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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9코스는 여귀산 자락의 도로를 따라 걸으며 평야 길로 내려간다. 원래의 9코스는 상만 마을 앞에서 등길로 나가서 해안으로 나가지만 8코스에 이어서 9코스를 걷는 우리는 도로를 계속 걸어 중만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진도 읍내로 나갔다가 하룻밤 쉬고 다음날 여정을 이어간다. 다음날 엄청나게 내린 눈으로 군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비싼 비용을 치르고 택시를 타고 중만마을에서 흰 눈을 밟으며 여정을 이어간다. 해안으로 나간 길은 중만마을과 신동마을을 거쳐 남선마을에 이른다.

 

서해랑길 8코스를 끝낸 우리는 바로 이어서 9코스 일부를 걷는다. 내일은 9코스와 10코스를 이어서 걸으므로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고 군내 버스 시간도 남은 까닭이다. 진도대로 도로를 따라 중만마을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최신식 건물을 갖춘 국립남도국악원을 보면서 귀성리를 떠난다. 국립남도국악원(https://jindo.gugak.go.kr/site/main/main.do)에서는 매주 토요일 "국악이 좋다"라는 이름으로 상설공연도 있고 다양한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진도 버스 기사분 중에는 국악 방송을 틀어 놓으신 분도 있던데 이곳에는 라디오 방송국인 남도 국악방송국도 있다.

 

8코스로 걸었던 귀성 마을 풍경을 뒤로하고 귀성삼거리로 올라간다. 

 

귀성삼거리에서 만난 아리랑마을 조형물 뒤로 흰옷을 입은 여귀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온 산하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귀성삼거리에서 상만마을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한다.

 

원래의 서해랑길은 상만마을 앞에서 들길로 나가야 하지만 우리는 군내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 하룻밤 쉬었다가 다시 돌아올 예정이므로 도로를 따라 상만마을을 거쳐 중만마을까지 이동하여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눈보라가 사정없이 휘몰아친다. 때마침 중만리 마을 회관에서 쉬시던 할머니들이 한분 두 분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한두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경로당 입구 신발 벗는 곳에서 바람이라도 피하라고 배려해 주셨다. 걸리적거리는 나그네가 귀찮을 법도 하셨을 텐데 배려해 주셔서 조금이나마 찬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한 군내버스는 하루종일 언몸을 녹여 주기에 충분했다. 진도 읍내에 도착한 우리는 돼지국밥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필자가 망가뜨린 옆지기의 안경테도 읍내의 안경점에서 안경알이 최대한 유사한 것으로 교체할 수 있었다. 앞으로 3일을 더 걸어야 하는데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 진도까지 찾아온 강력한 추위를 대비해서 하나로마트에 가서 방한용 귀마개도 준비했다.

 

다음날 아침, 어제 저녁에 그렇게 쏟아붓던 눈은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차도는 그나마 눈을 치운 상태였지만, 인도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었다. 터미널로 이동할 때만 해도 설마 눈 때문에 버스가 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출발 시간이 되었는데도 버스가 플랫폼에 오질 않는 것이었다. 아뿔싸, 눈이 많은 온 상태이고 일요일 오전이다 보니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산악 지역으로는 오늘 중으로 운행할 가능성이 없다는 말도 있었다. 날도 추운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택시 비용이라도 알아보자 하며 읍내에서 중만리까지 가는 비용을 알아보니 2만 원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옆지기와 의논한 끝에 일정이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계획대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중만마을에 도착하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도로임에도 차도, 사람도 지나간 흔적이 없다. 청년시절 지리산 겨울산행 이후로 이런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헤치며 걷는 여행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며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길을 헤치며 걷는다. 방수 등산화가 아니므로 오늘 여정이 끝나면 축축한 신발은 따놓은 당상이다. 원래의 서해랑길과 만나서 9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어제는 배추 위에 살짝 쌓인 눈을 보았는데 오늘은 배추밭이 눈 속에 파묻혔다. 눈 쌓인 나뭇가지에 매달린 서해랑길 리본이 온 세상이 하얀 상태에서 색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눈 속에  파묻힌 대파밭도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다.

 

천천히 좋아질 것 같던 날씨는 들길에서 다시 강한 바람과 함께 눈보라를 선사한다.

 

비가 아니라 눈을 맞으니 옷에 붙으면 털어 낼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걷는다. 어제저녁 구입한 방한용 귀마개가 추위를 막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고개를 넘으면 중만마을 해안을 보면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중만마을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보이는 바다 건너편은 굴포항이다.

 

굴포항 입구에서 만난 환상적인 바다 풍경. 온통 구름 가득한 흐린 하늘에 잠시 조명을 비추듯 내리쬐는 햇빛이 환상적이다.

 

굴포항에서 국립진도자연휴양림까지 이어지는 미르길 트레킹로에 대한 안내판도 만난다.

 

눈과 눈이 섞인 바닥을 구분하면서 해안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중만마을 해안을 지나는 길, 인적은 없고 자동차가 지난 길을 조심히 밟으며 나아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간척이었다는 고산둑과 고산 윤선도사당도 지난다. 둑을 쌓기 시작한 것은 윤선도의 할아버지인 윤의중부터이고 윤선도에 이르러 완공되었다고 한다.

 

고산둑을 따라 굴포마을로 이동하는 길은 굴포마을 앞에서 우회전하여 수로를 따라 이동한다.

 

수로를 따라 걷는 둑방길 우측으로 펼쳐진 논들은 고산둑으로 만들어진 논이지 않을까 싶다. 농지가 부족한 시절, 간척을 통해 논과 밭이 생기고 사람이 모여들고 마을 형성되었으니 3백년 넘게 감사제를 드리고 있다는 이곳 마을 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수로를 따라 걷던 길은 하천을 건너서 진도대로 도로 방향으로 이동한다.

 

잠시 도로를 걷던 길은 도로를 벗어나 남선마을로 들어간다. 임회면 남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남선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길은 남선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 외곽을 돌아간다. 천둥산 임도로 향하는 길, 남선 마을 인근부터 완만하게 고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남선마을 주위는 약간의 고도가 있는 구릉지대로 대부분 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선마을 외곽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모습 산도 들판도 모두 하얀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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