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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망항에서 출발하는 서해랑길 10코스는 팽목항을 거쳐서 한창 공사 중인 연동리 해안을 걸으면서 임회면에서 지산면으로 넘어간다. 지산면으로 들어가며 팽목방조제를 지나고 마사리 포구 이후에는 해안 숲길로 이어지는 팽목바람길을 걷는다.

 

여전히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10코스를 시작한다.

 

10코스 시작점 인근에는 식당도 여러 개 있었고 편의점도 있어서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엄마손 식당에서 백반으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가격이 싸지는 않았지만 뭇국도 일품이었고, 구운 김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썰어 나온 돼지고기도 훌륭했다. 얼었던 몸도 녹이고 넉넉한 휴식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서망마을을 빠져나오면 좌회전하여 진도항길 도로를 따라서 진도항으로 이동한다.

 

서망마을 인근으로는 여러 부지들이 조성되어 한창 개발 중인데 진도항 배후지 조성 사업이라고 한다. 2023년 12월 문을 연 진도국민해양안전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10년 만에 생긴 시설로 생존수영, 익수자 구조법, 심폐소생술 등 해양 안전과 각종 재난 대응 교육을 위해 설립했다고 한다. 오후가 되어서도 눈발은 그칠 줄을 모른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안도로를 따라서 진도항으로 향한다. 

 

저 멀리 바다 건너로는 팽목바람길로 우리가 걸을 숲길이 있는 야산과 바다로 작게 튀어나온 다신기미도 보인다. 진도항 뒤의 바위산은 소나무와 함께 하얀 눈으로 치장하여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인다.

 

진도항에서 나오는 커다란 배가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빠져나간다. 오전 8시와 오후 1시 30분 두 차례 진도에서 제주항으로 가는 배로 차도 실을 수 있는데 추자도를 거치지 않는 경우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제주로 가는 가장 빠른 배편이다.

 

진도항의 또 다른 이름은 세월호 때문에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팽목항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를 간절히 기원하던 곳이다. 인양된 세월호는 목포 신항에 거치되어 있는 상태다. 길은 진도항 연안여객터미널과 세월호 팽목 기억관 앞을 지나 팽목마을로 향한다.

 

정면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한복산(232m)을 보면서 눈발을 헤쳐간다.

 

길은 큰길에서 팽목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예전에는 나무가 울창한 바닷가 마을이었다고 한다. 

 

팽목마을의 해안선을 돌아간다. 팽목마을의 포구는 양쪽에 건설 중인 거대한 항구 시설에 포위된 형국이다. 위성사진을 보면 항구 접안 시설을 만들면서 마을의 해안선이 없어질 수도 있었겠다 싶다. 마을의 포구를 지켜낸 것이 다행이다.

 

팽목마을의 해안선을 돌아가는 길의 발자국들을 보니 발자국이 한둘이 아니다. 아마도 산악회에서 단체로 서해랑길 10코스를 걷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보다 한참을 앞서갔다.

 

기억과 성찰의 도보여행길 팽목바람길이라는 팻말을 만난다. 바다에 있어야 할 부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이 놓았는데 이후 숲길에서도 주의해야 할 구간에서는 어김없이 부이가 등장한다.

 

마을을 벗어나면 휑한 공간을 만나는데 산업용지로 조성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산 아랫자락을 따라 이어진 흙길을 따라 팽목방조제 방면으로 이동한다. 때로 물웅덩이를 만나면 갑갑하지만 웅덩이 주위에 조금 얼은 땅은 웅덩이에 빠지지 않고 길을 지날 수 있게 해 준다. 이럴 때는 싸늘한 날씨가 고맙다. 

 

바다 건너 우리가 가야 할 마사 선착장과 이후로 이어진 바위 해안을 보니 우리가 걸을 팽목 바람길 숲길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은 진구지수문을 지나 팽목방조제로 이어진다.

 

1966년에 만들어진 팽목방조제는 임회면 팽목리와 지산면 마사리를 이어준다. 이 방조제로 지산면 일대에 엄청난 농지가 생기고, 이 농지들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봉암저수지도 생겼지만 대신에 이 지역에 풍부하던 해산물들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갯벌이 없어지고 대신 바다에 들어선 것은 수많은 양식장이다. 진도 내륙의 산들도 모두 하얀 눈으로 덮였다.

 

방조제 끝자락에서 뒤돌아 팽목마을 쪽을 바라보면 한복산과 앞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방조제 안쪽으로는 수로를 따라 엄청난 갈대밭이 펼쳐있다. 서해랑길은 팽목바람길의 해안 숲길을 돌아 마사마을을 지나면 간척지로 나와서 수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여 수로의 끝자락에 있는 봉암저수지까지 간다.

 

방조제가 꺾이는 부분에 이르러 바다 쪽을 보면 마사선착장 앞에 있는 마구도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방조제를 벗어나면 좌회전하여 마사선착장으로 향한다. 앞서 지나간 산악회 일행들이 눈길에 찍어놓은 발자국들이 어지럽다.

 

마사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방조제 바깥에 매어놓은 어선도 눈으로 덮였다. 

 

길은 어느덧 마사선착장에 도착했다. 바다 건너로는 진도팽목항이 손에 닿을듯하다.

 

진도의 남서쪽 끝자락인 이곳의 바다는 무서울 정도로 세차다.  도로도 끝나는 이곳에서 팽목바람길은 계단을 올라서 숲길로 진입한다. 

 

눈 쌓인 숲길을 지나며 세월호가 있던 바다가 어디일까 둘러보지만 사실 이곳에서는 그곳을 볼 수 없다. 세월호가 침몰한 곳은 진도 남쪽으로 한참 내려가야 한다. 진도군 조도면에 속한 관매도 남쪽이다. 조도면은 우리나라에서 섬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유인도만 35개이고 무인도도 119개나 된다고 한다.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의 물살이 센 맹골수도도 이곳에 포함되어 있다. 다도해국립해상공원에 속해 있다.

 

산악회 일행들이 앞서간 덕택일까? 숲길에 쌓인 눈은 모두 잘 다듬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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