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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으로 들어온 서해랑길은 계속 해안 둑방길을 걷는다. 조금은 지루할 수 있지만 깔끔하게 정비한 길을 걷는 장점도 있다. 향화도의 칠산타워를 떠나면 염산면의 거대한 간척지 외곽을 둑방길을 따라 돌아간다.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육지화되어 젓갈로 유명한 설도항도 지난다. 합산제를 지나고 염전 지대를 가로질러 합산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영광읍내에서 하룻밤 쉬고 향화도로 돌아와서 36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 칠산타워와 칠산 대교 주위는 해무가 가득해서 신선이 산책하는 느낌이다.
영광읍내에서 출발한 버스의 종점인 칠산타워 앞 정류장에서 본격적으로 36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향화도항 앞의 목도와 칠산바다는 어디에선가 가끔씩 어선의 엔진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잔잔함을 넘어서 고요함 그 자체다.
함평을 지나 영광으로 들어온 서해랑길은 "칠산갯길 300리"라는 길과 함께 서해랑길과 거의 일치한다. 칠산갯길 300리 길은 총 5개 코스 142Km 정도인데 서해랑길 36코스는 천일염길 일부와 같이 간다.
칠산타워 진입로에서 시작한 길은 장고도로 이어지는 해안 방조제로 진입한다. 함평과 향화도를 연결하고 다시 향화도와 장고도 섬을 연결한 간척지의 제방 위를 걷는다.
장고도로 향하는 해안 제방길은 해무가 가득해서 멀리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에 있는 것만 보면서 걷는 것도 나름의 걷는 맛이 있다. 오로지 걷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해무가 낀 칠산타워와 필산대교가 신비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천일염길이라는 길이름답게 해안으로 염전이 이어진다.
해무 덕분에 신비한 바닷길을 걷고 있는 우리는 염점 지대를 지나서 장고도에 이른다.
향화도에서 북쪽으로 이동하여 장고도에 이른 길은 장고도를 지나면서 동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동쪽 하늘은 붉은 아침 태양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해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릴 것은 가리고 조금씩 보이는 풍경이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뽐낸다.
길은 버스 종점인 옥실 4리 정류장과 마을을 가로질러 해안으로 나간다. 세상을 압도하는 붉은 태양도 아릅답지만 구름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민 아침 태양도 예쁘다.
장고도를 빠져나온 길은 다시 북쪽 해안 제방길로 나간다.
해무도 조금씩 걷혀가는지, 제방길 주위의 갯벌도 좀 더 넓게 보이고 아침 태양도 동쪽 야산 위에 둥실 떠올랐다.
앞바다에 작게 존재감을 드러낸 쥐섬도 보이고 동쪽 하늘의 아침 태양은 좀 더 커졌다. 몇백 미터 차이일 텐데 그 짧은 시간에 내가 태양으로 다가간 것인가? 태양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인가? 모를 일이다. ㅎㅎ
하나의 풍경화로 남겨도 훌륭할 풍경들이 이어진다. 여백이 넉넉한 한 폭의 동양화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사막에 오아시스 신기루가 있다면 갯길에는 해무가 만든 섬 신기루와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제방 위를 걷고 있지만 어디가 갯벌이고 어디가 논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해무가 없었다면 과연 주위의 풍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과연 해무가 없었을 때보다 좋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중간에 제방길은 와룡마을을 지나는데 마을의 언덕길을 넘어서 다음 제방길로 나아간다. 걷기를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때에 적절한 쉼터를 만났다. 언덕 아래에 있는 정자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갯벌은 마치 늪처럼 신비하게 보인다.
작은 제방길을 지난 길은 다시 마을 안쪽으로 길을 잡는다.
봄꽃이 피고 파릇파릇 보리순이 생기를 뿜어내고 있는 마을길을 가로질러서 설도항과 연결된 제방길로 나간다.
설도항을 2Km 정도 남겨 시점에 제방길에 다시 들어서며 북쪽 바다 건너로 아스라이 보이는 풍경은 아마도 설도 북쪽의 봉덕산인 모양이다.
한쪽으로는 설도마을 앞의 바다와 그 뒤로 자리한 봉덕산을 보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계절을 따라 쑥쑥 크고 있는 보리밭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직은 해무가 남아 있지만 바다 건너편으로 봉덕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설도항과 설도젓갈타운이 한눈에 들어온다.
칠산 갯길 300리 때문인지 해안 제방길은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참 좋았다. 길은 36코스의 절반 정도인 설도항으로 진입한다.
한국전쟁 가운데 발생한 비극을 기리는 기독교인순교탑이 세워져 있다. 1908년 유진 벨 선교사가 염산에 처음으로 세운 교회가 야월교회이고 이후 일제 강점기에 염산교회도 세워졌는데 한국전쟁 당시 이 두교회 교인 상당수가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길은 설도항과 설도젓갈타운 앞을 지난다. 작은 낙지젓이나 오징어젓이라도 사갈까 하는 유혹이 있었지만 결국 그냥 지나갔다.
설도항을 지난 길은 봉양들을 향해서 서쪽으로 해안 방조제 위를 걸어간다.
광활한 들판이 펼쳐진 곳이다.
어느덧 해무도 걷혀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갯벌과 푸른 들판을 번갈아 보면 길을 이어간다.
봉양들로 향하는 길, 간척지는 보리를 심은 푸른 들판을 지나서 염전 지대로 들어선다.
원래의 길은 남쪽으로 조금 내려갔다가 서쪽으로 이동하는데 우리는 그냥 서쪽으로 직진하기로 했다.
원래의 코스대로 걸으면 깔끔한 포장 해안길을 걸으면서 갯벌과 염전을 감상했겠지만 직진하니 비포장 흙길과 태양광 발전소가 풍경을 대신한다. 염전이 조금씩 없어지고 그 자리를 태양광 발전소가 대신하고 있는 현상이 이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땅주인이야 땅 임대료나 발전 수익이 있지만 문제는 땅을 빌려서 염전을 하던 상당수의 생산자 분들이다. 이분들은 갈 곳이 없다.
직선으로 들판을 가로지른 길은 봉양들을 가로질러온 원래의 코스와 합류하여 합산마을을 향해서 간다. 제방길의 높이가 높아서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다.
제방길 위로 올라가서 바라보니 엄청난 갯벌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편의 월평마을 포구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저곳은 다음 여행에서 37코스로 걷게 될 것이다. 정면으로는 36코스 종점이 있는 조개산(118m)도 보이기 시작한다.
2단으로 만들어진 제방길 덕분에 한동안 좋은 시야로 풍경을 즐기면 걸을 수 있었다. 물론 높은 곳에 있는 좁은 제방길보다는 안전하게 내려가서 걷는 것이 편하기는 하다.
드디어 합산마을이 보이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3백 미터를 앞두고 있다. 워낙 구석진 곳이라 버스가 자주 다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타려면 합산마을에서 양일마을까지 걸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눈도 만날 정도로 꽃샘추위가 있었는데 오늘은 땡볕에 급한 마음에 서둘러 걸으니 몸에 땀이 베인다.
36코스를 합산마을 입구에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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