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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해랑길 걷기의 마지막날이다. 2023년 겨울에 걷기 시작했던 서해랑길의 긴 여정을 2025년 여름에 끝낸다. 오늘은 102코스와 마지막 103코스를 이어서 걸을 예정이다. 어제 여행의 고비를 넘어선 옆지기를 위함도 있지만 103코스까지 무리 없이 걷기 위해서 102코스 초반의 산행은 생략하고 해안길을 돌아서 가기로 했다. 해안서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길은 석모대교 앞을 지나서 황청리까지 이어진다. 이후로는 황청포구로 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중촌마을에서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해안으로 나간다. 창후항까지 간척지의 둑방길을 걷는 여정으로 중간에 계룡돈대, 망월돈대를 차례로 지난다.


102코스는 외포리 강화파출소 앞에서 시작한다. 해안서로 도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외포항 젓갈 수산물 직판장 앞을 지나는 길, 이곳에서는 새우젓을 비롯한 각종 젓갈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짐을 줄여서 체력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니 쇼핑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오늘은 외포항 숙소에서 하룻밤 쉬어간다. 외포항은 저렴하면서도 좋은 숙소가 있어서 좋았다. 젊은 사장은 일찍 숙소에 도착했다고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방으로 바꾸어 주는 친절함도 베풀어 주었다.


다음날 새벽, 물이 들어온 외포항 앞바다의 풍경은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눈앞의 석모도가 있어서 그런지 앞바다는 마치 잔잔한 호수와 같다.


103코스까지 걷기 위해서 서둘러 출발했지만 새벽 시간임에도 이미 더위는 한창이다. 초반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 높지 않은 산이지만 국수산과 갈멜산 사이의 고개를 넘어가는 산행은 생략하고 우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멀리 보이는 석모대교를 향해서 해안서로를 걷는다. 우측으로 산을 두고 걷다 보니 자연스레 산그림자가 아침해를 가려주어서 나름 뜨겁지 않게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산 아래 펜션들이 자리하고 있는 대정과 허튼개 정류장을 지난다.


국수산 자락을 지나는 길은 조선 숙종 당시에 축조되었다는 삼암돈대를 지난다. 총 54개에 이르는 강화도 돈대 중의 하나이다.


어스름한 새벽 기운을 뚫고 가는 길, 우측으로는 강화해누리공원을 두고 좌측으로는 석모대교를 보면서 걷는다. 공원 위에 횃불은 강화군의 심벌마크에 등장하는 횃불을 조형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깃발에도 들어가는 심벌마크에 횃불이 등장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많지 않은데, 전국체전의 성화를 채화하는 마니산의 참성단과 연관 있다는 설명을 접하면 나름 수긍이 간다. 하단의 물결 세 개는 강화만으로 흘러드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을 의미한다고 한다. 감화도는 역사적으로도 지형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수산의 산 그림자를 받으며 석모대교 앞을 지난다.


어스름한 새벽 기운 가운데서도 청초한 빛의 달맞이꽃이 시야에 들어온다. 꽃 이름처럼 밤에만 꽃을 활짝 피우고 낮에는 오므라든다고 하는데 아직 산 그림자가 해를 가리고 있어서 꽃잎을 활짝 열고 있는 모양이다.

물이 들어온 상태라 그런지 강화해협의 물살도 장난이 아니다. 울돌목만큼의 물결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수량도 흐름도 거세 보인다.


석모대교 앞을 지나 황청리에 이르니 국수산의 산 그림자도 걷히고, 해안서로 해안길도 끝난다. 우회전하여 황청포구로 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중촌 마을에서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서쪽 해안으로 나간다.

간척지 농로를 가로지르며 서쪽 해안으로 나간다. 이제는 산그림자도 없고, 나무 그늘도 기대하기 어렵다. 해를 가려주는 우산에 의지하여 길을 이어간다.


이 동네는 제초제도 농약도 뿌리지 않는지 곳곳에서 거미줄들이 온전한 형태로 그 쓰임새를 다하고 있다. 거미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긴 호랑거미이다. 호랑이처럼 생긴 몸의 무늬가 특색이 있다.


수로 위에도 나뭇가지 사이에도 곤충을 잡으려는 긴 호랑거미의 덫이 튼튼하게 설치되어 있다. 거미는 곤충이 아니라고 한다. 곤충은 다리가 6개에, 머리, 가슴, 배로 나뉘지만 거미는 다리가 8개에 머리와 배로만 나뉜다.


간척지 농로를 가로질러서 해안으로 나가고 있지만 이곳의 간척 역사는 최근이 아니라 고려 시대의 강화천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달개비라고도 부르는 닭의장풀이 파란색의 앙증맞은 꽃을 피웠다. 꽃은 작지만 정말 아름다운 색을 가졌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으니 논 주변에서도 다양한 식생을 만날 수 있다.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고 풀 자체를 약용으로도 쓴다고 하지만 먹을 게 넘쳐나는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잡초일 뿐이다.


드디어 둑방길에 올라섰다. 바다 건너로 석모도 북쪽 끝자락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해안 둑방길은 그늘이 없는 것이야 우산으로 해를 가리며 걸으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풀잎에 맺힌 이슬이었다. 오전 7시 30분을 바라보는 시각, 아직 마르지 않은 풀잎의 이슬 덕분에 걸을수록 신발은 물에 빠진 것처럼 축축 젖어든다.


바로 옆의 바다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바다건너편으로 상주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상주산이 위치한 곳은 원래 송가도라는 섬이었는데 조선 숙종 때 이곳처럼 간척이 이루어져서 석모도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길은 계룡돈대 앞을 지나서 간다. 멀리서 보면 유럽의 고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복원한 흔적이 남아 있지만 계룡돈대는 걸작으로 불릴 만큼 잘 만들었고, 강화의 다른 돈대와 달리 돈대를 건립한 시기와 주체가 돌에 새겨져 남아 있는 곳이라고 한다. 둑방길 바로 옆으로는 간척지와의 사이에 수로가 배치되어 있다.

북쪽으로는 간척지 너머로 102코스 종점인 창후항 인근에 별립산(416미터)이 자리하고 있다.


이슬 가득한 풀밭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꽃이 있었다. 바로 석잠풀이라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한방에서는 약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슬 맺힌 풀이 가득한 둑방길을 걷던 우리는 앞으로 갈길도 먼데 이슬에 이미 젖어 버린 신발을 신고 풀숲을 헤치며 걷는 것은 지혜로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둑방길 옆 수로와 나란히 가는 농로로 내려가 풀숲을 벗어나기로 했다. 상류에 고려 저수지를 두고 있는 내가천 하류의 수문 지역을 지나서 간다. 내가면 구하리에서 하점면 망월리로 진입한다.

내가천 수문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정면으로 송가도의 상주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측 끝자락에는 망월돈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북쪽에 자리한 별립산을 바라보면서 북쪽으로 들판을 가로질러야 한다.


둑방길로 계속 걸었다면 만났을 망월돈대를 뒤로하고 간척지 농로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얼마나 많았던지, 젖은 신발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면 신발에서 물기가 철철 넘친다. 풀잎 가득한 둑방길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바로 옆 농로를 걷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간척지를 가로지른 길은 둑방길에서 나온 길과 합류하여 하점면 창후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평일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창후항으로 향하는 마을길은 조용하다.


복어 중에 가장 비싸다는 황복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이곳 창후항이라고 한다. 한강과 임진강에서 자라던 황복은 먼바다까지 나갔다가 봄이 되면 다시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가는데 창후항이 그 길목에 있기 때문인 모양이다. 노을이 아름답다는 창후항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이른 시간에 출발한 덕분에 오전 9시가 되지 않은 시각에 102코스를 끝내고 마지막 코스인 103코스를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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