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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문내면 예락리 양정마을을 지나는 서해랑길은 예락 방조제와 임하도 입구의 임하교를 지나면 잠시 해안을 벗어나 예락마을을 거쳐 가지만 우리는 우회전하는 지점을 놓친 것을 핑계 삼아 그냥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어차피 수문을 지나면서 다시 원래의 길과 합류하기 때문이다. 용정교를 넘은 길은 들판을 가로질러 학상 마을에서 13코스를 마무리한다.

 

길은 예락방조제와 접하고 있는 양정마을 끝자락을 지나간다. 예락리라는 마을 이름도 독특한데, 예락의 예는 끌 예(曳) 자로 예인선, 예인망처럼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바다로 툭 튀어나간 마을 모양이 그물질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예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워낙 이름이 독특해서 웬만한 동네 이름은 전국을 뒤져보면 같은 이름을 가진 곳이 있기 마련인데 예락리는 이곳이 유일하다.

 

양정마을을 지나온 길은 예락방조제 둑방길을 걸어 북쪽으로 이동한다.

 

물 빠진 갯벌에 드러난 S자 형태의 물길이 신기할 따름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이다. 순천, 벌교의 광활한 갯벌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예락방조제 안쪽으로는 일부는 태양광 발전소로 바뀌었지만 간척지 염전에서 여전히 질 좋은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길은 예락리에 속한 임하도 앞을 지난다. 섬이지만 사진처럼 2010년에 건설된 임하교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섬이 처음으로 육지와 연결된 것은 1986년으로 당시에는 방조제 형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물길이 막히다 보니 바다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했고 이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현재의 다리로 교체된 것이라 한다. 다리 교체 이후로는 바다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임하교로 연결되는 도로를 지나면 이후로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803번 지방도 우수영로를 걸어 북쪽으로 향한다.

 

예락리 앞바다에 떠있는 수많은 부이들은 이곳 양식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저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시마를 키우면 질소, 인, 탄소를 흡수해서 바다를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원래의 서해랑길은 임하도 앞을 지나서 도로를 걷다가 우측으로 빠져 예락 마을로 들어가야 하지만, 좌측의 아름다운 푸른 바다 풍경을 감상하느라 그랬는지 그만 우측으로 빠지는 길을 놓치고 말았다. 

 

시야가 탁 트이는 바다 풍경에 빠져 걷다 보니 서해랑길 리본은 보이지 않았고, 지도 앱으로 확인하니 원래의 경로에서 벗어난 지 한참이었다. 우리는 그냥 걷기로 했다. 어차피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수문을 지나 원래의 길과 합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라고 계속 도로를 걷다 보니 해안가에서 "해남 복 터진 마을" 안내판이 있는 예락마을 쉼터를 만날 수 있었다. 들길을 걷다 보면 앉아서 쉴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전망 좋은 쉼터에서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었다. 

 

예락마을 해안 쉼터 바로 앞은 바위지대로 독특한 풍광을 가지고 있고, 남쪽으로는 임하교와 임하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계속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다니는 자동차가 거의 없는 길이라 걷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도로 아래 해변에는 강아지와 함께 조개를 줍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애쓰는 고된 삶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찬거리 조금 얻으시려는 여유가 있어 보여 좋았다. 할머니 옆을 따라다니며 든든히 지키는 개의 모습 또한 참 여유로워 보였다.

 

한동안 이어진 후박나무 가로수길도 훌륭했다. 지방자치 단체에서 몇 년 가지 못해 수명을 다하는 시설물에 돈을 쓰는 것보다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에 정성을 쏟으면 어떨까 싶다. 단체장 임기 내에 결실을 맺지 못해도 후대를 위한 일이고, 결국 나무는 그 지역을 살릴 것이다.

 

이 추운 날씨에 배추들이 모두 옷을 벗었다. 겨울배추를 왜 일꾼 써가면서 묶어주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 배추들은 과연 어떤 쓸모를 남길지 모르겠다.

 

우수영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방조제 수문 인근에서 예락마을과 들판길을 거쳐 나오는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여 문내면 예락리에서 무고리로 넘어간다.

 

예락리와 방조제 수로를 뒤로하고 해안 도로를 따라서 무고리 용정마을로 향한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우수영로는 어느덧 목포와 해남으로 이어지는 77번 국도 표지판을 만난다. 길은 궁항 쪽으로 좌회전한다.

 

길은 무고리 용정마을 앞에서 좌회전하여 용정교를 넘어간다. 용정교 앞에서 중도리와 궁항쪽을 바라보니 바다를 막은 기다란 방조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무고리의 용정마을도 중도마을과 궁항마을도 모두 섬이었다가 일제강점기에 이루어진 간척 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된 곳이다.

 

제방 외부로는 광활한 갯벌이, 제방 안쪽으로는 드넓은 간척지 논과 수로 시야를 채운다.

 

용정교를 지난 길은 도로를 벗어나 간척지 들판으로 들어간다.

 

푸릇푸릇한 보리가 들판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쌀이나 보리 모두 수입산의 가격이 절반 정도이니 단순 가격 비교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강대국치고 농업이 약한 나라가 없는데,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가을걷이가 끝난 간척지 논을 가로질러 학산마을로 향한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그나마 인력이 적게 필요한 것이 벼농사라고 하지만 그 실상을 파헤쳐 보면 농기계는 비싼 일제가 장악하고 있고, 비료의 원료는 태반이 수입산이다. 게다가 쌀소비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으니 벼농사 또한 녹록지 않다.

 

간척지 들판을 가로지르는 수로를 넘어 학산마을로 향하는 길, 종점이 이제 8백 미터 남았다.

 

저 멀리 학산마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논 사이로 흐르는 작은 수로를 보니 지난해 논에서 열심히 제초를 담당했던 우렁이 새끼들이 올망졸망 살아 있다. 왕우렁이의 제초 효과는 98%에 이를 정도 효과적이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농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온이 따뜻한 지방에서 월동한 우렁이는 어린 모를 갉아먹는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 모내기 전에 작은 우렁이를 논에 뿌리고 수확기에는 우렁이를 논에서 제거해 주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한 마지기 우리 논에도 우렁이를 뿌려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 우렁이가 잡초를 제거해 주면 논에 들어가 김매기 할 일이 없어질 텐데......

 

드디어 학산마을에서 서해랑길 13코스 걷기를 끝낸다. 서늘한 날씨에도 동네 어르신들이 들판을 한 바퀴 걷고 들어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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