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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에 떠난 지리산 둘레길 걷기, 이제는 경상남도 지역으로 들어서서 걷기를 이어간다. 함양 지역의 둘레길 4코스는 출발 전에 벽송사를 거쳐서 갈지 아니면 임천을 따라서 와불산 아랫자락의 숲길과 용유담을 거쳐 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벽송사를 거쳐 가는 방법이 오르막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지만 쭉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단순한 경로이기 때문에 의외로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우리는 용유담 경유 코스를 선택했는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숲길을 걷느라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았다. 두 코스를 모전 마을에서 합류한다.


금계 마을 입구에서 둘레길 4코스의 전체적인 그림을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걷기에 나선다. 멀리 보이는 천왕대불이 아침 햇살을 받아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채석장 한쪽 면에 불상을 새겨 놓을 생각을 하다니 나름 기발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함양 금계마을의 원래 이름은 노디목이었다고 한다. 노디가 징검다리의 방언인데 지금은 임천을 가로지르는 의탄교 다리가 있지만 그 시절에는 징검다리로 하천을 건너던 곳이었다고 하니 물이 불어나면 움직이지 못했을 마을 사람들을 상상하게 된다. 의탄교 다리 우측으로 가면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 보았을 칠선 계곡이 있는 곳이다. 백무동, 뱀사골, 중산리, 노고단 등 어떤 곳을 통해서도 천왕봉에 오를 수 있지만 칠선계곡 쪽 길은 늘 출입금지가 되어 있었다. 자연보호 때문에 지금도 예약을 해야만 오를 수 있는 금단의 땅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갈 수 있을까?


의탄교로 임천을 건넌 길은 마을길을 돌아가지 않고 마을 앞의 작은 산을 거칠게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거친 오르막은 백여 미터로 길지 않지만 영하의 날씨에 완전 무장한 것을 벌써부터 조금씩 벗게 만든다. 동쪽으로 떠 오르는 아침 햇살이 따스하다.


중간에 잠시 의중마을 입구를 거치지만 둘레길은 마을길로 가지 않고 다시 숲 사이로 길을 찾아 나선다. 의중마을 소개에도 칠선계곡이 등장한다.


숲길을 헤치고 나오면 의중마을 갈림길에서 눈부신 아침해가 우리를 반겨준다.


의중마을에서 벽송사 경유 코스와 용유담 경유 코스가 갈라진다. 벽송사 코스가 1.7Km 정도 더 걷는데 우리가 걸었던 용유담 코스의 오르락내리락 숲길을 돌아보면 벽송사 코스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마을길을 따라 용유담을 향해서 걷는다.


우송대(友松臺)라고 이름 붙인 바위 너머로 천왕대불이 시야를 사로잡는다. 이 동네도 그렇지만 용유담 인근도 예로부터 역사가 깊은 곳인데 이곳 풍경을 즐기던 옛 선인들은 과연 채석장에 불상이 새겨질 것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임천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강 쪽으로는 길이 없기 때문에 마을길 끝자락을 향해서 계속 동쪽으로 이동한다.


아직은 산 그림자가 아침해를 가리고 있어서 동쪽 숲길로 나아가는 둘레길은 조금은 어둑하다.


숲길에서는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집터로 보이는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 살았던 집터들이 나무들의 보금자리로 바뀐 모습을 보며 유한한 사람의 시간을 곱씹어 보게 된다.


숲길이지만 둘레길은 나름 잘 정비된 길이 이어진다.


소나무 군락지를 지날 때는 활엽수 낙엽이 아니라 솔잎을 밟는 폭신한 바닥 감촉을 느끼며 걷는다.


물이 많은 계곡의 너덜바위 지대를 지날 때는 숲이 얼마나 깊은지 바위들이 온통 이끼 투성이다. 바위에 자리한 이끼는 비를 맞으며 바위를 깎아 토양을 만들고 또 다른 식물이 뿌리를 내릴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숲 속에 데크길을 만나고 계곡을 돌아가며 숲 속을 비추는 아침 햇살을 만나면 반갑기 그지없다.


숲길은 어느덧 용유담에 도착했다. 지역도 함양군 마천면에서 휴천면 송전리로 진입한다.


길은 용유담 위를 가르는 용유교 다리 앞에서 우회전하여 모전마을로 향한다. 용유담(龍遊潭)은 풀이하면 용이 놀다간 연못이라는 의미인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명확하게 기술된 역사적인 장소이다. 물이 거칠게 내려가는 물소리만이 근처에 용유담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 지역은 지리산댐(문정댐) 건설 계획이 추진과 백지화를 반복하고 있다는데 용유담의 존재가 나름 댐 건설을 막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전교를 넘어서 모전마을로 향하는 길, 용유담으로 합류하는 지천의 바위 모습도 장난이 아니다. 여름에 물이 많을 때는 무섭지 않을까 싶다.

지리산 둘레길 4코스는 모전마을에서 벽송사를 경유한 길과 합류하여 동강마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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