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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서해랑길은 백수해안도로를 따라서 절경을 감상하며 북쪽으로 이동한다. 해안도로를 걷지만 구수산 아랫자락의 절벽길이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잘 정비한 데크길을 걸으므로 길은 좋다. 영광노을전시관, 365 계단 등을 거쳐서 백수읍 북쪽 끝자락인 대초마을 포구에 이른다.

 

지난 여행 때 38코스 이후로 걸었던 39코스 초반 산행 덕분에 39코스 나머지는 오르락내리락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무난한 길을 걷는다. 3월 말에 다녀갈 때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이번 4월 중순 여행에서는 절정의 색상을 선사한다.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노란 유채밭이 여행 초반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준다.

 

백수 해안 도로 아래를 지나는 굴다리를 통과하여 해안으로 나간다. 해안으로는 정유재란 열부순절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정유재란 당시 일본은 임진왜란과 달리 거의 전라도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전라도 지역의 피해가 심했다. 남원, 영광, 장성, 김제 등에서 자행된 수만 명의 코베기를 생각하면 정말로 악랄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배경하여 남편이 전쟁 중에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힌 부인들이 칠산 앞바다에서 몸을 던진 것을 기리며 숙종 때 비를 세웠다고 한다.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교훈과 용서가 아니라 망각 속에 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말이 허언이 아닐 텐데......

 

해안으로 나온 길은 백수 해안 도로 아래로 만들어진 데크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다.

 

열부순절지 인근으로 마련된 유채밭을 뒤로하고 영광스카이워크 방향으로 계속 이동한다.

 

앞으로도 뒤로도 바위 절벽 해안이다. 이런 절벽을 돌아가는 해안도로이니 백수 해안 도로가 최고의 풍경을 가진 드라이브 코스라는 것에 자연스럽게 동의가 된다. 

 

카페를 지나면서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구간도 있는데 꽃잎이 조금 떨어지기는 했어도 벚꽃이 한창이다.

 

햇살 조명이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벚꽃을 보며 길을 이어간다.

 

해안 도로를 따라온 길은 영광 노을 전시관으로 이어진다. 굳이 어떤 상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곳을 걸으면 참 좋다를 연발하는 곳이다. 걷기 여행이 아니어도 해안 카페에 앉아 노을과 석양을 가만히 감상하기에도 참 좋은 장소 임에 틀림없다.

 

노을 전시관을 지나니 해안 도로 끝자락에 위치한 도음소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노을전시관을 지나면 다시 해안 절벽의 데크길을 따라 이동한다. 절벽에 마련된 데크길이지만 주변 나무들을 잘 가꾸어 놓아서 숲길을 걷는 느낌이다.

 

종각 안에 노을종이라는 이름의 종이 매달려 있는데, 일반인도 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다. 옆지기가 신나게 달려가서 종을 치는데 "구우웅"하는 웅장한 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르는 것이 듣기 좋았다.

 

데크 산책로는 해안도로에서 접근하기 좋게 만들어 놓았고 해안 곳곳으로 주차장도 있어서 인근에 사시는 분들은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데크길을 걸으며 운동하시는 모습이었다. 지난 여행에서는 백바위 해수욕장 근처 임도에서 노란색인 절정인 개나리 꽃을 만났는데 이제는 꽃이 지면서 잎이 나오고 있다. 계절의 흐름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데크길은 주차장을 지나서도 계속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해안도로 옆으로 인도도 있어서 봄기운이 완연한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꽃나무들은 밝은 색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다른 나무들로 연한 새잎을 내고 있다. 봄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 덕산 마을에서 만났던 구수산 등산 안내도를 여기에서도 만난다. 바로 위 산에는 칠산정이라는 큰 정자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칠산정 아래에는 주차장과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칠산정으로 올라가서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고 건강 365 계단으로 내려가서 데크 산책길을 걸을 수도 있는 곳이다.

 

봄꽃색이 완연한 나무들, 바위 절벽으로 이어진 데크길, 잔잔한 바다와 도음소도 섬까지 환상적인 풍경화 한 폭을 그려낸다. 색이 없는 수묵화보다는 봄색깔을 다은 수묵담채화가 좋겠다.

 

한참 동안 계단을 내려왔던 길은 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이곳의 데크길은 벚꽃 잎이 떨어져 양탄자처럼 깔렸다.

 

어느덧 길은 도음소도 섬 앞을 지나 바다 건너편 금정산 아랫자락이 보이는 지점까지 도착했다. 금정산 아래의 계마항도 시야에 들어온다.

 

백수 해안 도로와 함께 북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이제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들어간다. 그 유명한 법성포로 향한다. 길 아래로 대초마을 포구도 보이고 멀리 우리가 넘어가야 할 영광대교도 보이기 시작한다.

 

대초마을 포구로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바다 건너 멀리 영광의 한빛 원전도 시야에 들어온다. 총 6기가 운용되고 있다. 동해안의 해파랑길을 걸으며 해안으로 위치한 원전들을 지나갔었는데 서해안은 이곳이 유일한 원전이다. 갯벌이 많은 서해안에서 산지를 뒤로 두고 있으면서도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는 수심과 바위 해변을 가진 곳이 영광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제주도로도 보내진다고 한다. 계단을 내려와 해변에 닿으니 해변에서는 마을분들이 무언가를 잡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등대 뒤로 보이는 영광대교를 지나서 법성포로 가야 하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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