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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릉에서 출발하는 101코스는 원래는 진강산 아랫자락을 걸으며 곤릉, 석릉, 가릉을 차례로 지나고 능내리에서 마을 뒷산으로 양도면 사무소 인근을 우회하여 하우고개를 넘는다. 그런데, 100코스를 끝낸 시점이 폭염이 절정인 정오 시간대이고 옆지기의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우리는 능내리 인근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고 이후로는 강화남로 도로를 따라서 하우고개를 넘기로 했다. 하우고개를 넘으면 건평리 마을길로 들어가서 해안으로 나가고 건평리 양지삼거리 이후로는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외포항에 닿는다.


서해랑길 101코스는 곤릉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하여 마을 안으로 들어가 진강산 자락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100코스를 끝낸 옆지기의 몸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 집을 떠나와서 폭염 속 걷기가 5일째이고 오늘은 100코스와 101코스를 이어서 걸어야 하니 앞으로 가야 할 거리가 막막해서 100코스를 끝내자마자 힘을 쭉 빠졌을지 모를 일이다. 허기가 있을 텐데 김밥도 마다한다. 정류장 옆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버린다. 내일이면 서해랑길도 끝이 나는데,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워있는 옆지기를 두고 다음 여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며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를 자세히 보니 양도면 읍내로 가는 버스가 곧 올 것 같았다. 지도상으로도 양도면 읍내로 가면 101코스 중간 지점에서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할 수도 있었다. 관련 내용을 옆지기에 설명하니 그러자고 한다. 자리를 정돈하고 일어난 옆지기가 버스가 빨리 오지 않는다고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래 기다리지 않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양도면 읍내에서 버스를 하차한 우리는 강화남도 도로를 따라서 북서 방향으로 이동한다. 우람한 은행나무 가로수가 인상적인 지역이었다. 편의점에서 시원한 물로 몸을 식히고 김밥도 먹으니 옆지기도 걸을만한 수준으로 몸이 회복된 모양이다.


강화남로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길에서는 양도면 사무소와 양도 파출소를 차례로 지난다.


강화남로 도로를 따라서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면 강화읍내가 나오고 강화대교를 통해서 서울로 연결되는 길이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있지만 나무 그늘이 풍성하지는 않아서 우산으로 정오의 태양을 가리며 걸어야 한다.


하우고개를 넘어가는 길에서 정제두묘 쪽에서 내려온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정제두는 조선 후기의 학자로 조선 양명학의 아버지, 강화학파의 창시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양명학이 신분제 폐지를 주장하였다고 하니 달리 보인다.

고개를 넘어가는 길 건너편으로는 김취려 장군의 묘도 있었다. 고려의 강화천도가 남긴 많은 유적 중의 하나이다. 김취려는 고려의 무신으로 몽골에 쫓겨 남하한 거란족의 침입을 격퇴했던 장군이다.


길 옆으로 분홍빛의 싸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우고개를 넘어선 길은 강화남로 도로를 벗어나 건평로 길을 따라서 건평리 방향으로 내려간다.


마을길 초입에 하우약수터와 공중 화장실이 있었는데 벽화가 그려진 하우약수터는 물이 없었다.


건평리 마을길로 내려가는 길,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건평리 마을길을 걸으며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 태양은 뜨겁게 작렬하지만 이곳의 들판은 평화롭게만 하다.


건평리 마을길을 가로지르는 길은 양지부락 노인회 건물을 지나쳐 해안으로 향한다.


건평교회를 지나는 골목길에 접어드니 골목길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듯하다. 해인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폭염 속 뙤약볕 아래 걷기이지만 왠지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건평리 골목길에서 만난 재미있는 그림이다. 화려한 능소화의 계절답게 전봇대를 완전히 감싸며 정복한 활짝 핀 능소화도 아름답지만, 바닥에 떨어진 꽃의 흔적을 바라보며 순간의 사색에 잠긴다. 삶의 화려한 시절은 찰나와 같다.


드디어 길은 건평항이 내려다 보이는 양지삼거리에서 해안으로 나와서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석모도 사이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천상병 귀천공원의 그늘 벤치에 누워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30분 넘는 시간을 쉬었던 것 같다. 101코스 종점도 얼마 남지 않았고 시간도 늦지 않았으니 급할 것이 없었다.


천상병 시인이 자란 곳은 경남 마산이지만 고향 대신에 강화도를 자주 찾았는데 동백림 사건으로 고문을 받았던 시인이 이곳 건평포구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적었던 메모가 ‘귀천’이라는 시로 탄생했다고 한다. 시 한 편 읽고 길을 이어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돌아갈 길을 준비하는 것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받던 시기에 쓴 시라고 하니 더욱 마음이 간다. 독재 시대를 향수하는 분들에게 그 당시 군사 정권에 의해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고 공감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 멀리 석모대교도 시야에 들어온다.


해안도로를 따라 불러오는 바람은 강렬해서 양산을 들고 걷는 것 자체가 버겁다. 그러나, 뜨거운 바람이라 더위를 식혀주지는 않는다. 그늘이 하나도 없으니 태양을 가려주는 양산도 포기할 수 없다.


외포항 인근에 도착하니 북쪽으로는 석모대교가 정면으로 보이고 강화함상공원도 만난다. 2017년 다리가 개통되기 이전만 해도 석모도는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곳이다.


외포항으로 진입한 길은 강화파출소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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