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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선착장을 지나 팽목바람길 숲길로 진입한 서해랑길 10코스는 숲길을 걸으며 다순기미, 잔등너머를 지나 마사마을에 이른다. 이후로는 팽목방조제가 만든 간척지로 나가서 수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며 봉암저수지를 거쳐 가치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눈 덮인 팽목바람길 숲길을 걷다 보면 중간에 다순기미 소망탑이 있는 곳에 이른다. 세월호 참사현장이 28Km 떨어져 있다는 안타까운 표식도 있다. 남쪽으로 28Km 떨어져 있는 관매도 인근 해역이다. 다순기미는 따뜻하다는 의미의 전라도 방언 따습다, 다순과 후미진 곳을 의미하는 기미가 합쳐진 단어이다.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아련하게 먼 곳,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소망이 느껴지는 곳이다.
다순기미에서 바라본 이곳 해안선의 바위 절벽은 아찔한 모습이다. 이후의 숲길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는 듯하다.
해안 인근의 숲길을 걷는 팽목바람길에는 특이하게 바다에 있어야 할 부이를 나무에 걸어 두었다. 주의하며 걸으라는 배려다.
숲길을 걷다 보니 하루종일 흐리던 하늘이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북쪽으로는 깎아지른 절벽 해안이 이어진다.
눈이 쌓인 숲길을 인생에서 얼마나 경험할 수 있을까? 젊을 때나 누리던 겨울 산행을 이 나이에도 누릴 수 있다니, 축복이다.
나뭇가지에, 나뭇잎에 소복하게 쌓인 아름다운 눈길을 걸어간다.
오후의 강렬한 태양을 얼마 만에 대면하는지, 온몸이 따스해지는 느낌이다.
길은 바닷가 절벽이 있는 잔등너머에서 우회전하여 임도로 숲길을 벗어난다.
마사마을로 가는 농로를 물웅덩이와 얼음을 피하며 조심조심 걸어간다. 마을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말과 연관된 마을로 제주도에서 오는 말들이 내렸던 곳이었다고 붙은 이름이다.
마사마을을 지나온 길은 도로를 벗어나 간척지로 나간다. 팽목방조제가 만든 넓은 들판이다.
간척지 논을 가로지른 서해랑길은 수로를 건너는 다리 앞에서 좌회전하여 수로를 따라 둑방길을 걷는다. 팽목바람길과는 이별인데 팽목바람길은 직진하여 다리를 건너서 갈대밭으로 향한다.
수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 이 추운 날씨에 차박하며 낚시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종주길 걸으세요?" 하며 인사를 건네신다. "수고하세요!" 하며 인사를 나누고 길을 이어간다. 멀리 정면으로 동석산(218m)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오후에 들어서면서 길의 눈은 많이 녹았지만 역시 다리 위의 눈은 산악회 사람들의 많은 발자국에도 불구하고 여전하고, 멀리 보이는 석적막산(235m), 동석산 위에도 하얀 눈은 여전하다.
봉암저수지를 향해 북쪽으로 향할수록 깎아지른 칼바위가 일품인 동석산이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다시 흩날리는 눈발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걸작 동석산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수로를 따라서 봉암저수지를 향해서 걷고 있는데 군내버스가 하심동 마을을 지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전에는 어제 내린 눈 때문에 운행하지 않았던 버스들이 운행을 재개한 모양이었다. 원래의 계획은 가치마을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진도 읍내에서 하룻밤 쉬고 돌아와서 11코스를 걷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종점으로 향하고 있는 저 버스가 하심동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타기로 했다. 다음 버스가 운행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서해랑길 경로에서 벗어나 하심동 마을로 들어갔다. 참고로 지산면방향 가학/마세 방면의 버스 시간은 다음과 같다.
지산면방향 가학/마세 6:20, 8:20, 10:30, 13:00, 16:00, 18:20
위의 두 사진은 하나는 일요일 오후의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월요일 아침의 사진이다. 다행히 월요일에는 첫차부터 정상 운행했다. 종점을 돌아오는 버스를 탔더니 기사분은 어떻게 알고 탔느냐고 놀라신다. 지금 버스가 오늘 운행하는 유일한 버스이고 다음 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천우신조, 정말 하늘이 도운 상황이었다.
하심동 마을 정류장에서 도로를 걷다가 동석산 등산로 입구 근처에서 둑방길로 나가서 서해랑길 경로와 합류하여 수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어제 오후부터 만났던 동석산은 이주 깊은 인상을 준 산이었다. 보통은 금강산, 설악산처럼 높은 산을 올라가야 저런 바위 절경을 만나는데 동석산은 길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특이할 수밖에 없다. 동석산에서 감상하는 일몰이 일품이라는데 진도에 다시 온다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제부터 걸었던 간척지 수로의 둑방길은 어느덧 봉암저수지에 닿았다. 길은 저수지 앞에서 지산로 도로로 올라가 하봉암 마을을 지날 때까지 도로를 따라 걷는다.
해방되던 1945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1966년 팽목방조제가 들어서면서 생긴 남쪽의 거대한 간척지 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79년에 확장했다고 한다. 저수지를 만나면 지산로 도로로 올라가 도로를 따라 걷는다.
봉암저수지 위로 아침의 태양이 붉은 물결을 만들어낸다. 따스하다. 날씨는 서늘하지만 햇살은 따스하고 지난 이틀간의 눈발이 무색하게 오늘은 쾌적한 길을 걷는다.
도로를 따라서 하봉암 마을을 지난 길은 다시 도로를 벗어나 가치리 농로를 걷는다.
길의 눈은 많이 녹고 보송보송한 수준이 되었지만, 눈 덮인 배추 밭은 눈이 여전하다. 배추를 묶어본 사람이라면 동의하겠지만 그 힘든 일을 사람을 써가며 하는 이유는 그림과 같은 한파와 폭설 때문이라고 한다. 배추를 묶어 준다고 속이 더 잘 차거나 결구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눈 맞아 더욱 달아진 배추를 먹는 사람들은 이런 사연을 알까?
가치마을로 들어가는 길, 남쪽의 봉암저수지도 아득하게 보인다.
마을 입구 좌측으로는 폐교한 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1940년 주민들이 기부한 땅에 세워진 지산서초등학교로 2009년 폐교했다고 한다. 한반도 외곽 지역을 걷는 남파랑길, 서해랑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폐교를 만나며 인구절벽의 현실을 피부로 느낀다. 최근에는 폐교에 공군부대가 들어서는 계획이 있었던 모양인데 폐교를 군부대에 매각하는 것은 현행법에 저촉되어 중단되었다고 한다. 가치리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인데 가치재라는 고개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고 붙은 마을이름이다.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10코스를 마무리하고 11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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