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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굴단지를 떠난 길은 홍성방조제의 둑방길을 걸으며 보령시에서 홍성군으로 넘어간다. 홍성호 끝자락에서 수룡항포구를 지나고 해안길을 따라서 남당항을 지나 어사항에 닿는다.

 

광천역을 거쳐 광천터미널로 이동한 우리는 광천터미널에서 750번 버스를 타고 천북굴단지로 이동했다. 오전에 출발하는 버스로 07:30, 09:20, 11:25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광천은 이번처럼 여행을 통해서 들르기도 했지만 보리나 밀을 정미하러 오기도 했었던 곳이다. 보리나 밀의 겉껍질을 벗기는 정미소가 많지 않기 때문인데, 광천 읍내에 밀 껍질을 벗겨주는 정미소가 있다. 여행으로 오던, 일 보러 오던 늘 광천에 오면 새우젓을 사야 하나 고민에 빠지고 늘 그렇듯이 육젓이나 추젓을 사간다. 값싼 추젓을 생각했다가도 주인장의 말솜씨와 통통한 새우의 모습을 보면 값이 두 배가 넘는 육젓을 충동 구매 하기도 했다. 유월에 담근 것을 육젓, 오월에 담근 것을 오젓, 가을에 담근 것을 추젓이라 한다. 육젓이 가장 비싸고 맛도 그 값을 한다. 아무튼 자주 다니던 곳이고 얼마 전에도 왔던 곳이니 광천역에서 버스 터미널까지는 자연스럽게 기억을 더듬어 발길 닿는 데로 걸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시장 골목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걸어도 걸어도 터미널을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시장을 한 바퀴 돌아서 터미널로 갈 수 있었다. 막연한 확신은 늘 잘못된 길로 나를 인도한다.

보령의 서해랑길도 천북굴단지가 끝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지만 이곳에는 나는 굴만으로는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지난번 여행에서 만났던 택시 기사님의 전언에 따르면 다른 지방에서 굴을 어느 정도 가져온다고 한다. 세계에서 신선한 굴이 가장 싼 나라, 대한민국에서 큰 굴이니 어디에서 키운 굴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이곳 장은리는 홍성방조제가 들어서기 전에는 주변 바다가 굴 천지였다고 한다.

 

입구 공원에는 버들마편초의 보랏빛 꽃이 가을 분위기를 한껏 올려준다. 잎이 버드나무 잎을 닮았고 꽃이 달린 줄기가 말채찍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남쪽을 바라보니 만조 때문에 62코스 끝자락을 걷지 못했던 지난번 여행의 추억이 떠오른다. 가족 모두가 함께 서해랑길을 걸었던 첫 여행이었고, 만조 때문에 길이 막힌 첫 경험을 했던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도, 물이 부족하고 물을 구할 편의점도 없는 상황에서 흑염소를 키우시는 마을분 덕분에 생수를 보충했던 고마운 기억도 있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지난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시작한다.

 

굴 모형을 비롯한 다양한 조형물이 있는 공원을 가로질러 홍성 방조제로 진입한다. 2001년에 완공한 방조제이니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방조제로 보령의 장은리와 모산도 섬을 잇고 모산도와 홍성의 신리 사이는 매립하는 방식으로 길을 만든 모양이다.

 

물이 빠진 해변에는 조개를 잡는 사람들, 얕은 물에 들어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천수만 바다를 즐기고 있다. 천수만  바다 건너편에는 안면도가 수평선을 대신하고 있다.

 

우측으로 홍성호를 보면서 보령시에서 홍성군으로 넘어간다. 홍성호 상류로 올라가면 금리천이다. 충청남도 도청이 홍성의 내포신도시에 있다 보니 홍성으로 다양한 교통망이 확충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룡항포구를 지나면 배수갑문과 우측 길 건너 홍성 보령 방조제 기념 공원에 자리한 풍력발전기도 만난다. 배수갑문을 지나면 지금은 육지와 연결되어 섬이 아닌 옛 모산도로 들어간다. 

 

40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 멀리 남당항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산도를 벗어난 길은 신리교차로에서 서산, 남당 방면으로 길을 이어간다.

 

도로를 따라 걷지만 이곳에도 생명들은 찬란한 꽃을 피운다. 큰 낭아초라는 콩과의 낙엽관목이다. 아카시 나무처럼 콩과라서 그런지 잎이 비슷하게 생겼다. 아카시 나무처럼 녹화 사업을 위해 도입한 외래종이라고 한다. 꽃이 늑대의 이빨처럼 생겼다고 낭아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가을은 역시 국화의 계정 아닌가? 국화와 비슷한 털쑥부쟁이라고도 부르는 미국 쑥부쟁이인 모양이다. 앙증스러운 꽃들이 화사하게 피었다.

 

국도를 따라 걷던 길은 소도마을에서 해안길을 들어가 해안길을 걷는다.

 

물 빠진 갯벌을 따라 걷는 해안길은 정면으로 남당항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남당항 해양분수공원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커피 한잔 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져본다. 사계절 수산물이 넘쳐나지만 대하축제가 열리는 10월은 더욱더 사람들이 많으므로 활어를 실어 나르는 활어차들도 일거리가 많은 모양인지, 활어차 운전기사분들이 차를 세워두고 편의점에서 수다를 풀어내고 있었다.

 

가을에는 대하 축제 봄에는 새조개 축제가 열리는 남당항은 주말을 맞아 사람들로 넘쳐난다. 축제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시끄러운 음악들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걸음을 부지런히 옮겨서 남당항으로 몰려드는 인파를 빠져나간다. 대하 정찰제라 해서 가게에서 먹는 가격과 포장 가격을 큼지막하게 붙여 놓았다. 괜찮은 방법이지 않은가 싶었다. 소금을 깔고 구운 대하구이 생각을 하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

 

남당항은 국가어항으로 지정될 만큼 규모가 있는 항구이기도 하지만 남당항 방파제가 활처럼 바다로 길게 휘어진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파로 넘치는 남당항을 빠져나와 남당 노을 전망대를 지난다. 서쪽으로 천수만 너머로 지는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남당항에서 멀어지니 귓전을 때리던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어느 정도 조용해졌다.

 

그런데, 어사항으로 다가갈수록 다시 큰 음악이 쿵쿵거리기 시작한다. 남당항에 비해서는 크지 않지만 작은 항구여도 횟집들이 10여 곳 영업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이곳에도 분위기를 올리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사항은 어사리에 있는 항구인데 고기와 모래가 많다고 어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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