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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고장 신안을 걷는 서해랑길 26코스는 지도의 신안젓갈타운을 떠나서 솔섬으로 들어간다. 송도교를 지나 좌회전하여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드넓은 갯벌과 함께하는 길이다. 송도 끝자락에 이르면 다시 지도대교를 건너서 사옥도로 들어간다.

 

무안 읍내에서 지도로 들어가는 첫차를 타고 시작하는 서해랑길 26코스는 이른 아침의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한다. 이른 아침이라 2월 중순의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처럼 서해랑길을 걷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중년부부가 지도로 들어가는 버스를 같이 탔다. 옷차림은 동네 사람은 아닌 것은 분명하고, 긴 여행길에 아침부터 남성들이 지도 터미널 화장실에서 큰 일을 나란히 치르는 독특한 인연이었다. 별 인사 없이 여정을 시작했지만 26코스 시작 지점 인근에서 그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길은 송도교를 통해서 신안군 지도에서 송도, 솔섬으로 넘어간다. 서해랑길은 증도까지 모두 걷고 다시 이곳으로 나온다.

 

기온은 손을 시리게 하지만 쾌청한 날씨에 주위 풍경은 환상적이다. 잔잔한 수면은 햇살을 받아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남동쪽으로 해안선을 따라가 걷는 길에서는 눈부신 아침 태양이 마음을 하얗게 비운다.

 

지난가을의 흔적과 갯벌이 어우러진 풍경을 눈에 담으며 솔섬의 해안선을 걸어간다.

 

물이 빠지기 전이라 더욱 아름 다운 해변에는 태양이 두 개다. 하늘에 뜬 태양, 바다에 비추인 태양.

 

바닷물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시간, 갯벌이 좋아 보인다. 오염원이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쓰레기가 없어서 그럴까? 해안을 따라 걷는 서해랑길에서 여러 갯벌을 만나지만 갯벌이라고 다 같은 갯벌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크지 않은 솔섬, 송도 끝자락에 이르면 길은 해안을 벗어나 지도대교 방면으로 이동한다.

 

언덕을 하나 넘으니 멀리 솔섬과 사옥도를 잇는 지도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길은 도로 옆을 거슬러 올라가 지도증도로 도로와 합류한다. 도로변 인도를 따라 걷는다.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다리 덕분에 이곳도 섬 아닌 섬이 되었다.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섬이 참 많아졌다. 660미터에 이르는 지도대교는 1997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2005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지도대교 난간에서 신안군에서 밀고 있는 두 가지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섬드리"는 신안군의 농수산물 공동 브랜드로 신안의 수많은 섬을 고유명사화 한 것이라 한다. 신안군은 우리나라 섬의 32%, 전라남도 섬의 50%가 있는 곳이다. 1004, 천사섬도 마찬가지로 섬이 1004개 이상이라는 의미로 1004를 쓰고 있지만 정확히는 1025개라고 한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경은 환상이다. 언제나,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 와야 누릴 수 있는 풍경이다. 솔섬 남쪽으로는 복사도, 연도와 같은 섬들이 있다.

 

길은 지도대교를 지나 사옥도로 들어간다. 지도대교 북쪽은 지도로 멀리 지도와 임자도를 연결하는 임자대교가 어른거린다.

 

지도대교를 건너서 사옥도로 넘어온 길은 해안선을 따라 염전 지대 외곽을 돌아서 내도마을에 이르고 북서쪽으로 이동하여 탄동저수지를 지난다.

 

지도대교를 지나서 사옥도에 들어오면 가던길을 우측으로 되돌아서 다리 아래를 통과해야 되는데 , 가던 길을 다시 가는 것 싫어하고 길을 단축하는 것 좋아하는 성급한 성격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경사면을 가로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돌아서 가보니 경사도 급하고 도랑도 있어서 시도하지 않기를 잘했다 싶었다. 한 어머님이 갯일을 하여 수확한 수산물을 힘겹게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시는데 어찌 도와 드리기도 뭐 하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한편으로는 힘겨워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지만, 저 나이에 일을 할 수 있음이 감사한 일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힘겨워 하시면도 그 어머님은 큰 대야 두 개를 가득 채우셔서 하나를 끌어다 놓으시고는 다른 하나를 끌어가시기 전에 잠시 숨을 돌리신다. 

 

길은 굴다리를 통해서 도로를 가로질러 사옥도 남쪽 해안선으로 나간다. 사옥도라는 이름을 처음 대했을 때 옥사, 감옥이 연상되면서 혹시 그 옛날 죄수를 가두었던 곳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 샌프란시스코 앞의 감옥섬, 알카트라즈를 상상하며 영화 "더록"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상상과 달리 사옥도의 이름은 모래가 많고 옥이 있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사옥도 해변으로 나오니 눈부신 태양이 다시 반갑게 우리를 맞아준다. 송도에서 병풍도로 가는 배가 아침 바다를 가른다.

 

눈이 탁 트이는 사옥도 해안선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송도를 떠나 증도를 거쳐 병풍도로 가는 배편도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해안선을 걸으며 잠시 우리와 함께 했던 배인데 그 마저도 떠나니 아쉽다.

 

멀리 내도 마을까지 해안 방조제 길을 따라 걷는다. 내도라는 이름도 그렇고 해안 방조제 안쪽의 넓은 평야 지대를 보면 아마도 내도마을도 섬이었고 이곳도 간척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듯싶다.

 

갯벌을 은빛으로 비추는 아침 태양이 만드는 풍경은 무엇엔가 홀린 듯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해서  사진을 남기게 한다. 이 눈부신 아름다움을 그 어떤 그림이 대신할 수 있을까!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던 길은 내도마을 지나면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무안과 멀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지, 이곳도 양파를 넉넉하게 심었다.

 

내도 마을을 지나면서 내도경로당 앞 정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간다.

 

마을을 빠져나가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 멀리 증도대교가 보인다. 증도가 슬로시티라고 여러 번 듣기만 했었는데, 막상 그 섬으로 들어간다니 감회가 새롭다.

 

사옥도도 간척지에 염전을 많이 하던 곳인데, 이제는 많은 곳이 태양광 발전소로 바뀌고 있다. 염전을 유지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모델도 있지만, 원천적으로 소금 생산을 위한 인력이 없으니 염전이 태양광 발전소로 바뀌는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듯싶다.

 

한쪽으로는 갯벌을 막아 만든 들판을 두고 다른 한쪽으로는 핏줄처럼 이어진 갯벌을 두고 평야를 가로지른다.

 

염전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곳곳에 소금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집들은 성업 중이다. 게르마늄 소금을 비롯하여 명품화, 고급화로 승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길은 증도로 넘어가기 전에 사옥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탄동저수지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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