에 지리산 둘레길로 치장을 해 놓은 것에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 마을 이름인 중군은 군사 용어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통상 삼군 체제라 하여 전군(前軍), 중군(中軍), 후군(後軍)으로 나누었는데 지휘부는 중군에 속하다고 하고 임진왜란 당시 중군이 이 마을 주둔했다고 해서 중군마을이라 불렸다고 한다. 1151미터의 덕두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치 성문처럼 보이는 것은 중군정이라는 마을의 정자이다.

중군마을을 남쪽으로 가로지르는 길은 좌측으로 덕두산과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선화사 갈림길을 만나는데 우리는 선화사를 거쳐가는 경로가 아닌 주랑흙집이라는 지붕이 독특한 펜션을 끼고돌아 하천을 따라 걷는 경로를 선택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수성대 쉼터를 만나는데 춥고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영업을 하지 않았고, 대신에 계곡에서 찬물에 세수도 하고 넉넉하게 쉬어갈 수 있었다. 오르막을 걸을 때는 땀이 비 오듯 하더구먼, 쉬는 시간에는 땀이 식으니 춥다.


드디어 선화사 갈림길 도착했다. 이제는 포장길 걷기는 끝나고 본격적으로 산길 걷기가 이어진다.


산길 걷기는 데크 계단으로 계곡을 건너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랜만의 산길 걷기에 조금은 긴장감이 몰려온다. 아직 겨울잠에 들어가지 않은 반달곰이 있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리산 반달곰들은 11월에서 1월 사이에 겨울잠을 자기 시작해서 봄에 깨어난다고 하고 대부분은 12월 동면에 들어간다고 한다.

숲길 초입에서 신기한 장면을 만났다. 바로 딱따구리 한 마리가 톡톡톡 나무를 쪼고 있었다. 만화에서나 보고 실제로 본 적은 없고 더구나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는 장면은 TV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우연히 이런 장면을 만나다니...... 옆지기와 둘이서 한참을 지켜보았는데 사람의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나무를 쪼고 있었다. 동영상도 찍기는 했는데 이제는 티스토리에서 동영상을 업로드 할 수 없으니 할 수 없다.


계곡을 넘어가는 길목에는 수성대라는 표식이 있었다. 읍성이나 산성의 외성을 수비하는 수성군이 잠복하던 곳이라고 수성대라 불렸다고 한다.

반달가슴곰을 주의하라는 안내판을 보니 곰들이 모두 잠든 시기에 지리산둘레길을 걸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반달가슴곰 방사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일본과 달리 인명피해는 없고 대부분은 벌꿀 피해나 농가 피해라고 한다.


산길에 접어들었지만 다행히 거친 오르막길은 아니다. 배너미재에 오르면서 고도를 어느 정도 높였기 때문에 산길을 걷지만 완만한 능선 길을 걷다가 하산길을 걷는다.

보통 가을이나 겨울의 산길은 활엽수의 낙엽을 밟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소나무가 많은지 수북한 솔잎을 밟으며 걷는다.


배넘이재 고개를 넘어서면 발걸음도 가벼운 하산길이 시작된다. 장항마을로 향하는 길이다.


소나무 사이를 지나는 숲길을 걸어 산을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눈앞으로 남원시 산내면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남원시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동네이다.


꽃도 풀도 없는 계절, 지난가을 열매를 맺고 아직 나무에 달려 있는 노박덩굴 열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란색 껍질이 세 갈래로 갈라지고 그 속에 있던 붉은 열매가 삭막한 계절에 꽃 역할을 하고 있다.

노박덩굴은 바닥에 떨어진 노란 껍질로도 자신의 존재를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장항마을로 내려가는 초입에 전망 좋은 쉼터가 있어서 여유 있는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수령이 4백 년 넘은 소나무의 기운을 받으며 쉬는 곳이다. 산내면의 지리산 콘도가 시야에 들어오는 곳인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묵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흐릿흐릿한 기억만 스쳐 지날 뿐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어르신 나무를 뒤로하고 장항마을로 내려간다.


마을로 내려가 장항길 도로를 만나는 지점에는 지리산 둘레길 안내판과 함께 "신선 둘레길"이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장항마을에서 시작하여 팔랑치를 거쳐서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길이라고 한다. 도로 표지판에는 산내면과 함께 경남 함양군도 등장했다.


길은 장항교를 통해서 람천을 건너고 천왕봉로 도로를 가로질러서 삼봉산(1,187m) 자락으로 진입한다.


산내면 대정리 마을길을 따라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대정리 마을은 온통 고사리밭 천지이다. 바로 옆이 경남 함양인데 경남은 우리나라 고사리의 88%를 생상하고 있다고 한다. 더덕 다음으로 많이 생산하는 임산물이 고사리라고 한다. 중국산이 국산에 비해서 가격이 20%~30% 정도라고 하니 생산 인력도 부족하고 가격 경쟁력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데친 수입 고사리는 더 싸다고 하니......


서진암 표지석이 등장했다. 산 아래 람천 천변에 있는 1200년 역사를 가진 실상사 소속의 암자라고 한다. 둘레길은 서진암 입구까지 함께 오르막길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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