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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도 탄동저수지를 지난 길은 증도 대교를 넘어서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인 증도로 진입한다. 서해랑길은 증도를 한 바퀴 돌아 나가는데 다리를 건너면 좌회전하여 광암 마을을 거쳐서 긴 방조제 길을 걸어 태평염전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사옥도 남쪽 끝자락의 탄동 저수지를 지나온 길은 해변 방조제로 나간다. 증도대교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 옛날에는 바다였던 곳이다. 지도와 증도 사이에 있는 사옥도는 원래는 지금처럼 큰 섬이 아니었다고 한다. 사옥도를 비롯한 주위의 섬 8개를 방조제를 쌓아 연결하고 농경지로 만들면서 생긴 것이라 한다. 위성사진을 보면 섬 주위를 연결하는 직선의 방조제 끝단으로 저기가 섬이었구나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해변 방조제 길을 걸으니 또다시 갯벌을 마주한다. 노는 땅처럼 보여도 바닷물이 오가면서 생명을 품고 있는 공간이고, 지구를 살리고 우리에게 유익을 가져다주는, 보존해야 할 곳이다. 갯골이 선명한 갯벌을 보면 물이 들어온 상태의 모습은 어떨지 쉽게 상상이 가질 않는다.

 

증도대교를 바라보면서 해안 방조제길을 걸다 보면 길은 어느덧 지도증도로 도로가 지나는 고가도로 아래로 이어진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지도증도로 도로로 올라서고 도로를 따라서 증도대교를 넘는다.

 

증도대교가 2010년에 개통했으니 송도와 사옥도를 잇는 지도대교가 만들어진 지 5년 만에 증도가 육지와 연결된 것이다. 선착장에서는 트럭이 오가며 김양식장에서 실어온 물김을 쉼 없이 운반하고 있다. 증도 인근 섬들도 김양식을 활발히 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신안군이 바다 면적은 넓지만 다른 지역에서 많이 하는 김양식 방법인 부유식보다, 전통 방법인 지주식 김양식이 많아서 명품김 생산의 장점은 있지만 생산량은 많이 적다고 한다.

 

다리 아래로 물김을 옮겨 담는 모습을 보니 김 수확 전용 특수제작 선박, 무거운 물김을 옮기는 크레인, 물김 운반 전용 트럭까지, 영세한 어민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자본 산업이지 않은가 싶다.

 

증도대교에 붙어 있는 표식. 증도갯벌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토해양부 국가습지보호지역,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었고 갯벌 도립 공원도 있다는 안내이다. 증도에 들어가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만나게 될 표식이다.

 

증도대교를 건너며 잔잔한 은빛 물결이 빛나는 신안 바다를 마음껏 감상한다.

 

물길을 따라 이어진 김양식장의 모습도 일품이다. 세계 김 생산량의 70% 이상이 우리나라라는 사실은 이런 그림 속에 있다.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김양식에 사용하는 각종 폐자재가 해양쓰레기로 그냥 버려지지 않도록 잘 관리했으면 하는 것이다. 규제로 스티로폼은 줄이고 있지만 많은 기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김양식에서 사용 후 자재를 잘 정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갯벌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의 몸을 흐르는 혈관이  연상된다. 크고 작은 혈관을 통해서 피가 잘 흘러야 몸이 건강하듯, 물길도 막힘 없이 흘러야 자연이 건강하지 않을까 싶다.

 

드디어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증도에 들어왔다. 색이 바랜 증도 슬로시티 안내판을 보니 17년의 세월이 무색하다. 담양군 창평, 완도군 청산도와 함께 인증받은 것이 2007년이다. 한때는 섬 입장료를 받고 쓰레기봉투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슬로 시티 인증을 받으려면 생태계가 잘 보전되는 등의 조건이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패스트푸드점이 없어야 된다고 한다. 

 

증도 초입에 있는 증도관광안내소가 길건너에 있는데 증도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저곳이 서해랑길 28코스의 종점이자 29코스의 시작점이다. 길은 안내소를 지나 좌측 마을길을 통해서 광암마을로 향한다.

 

겨울 날씨에도 꽃을 피운 로즈메리, 손을 살짝 스쳐 향기를 맡는다. 로즈메리는 향기도 좋지만 꺾꽂이로 번식도 잘하고, 훌륭한 환경과 돌봄이 아니라도 잘 크는 놀라운 생명력이 매력적인 허브다. 제주나 남부 지방이 아닌 중부 지방에서도 노지에서 겨울만 날 수 있다면 더 좋지만, 그게 조금 어렵다.

 

광암마을에 들어서면 길은 얼마간 갓길이 넓지 않은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도로를 벗어나 마을길을 통해 해변으로 나간다.

 

무화과 농장의 모습. 전남이 국내 무화과 생산량의 95% 이상을 생산한다고 한다.  농민들이 노지에서 무화과를 키우는 모습을 보니 키가 크지 않게 관리해 주는 모습에 한수 배운다.

 

북쪽의 증도대교를 뒤로하고 증도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방조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원래는 두 개의 섬이었던 증도를 하나로 연결한 방조제이다.

 

사옥도처럼 증도도 섬과 섬사이를 잇는 방조제로 섬이 모여 하나의 큰 섬이 된 곳이다. 우전도, 전증도, 후증도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앞시리, 뒷시리 라고도 불렸다. 해방 이후 피난민을 이주시킨다는 명목하에 대규모 간척이 이루어진 것이다. 증도의 이름에 시루 증(甑)을 사용하는데 물이 시루처럼 쉽게 빠져나간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길은 태평 염전 옆의 호수로 다가서면 지도증도로 도로로 올라서서 제방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제 직선으로 1Km 정도 제방길을 걸으면 서해랑길 26 코스도  끝이 난다. 정면으로 보이는 작은 산 정상에 낙조 전망대가 있다.

 

길 우측으로는 광활한 태평염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도로표지판에 태평염전을 비롯하여 병풍도, 화도, 우전 해수욕장이 등장하는데, 이어서 걷는 서해랑길 27코스는 화도 앞을 거쳐 우전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돈나무 가로수를 이곳에서 만난다. 붉은 열매로 존재감을 뽐내던 돈나무의 열매는 세 갈래로 갈라져서 마치 건포도와 같은 질감을 가질 정도로 잘 건조되었다. 고혈압, 동맥경화 등 약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냄새가 나서 제주도에서는 똥나무라고도 불렸다.

 

증도 돈나무 가로수가 있는 제방길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방길 끝자락, 태평염전 입구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이곳에 대규모 염전이 만들어진 것은 해방 이후 1953년에 시작했던 대규모 간척 이후였지만 상당기간 방치되었다가 1980년대부터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07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코스를 마무리하고 제방 앞 벤치에 앉아서 넉넉히 휴식을 취한다. 아직은 쌀쌀한 겨울,  그늘 없는 양달만 찾아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따스한 태양빛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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