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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천을 건너면서 영광군 염산면에서 백수읍으로 넘어온 서해랑길 38코스는 코스 내내 37코스에서 만난 풍력 발전기와 함께 한다. 광활한 염전 지대와 간척지 논, 갯벌을 풍경으로 삼는 길이다. 하사리와 약수리의 평야 지대를 지나면 백수읍 백암리에 들어서면서 아름다운 백수 해안 도로가 시작되는 답동마을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전체적으로 평탄한 길을 걷지만 답동에 들어서면서 조금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야 한다.

 

 

짧게 이틀 여정으로 내려온 길, 하사 6구 마을에서 영광 읍내로 나가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영광 농어촌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와서 여정을 이어간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영광 농어촌 버스들의 시간은 정확했다. 쾌청한 하늘에 아침부터 바람을 맞으려는 풍력발전기들과 같이하는 길이다. 

 

남서쪽으로 이동하여 불갑천 제방 쪽으로 걷는다. 불갑천 제방 인근으로 나가면 우측으로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를 두면서 해안으로 걷는다. 주위에 들어선 풍력 발전기들을 둘러보면 어떤 것은 멈추어 있었는데 걷다 보면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멈추어 있는 것들은 방향까지 돌린다. 방향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근처를 지나다 보면 터럭터럭 소리를 내면서 방향을 전환하는 소리도 들린다. 근처에서 자세히 보면 날개의 각도도 조정하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날개를 움직이는 장치를 요잉시스템(Yawing System)이라 하고 바람의 세기에 따라서 각 날개의 각도를 조정하는 장치를 피치시스템 (Pitch system)이라고 한다.

 

하사 6구 마을에서 남서쪽으로 걸어서 해안으로 나오니 서쪽으로는 어제 지나왔던 백바위 해수욕장 뒷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는 방향을 전환해서 해안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올라간다.

 

대단위 태양광 발전 단지와 풍력 발전 단지가 함께 있는 것도 흔치 않은 그림이다. 폐염전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단지도 불갑천과 해안선 따라 설치된 풍력 발전단지도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영광은 옛날에는 쌀, 소금, 목화, 눈이 많아서 사백(四白)의 고장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목화는 조선시대에는 일본에 수출까지 했었지만 이미 산업용으로 생산하는 목화는 사라진 지 오래이고, 쌀은 막걸리도 만들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다가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기후 변화에 겨울이 되어도 예전의 겨울 맛을 느끼지 못하고, 국제 무역의 태풍 속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은 점점 사라지고 태양광 패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시대 흐름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들이 떠오른다.

 

길은 수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하여 백수 분등 소공원으로 향한다. 광활한 들판을 채우고 있는 것은 푸른 청보리 밭과 풍력발전기들이다.

 

백수 분등 소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해안 방조제길을 따라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모자를 벗겨 버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이런 바람이 있으니 풍력발전기들을 많이 세웠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빛 좋은 간척지에서 염해로 고생하느니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강한 바람을 뚫고 걸어온 해안길에서는 어느덧 멀리 오늘의 종착지가 있는 백수읍의 해안선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는 높이와 날개가 다른 풍력발전기 보다 큰 풍력 발전기도 설치되어 있는데 날개 길이만 1백 미터이고 타워가 130미터로 남산 타워의 크기에 육박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50미터짜리 날개도 무게가 10톤에 이른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그런데 10톤이 훨씬 넘는 날개가 공기를 가르면서 돌아가니 그 소리 또한 장난이 아니기는 하다.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뜨려 설치하는 것이 맞다.

 

길은 간척지 제방 아래로 이어진 농로를 따라서 이어진다.  백수읍 하사리에서 상사리로 넘어가는 길이다.

 

길은 염소마을 양수장 앞을 지나면서 상사리에서 지산리로 넘어간다.

 

불갑천과 함께 영광의 대표적인 하천인 학산천을 지나는 길이다. 

 

백수읍 지산리로 넘어와도 간척지 제방길 걷기는 계속 이어진다. 저 멀리 백수 해안로가 좀 더 가까워진 길, 이제는 백수읍 약수리이다.

 

38코스의 종점이 있는 백암리 답동이 직선거리로 보이지만 길이 없다. 빌 둘러서 돌아가야 한다. 약수리와 백암리의 경계를 이루는 간척지 수로를 거슬러 올라간다.

 

드넓은 간척지가 있으니 대부분의 주민이 농업이 주업이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곳 주민들은 여전히 갯벌 작업을 많이 하시는 모양이다. 벼 베는 콤바인을 개조한 갯벌 이동용 차량도 여러 대이고 경운기도 갯벌을 달리기 위해서 대부분 바퀴 부분에 자체 제작 덮개를 씌워 놓았다. 영광 갯벌에서는 그 비싼 백합 조개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푸른 보리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약수리 들판을 가로질러 북쪽 산 아래 마을로 향한다.

 

산 아래 마을에 이르면 서해특산시험장이란 곳을 지나는데 영광 굴비의 재료인 참조기와 부세를 연구하는 곳이라고 한다. 남획으로 그 수가 줄고 있는 참조기와 부세를 알에 부화시켜 치어로 키운 다음에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서 양식하는 방식이다. 2005년에 처음 인공 양식을 시작했는데 양식으로 키운 조기로 만든 굴비가 이미 백화점에 납품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 너무나 많다. 조기를 양식하다니......

 

아무튼 산 아래 동네에 이르면 한참 도로 공사 중인데 공사 중인 도로 구간이 원래의 서해랑길이고 지금은 공사 중이니 우회해서 가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반암마을, 지암마을, 홍곡저수지, 백동마을을 거쳐 답동 입구로 가는 우회노선이다. 그렇지만, 휴일이라 공사도 하지 않고 있고, 공사 중이라는데 비포장길을 다니는 차량도 있어서 우리는 그냥 공사 중인 원래의 해안길을 걷기로 했다. 해안길을 통해서 답동 마을로 들어가고 마을길을 가로질러서 답동 마을 입구로 가는 경로이다.

 

공사 중이라는데 원래의 길도 차가 다닐 수 있었는지 해안길을 통해서 답동에서 이곳으로 넘어 차량들이 있었다.

 

해안 절벽을 깎아서 만들고 있는 해안 도로 언덕에 올라서니 남쪽으로 상사리, 하사리 해안으로 이어지는 풍력 발전단지의 그림도 일품이다. 물론 이곳에서는 풍력발전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스쳐 지나간다.

 

눈으로는 멋있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했던 날개들, 귀로는 오래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발산했던 날개들과도 이젠 안녕이다. 영광의 수많은 풍력발전기들을 뒤로하고 답동마을로 향한다. 언덕 위에 들어선 펜션들이 휴양지 느낌을 물씬 풍긴다.

 

답동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입구까지 가파른 언덕길을 헉헉대며 올라가야 한다. 경사가 급한 편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도 수많은 펜션과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풍경 좋은 곳을 찾아 쉴 자리를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백수 해안 도로의 명성을 모를 때이니 이런 곳에 펜션과 카페들이 많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코스에서 만날 백수 해안 도로의 실상을 알고 나면 조금씩 이해가 된다.

 

답동 마을 입구로 향하는 길, 활짝 핀 벚꽃이 우리의 피곤을 녹여 준다. 3월 말의 벚꽃을 만나다니 짧은 여정이어도 걷기에 나선 것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봄이다.

 

벚꽃은 꽃 자체도 예쁘지만 꽃 주위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벚꽃과 함께 보는 답동 마을의 풍경이 아름답다.

 

한창 공사 중인 답동마을 입구에서 코스를 마무리하고 39코스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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