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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봉면 읍내를 지나는 서해랑길 52코스는 읍내 외곽을 빠져나가며 다시 강변 둑방길을 걷는다. 진봉면 상궐리의 둑방길을 지나 수로를 건너면 진봉면에서 만경강 이름의 유래가 된 만경읍으로 진입하여 만경강 하구의 넓은 둔치 풍경과 함께 길을 이어가고 화포마을과 만경낙조전망대를 차례로 지나서 깔끔하게 정비된 강변 산책로를 따라서 29번 국도가 지나는 청하대교 아래를 통과해서 만경대교 앞의 새창이 다리를 건너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진봉면 읍내로 들어온 길은 마을 외곽을 돌아서 강변으로 나간다.

 

엄청난 간척지를 포함하고 있는 진봉면 자료를 찾다 보니 반갑지 않은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나라를 팔아먹은 자, 매국노의 대명사 이완용이다.  조선말기 전북관찰사로 이곳에 내려온 적인 있었는데 그때 흙으로 둑을 쌓고 갈대를 태워 농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직무태만과 착복의 기록을 보면 미래를 바라본 간척보다는 개인의 영달과 부를 위한 작업이었던 모양이다. 

 

길은 수로를 따라 이어진다.

 

수로변의 푸른 갈대와 황금들판을 보면서 흙길을 걸어간다.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훅 올라오지만 바닥상태에 따라 다양한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는 흙길이 좋다.

 

흙길이 좋은 점은 척박한 환경임에도 다양한 생명을 만난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흙길에서 계란 노른자를 닮은 캐모마일이라는 꽃을 만났다. 아주 작은 꽃이지만 나름 약용으로 많이 쓰이는 식물인 모양이다.

 

한쪽은 모내기 직전이지만 다른 논은 황금색 보리가 수확 직전이다.

 

양탄자처럼 펼쳐진 황금색 보리밭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포장된 농로는 아니지만 수로와 텃밭과 황금들판을 보면 걷는 매력이 있다. 지루할 틈이 없다.

 

보급용 종자를 키우는 곳이라서 그런지 보리를 정말 잘 키웠다. 농민들도 이런 모습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유진이라는 보리 품종을 키우는 곳이었는데 까락이라는 보리 수염을 퇴화시킨 품종이다. 

 

유진이라는 보리 품종이 수염이 없으니 들판이 더 진해 보인다. 수염이 있는 보리들은 수염이 있으니 부드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 까락이 목과 같은 연한 살에 닿으면 정말 고통스럽다. 모든 것은 멀리 보는 것과 접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 법이다.

 

길은 새만금 광역 탐방로라는 이름으로 갈아입었다. 화포리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몽산 인근의 수로를 건너는데 선물 같은 쉼터를 만났다. 둑방길에서 제대로 쉴만한 곳을 만나기 어려우니 이런 쉼터는 정말 선물과 같은 곳이다. 넉넉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몽산을 지나면서 길은 진봉면 상궐리에서 만경읍 화포리로 넘어간다. 이 동네는 논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이 동네 논들은 봄 농사의 절정 모내기가 끝났다. 잔잔한 호수 같이 변한 논들을 곁에 두고 길을 이어간다.

 

길은 어느덧 화포마을을 앞두고 있다.

 

마을 앞 강변에 자리한 숲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나무를 구경하기 어려운 평야지대에서 조림했는지, 아니면 자연스레 생긴 숲인지는 모르겠지만 섬과 같은 숲이 아주 귀해 보인다.

 

길은 화포마을 외곽을 돌아서 간다.

 

달콤한 향기를 전해주던 찔레꽃도 서서히 지고 있다. 지고 있는 찔레꽃과 함께 봄도 지나간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변 둔치의 넓은 초지를 보면 소떼라도 풀어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뚱맞은 상상도 해본다.

 

화포마을을 지나고 길은 들길을 걸어 만경낙조전망대로 향한다.

 

만경낙조전망대로 들어가면서 깔끔하게 마련된 자전거 길을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작은 언덕에 자리한 정자가 전망대인 모양이다. 정호승 시인의 만경평야 시를 옮겨 본다. 

노을은 지지 않는다
노을 속으로 새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가 삶도 없이 죽음에 이르고 있느냐
누가 죄인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느냐
이슬처럼 풀잎 위에 앉아 있어라
죽어서도 기뻐하며 살 수 있느니
만경평야에 첫눈 내리면
첫눈처럼 풀잎 위에 앉아 있어라

 

깔끔한 자전거 길을 따라서 저벅저벅 동쪽으로 이동한다.

 

북쪽으로는 만경강, 남쪽으로는 임석산, 외석산이 있는 소토리 풍경이다. 주변에 있는 다른 마을들보다 작은 마을이라고 소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금계국으로 장식한 정자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둑방길 걷기는 휴식처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종점에서 군산 가는 버스 시간에 맞추려 부지런히 걷다 보니 좀처럼 휴식 시간을 갖지 못했었다.

 

버스 시간에 마음은 조금 급하지만 정자에 앉아 서쪽으로 지고 있는 노을을 잠시 감상한다.

 

다시 동쪽으로 길을 나서는 길, 등 뒤로 석양이 쓰담쓰담해 주는 느낌이다. 날이 흐려서 석양도 흐린 것이 아쉽다.

 

길은 29번 국도가 지나는 청하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김제에서 군산으로 만경강을 건너는 새창이 다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52코스도 끝이 나고 있다.

 

신창진이었다는 새창이 나루터에 대한 비석만이 옛이야기를 전해준다. 더 이상 바다로 나가는 길은 없다는 현실은 이곳에서는 느끼기 어렵다. 새창이 다리를 건너간다.

 

새창이 다리는 일제 강점기에 김제에서 수탈한 수많은 곡식을 군산항으로 나르기 위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콘크리트 다리라고 한다. 광활한 들판에서 농민들의 피땀으로 거둔 곡식을 우마차에 싣고 이동했을 그림이 그려진다.

 

새창이 다리 근처에 있는 새창이 연못 마당을 보면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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