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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청계면 도대리까지 올라온 길은 도대방조제 둑방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며 망운면으로 들어가고 톱머리 해수욕장을 지나 무안 공항 옆의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구릉지를 걸어 운해로 도로에 닿으면 두모마을을 거쳐 용동마을에서 20코스를 마무리한다.

 

내륙의 들판과 산지를 걷다가 바다로 나오니 역시 느낌이 다르다. 운남면과 청계면 사이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청계만의 폭이 넓지 않지만 때마침 밀물 때라 첨벙첨벙 들어오는 물의 기세가 거센 바람과 함께 얌전하지 않다.

 

둑방 위에 앉아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 간다. 바다 건너편 운남면에 속한 유도와 멀리 신안에 있는 풍력 발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방조제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 멀리 톱머리해수욕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은 톱머리 방파제 안쪽 길을 따라 이어진다. 지형이 기다란 톱처럼 생겨서 그랬나? 하는 추측을 해보았지만, 근처 바위산이 토끼머리를 닮았다고 생긴 이름이라는 설이 있을 뿐 정확한 기원은 동네 사람들도 모르는 모양이다.

 

조용한 포구에 지난가을의 흔적을 붙들고 있는 갈대와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어우러져 훌륭한 풍경화 한폭을 빚어낸다.

 

서쪽 하늘로 내려가고 있는 오후의 태양이 청계만 바다에 은빛 물결을 만든다.

 

길은 어느덧 창포방조제로 들어섰다. 톱머리항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창포 방조제 위로는 청계공항로가 무안 공항으로 이어지고 도로 건너편으로는 방조제가 만든 거대한 창포호가 자리하고 있다. 유당호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지만 유당은 개인의 호라고 한다. 무안공항도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비행기 모양의 등대가 인상적인 톱머리항에 도착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서 그런지 어항이지만 깨끗한 공중 화장실도 있었다. 비행기 모양의 등대라고들 하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날치 모양해도 될법하다.

 

톱머리항은 평일임에도 다녀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눈부신 오후의 태양을 바라보면 톱머리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무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답게 펜션과 숙소, 식당들이 계속 이어진다. 

 

백사장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편의점 근처 해변에 앉아서 간식도 사 먹고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태양이 만드는 자연조명 아래 무엇이든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솔숲과 해안선을 번갈아 가면 톱머리 해수욕장을 빠져나간다. 역시 나무가 좋은 곳이 명소가 되기 마련이다.

 

톱머리 해수욕장을 빠져나온 길은 무안 공항 서쪽으로 이어지는 청운로 도로로 나간다.

 

끝없는 잔디밭이 펼쳐진 무안 공항을 우측으로 두고 북쪽으로 이동한다. 제주 올레길도 제주공항 주위를 도는 코스가 있는데 바다와 공항을 보면서 걷는 것이 도로만 없다면 마치 올레길을 걷는 느낌이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설렘의 느낌을 간접적으로 나마 상상해 본다. 언제 또 떠날 수 있을지......

 

사실 이곳은 도로 옆에 인도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지만 방치된 지 오래되었고, 공사도 진행 중이어서 인도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인도가 있지만 그냥 도로 갓길로 걸어야 하는 구간이었다.

 

넓은 갓길로 이동하던 우리는 경로를 따라 우측 마을길을 들어선다. 이후로는 마을길을 따라 이동한다.

 

구릉지로 이어지는 마을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무안읍내로 나가는 버스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농어촌 버스를 이용하면서 걷기를 하려면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한두 시간 기다리는 아쉬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붉은 황토를 보니 작년 가을 고구마를 심었던 모양이다. 무안이 양파도 유명하지만 고구마와 마늘도 유명세가 있다. 이 황토가 빗물에 씻겨 바다로 내려갔을 테니 무안에서는 갯벌도 황토 갯벌이라 부른다.

 

석양이 서산으로 지고 있으니 온도도 뚝뚝 떨어지고 손도 시려온다.

 

와우!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토밭에 버려지는 고구마가 엄청나다. 밭 앞에 서서 한참을 아깝다! 아깝다! 를 연발했다.

 

해가 지면서 날이 더욱 서늘해졌지만, 하늘에 펼쳐진 노을의 아름다움은 놓칠 수 없다.

 

버스 시간에 마음은 급하지만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빛의 파장과 산란 현상으로 노을을 설명하기보다 그저 멍 때리며 감상하는 것이 좋다.

 

어느덧 길은 현경면에서 시작하여 운남면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운해로 도로에 도착했다. 두모마을 정류장을 지나서 운해로 도로를 따라서 용동마을까지 가면 되는데 아무래도 용동 마을로 가는 도중에 무안읍으로 가는 버스가 지나갈 것 같았다. 그래서 두모 마을에서 오늘의 여정을 멈추고 버스를 기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안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도착했다.

 

무안읍으로 들어와 하룻밤 쉬어간다. 오늘 저녁은 돈가스와 우동이었다. "최고당 돈가스"라는 독특한 이름의 가게였는데 나름 먹을만했다.

 

다음날 아침 운남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두모마을로 돌아와서 어제의 여정을 이어간다. 무안군 홈페이지에 있는 시간표 대로 정확하게 운행하고 있었다. 정류장 안내 방송이 없는 게 흠이지만, 초행자도 맵에 미리 하차 장소를 표시해 두었다가 근처다 싶으면 정차 버튼을 눌러 하차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른 아침 버스를 내려 두모마을에서 용동마을로 향하는 길의 풍경은 억! 소리 나오는 광활한 양파밭 풍경이다. 광활한 들판을 가득 채운 양파밭에 그저 억! 소리가 나온다.

 

양파 농사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저 많은 것을 손으로 심었을까? 기계로 심었을까? 수확할 때는 완전히 사람 손으로 할까? 외국인 근로자들이 할 일이 많겠다! 하며 온갖 상상을 할 뿐이다.

 

망운면 끝자락이자 운남면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용동마을에서 20코스를 마무리하고 바로 21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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