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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광활면의 광활한 들판길을 걷고 있는 서해랑길은 수로 옆의 길을 따라서 북서쪽으로 계속 이동한다. 원래의 서해랑길 북쪽에서 광활로 도로를 걸었던 우리는 신광마을에서 원래의 경로와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들판길을 걸어온 길은 거전마을에서 봉화산(85m) 산책로 걷기에 들어서고 산을 내려와 안하마을을 거쳐 심포해변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약간의 배려도 없이 쏟아지는 뙤약볕 아래에서 광활로를  걸어간다. 원래의 서해랑길로 갔다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들판뿐이었을 텐데 광활로 도로를 걸으니 그나마 이따금씩 마을을 만나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살짝 볼 수 있어 좋았다. 진흥마을을 지나간다.

 

논 양쪽에 쌓아 놓았던 하우스용 파이프들의 정체가 감자 재배용이었다는 증거는 길을 이어갈수록 실체로 만나게 된다. 감자선별장도 있었고, 한쪽에서는 수확을 끝낸 감자밭의 비닐을 걷고 파이프를 해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1970년대 말부터 감자와 벼를 이모작으로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을 나는 감자 재배용 비닐하우스가 7 천동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길가에 버려진 파지 감자를 보면서 아우! 아까워라! 하며 탄식을 연발하지만 상품성 없는 감자를 처리해야 하는 농민들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길을 좀 더 가니 아직 감자를 수확하지 않는 하우스도 있었다. 지퍼를 단 하우스 출입구를 보니 감자 재배와 관련한 축적된 노하우와 체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모든 논이 감자 재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인지, 소먹이 풀을 베어 놓고 말리고 있는 곳도 있었다. 돌아보면 사람이 문제다. 하우스를 치고 걷는 것, 감자를 심고 수확하는 것 모두가 기계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사람 손이 필요한 작업들이니 감자 농사를 계속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감자, 벼 이모작 대신 보리나 밀과 벼 이목작을 택한 농민들도 상당한 모양이다. 광활한 황금 들판도 일품이다.

 

길은 광활면 읍내를 관통하여 지나간다. 골목길에는 옛 정취가 남아있다.

 

감자 수확이 끝난 논은 물을 대고 모내기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어떤 감자 재배 농가에서는 가을 일찍 감자를 심어서 1월에 한번 수확하고, 다시 바로 감자를 심어 봄이 지나며 감자를 수확하고 벼를 심는 방식의 3 기작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다양한 풍경이 공존하는 광활면의 들판을 감상하며 옥창교를 지나 창제리로 들어선다.

 

이 동네는 모내기 상당히 진척되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일이 끊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모내기가 끝나면 한 시름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계화가 많이 진행된 현재 농업에서는 관리만 잘할 수 있다면 농업 경영도 매력 있는 직업이다.

 

용평마을을 지나니 이번에는 노지에 심은 감자밭이 등장했다. 정말 다양한 재배 방법이 있다. 감자 품종도 수미, 재휘 등 다양한데 품종에 따라 성장 기간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그냥 쪄먹는데 적절한 수미 감자와 같은 품종이 있고 음식에 어울리는 품종이 있으니 씨감자 선택부터 재배 후 출하까지 농업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드디어 광활로 끝자락인 신광사거리에 도착했다. 노선에 따라 더 안쪽까지 들어가는 버스도 있기는 하지만  이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김제버스가 이곳에서 회차한다. 

 

신광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김제역으로 이동하여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여행 때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서 여정을 이어간다. 김제역에서 버스를 타면 이곳으로 올 수 있으니 나름 교통편이 좋은 편이다. 이곳은 광활면에서 진봉면으로 넘어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지난 여행 이후 일주일이 흘렀다. 어느덧 5월 말이다. 봄도 끝나가고 초여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제역 앞에서 15번 버스를 타고 신광마을로 돌아와서 여정을 이어간다. 남쪽으로 내려가 원래의 경로와 합류하는 길, 길가에는 노란 금계국이 화사하게 나그네를 반겨준다.

 

누렇게 익어가는 밀에서 풍성함이 가득히 밀려온다.

 

새로운 생명이 시작하고 있는 논과 생의 황금기를 지나고 있는 논이 공존하는 들판을 가로질러 내려간다.  

 

신흥마을을 거쳐서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길을 이어간다.

 

마을길을 빠져나온 길은 멀리 나지막한 봉화산을 보면서 북서쪽으로 들판을 걷는다. 우리는 51코스 후반부에서 저 봉화산 능선길을 서에서 동으로 걸을 것이다.

 

봄의 끝자락에서 황금들판을 만끽하며 걷는다.

 

수로 주변에서 독특한 꽃을 만났다. 잎은 아카시 나무와 비슷한데 꽃은 완전히 다르다. 이름하여 족제비싸리라고 한다. 콩과 식물로 하천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가뭄에도 강하고 염분에도 강한 데다가 콩과 식물로 토질 개선에도 좋고 줄기로는 바구니를 만들 수도 있으며 약재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매력 있는 식물이다.

 

들판길을 걷다 보니 처음 보는 이상한 보리를 만났다. 까끄라기라고 하는 보리 수염이 없는 보리였다. 보리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보리 수염은 사람에게 참으로 골치 아픈 존재이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사료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까끄라기를 퇴화시킨 품종이라고 한다. 표면이 부드러워 가축들이 좋아하고 쓰러짐에도 강하다고 한다. 유연보리, 우호보리라는 품종이 있다.

 

처음 만난 유연보리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워낙 수염 많은 보리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익숙함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

 

길은 어느덧 거전마을로 진입한다. 반도 끝자락인 만큼 버스 정류장에도 거전 종점이라 적혀 있다. 여기서부터는 광활면에서 진봉면으로 넘어간다.

 

진봉면 거전마을로 들어선 길은 마을 앞을 좌측으로 돌아서 봉화산 숲길에 들어선다. 

 

오솔길을 따라서 80여 미터 높이의 봉화산 능선길 걷기를 시작한다. 오르막길은 늘 마음에 부담을 안겨주지만 높지 않은 산이라 이마에 땀이 베인다 싶으면 능선에 올라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새만금의 드넓은 평야가 시야에 더 많이 들어온다. 길이름도 새만금 바람길이다.

 

야산에 보라색 엉겅퀴가 군락을 이루었다. 피를 엉기게 해서 엉겅퀴라는 말도 있는데 한방에서도 지혈제로 사용하는 풀이다. 유럽이나 북미의  밀크시슬도 엉겅퀴 계통으로 간에 좋다고 알려져 많은 건강보조 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꽃부터 뿌리까지 모두 약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능선길로 올라오니 산 아래로 거전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나름 잘 정비된 산책로이다.

 

능선길에 서양금혼초가 장관이다. 꽃이 민들레를 닮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개민들레라는 별명도 있다. 꽃대가 긴 특성이 있는 여러해살이 풀로 외래종이고 생태 교란 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숲길은 봉화산 봉수대를 지나간다. 고려 시대 당시에 있었던 봉수대로 추정한다고 한다. 

 

산 아래로는 정오가 넘어가고 있는 시각인데도 안개가 자욱하다. 

 

거전마을에서 봉화산 중간 능선으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나 숲 속 능선 길을 이어간다.

 

어느덧 길은 봉화산을 내려와 안하마을 갈림길에 도착했다. 커다란 나무 아래 쉼터에서 봉화산과 안행산 사이의 계곡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간다. 나무가 있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도 심포항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경로는 우측 안하마을로 돌아서 간다.

 

안하마을은 마을 뒤에 있는 안행산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옛날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안하마을 길을 지나 심포항으로 향한다.

 

2024년 말 개통 예정인 새만금전주 고속도로가 한창 공사 중이었다. 종점이 심포항이다. 공사현장을 가로질러 심포항에 닿는다.

 

부안을 떠나 동진강에서 긴 여정을 걸어온 서해랑길 51코스를 심포항에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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