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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저수지 옆길을 통해 고개를 넘으면 송지면 송호리에서 마봉리로 들어간다. 마봉리를 지나 다시 소죽리의 작은 언덕을 넘으면 송지면사무소가 있는 읍내에서 서해랑길 1코스를 마무리하게 된다. 길을 걸으며 달마산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송호리에서 마봉리로 넘어가면서 그리고 소죽리를 지나면서 두 개의 고개를 넘지만 1백여 미터의 높지 않은 고개이다.
송지저수지 상류 끝자락의 조릿대 숲을 지나면 수많은 나무 말뚝이 쌓여있는 작업 현장을 만나게 되는데 "잇까리"라는 생소한 단어를 만나지만 아래가 뾰족하게 깎인 나무는 남파랑길에서도 서해안 해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나무 모양이다. 이까리라고도 하고, 말대, 말목이라고도 부르는데 바다에 박기 쉽도록 아래를 뾰족하게 깎은 것이 특징이다. 인근에서 김양식을 많이 하다 보니 양식장 설치에 필요한 잇까리를 생산하는 업체도 성업하는 모양이다. 잇까리를 바닥에 박고, 로프를 연결하고 그 위에 김발을 얹는 방식이다. 문제는 김양식이 끝나면 김발은 회수하는 모양인데 로프와 잇까리는 많은 경우 바다에 그냥 방치하여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되는 것이 현실인 모양이다. 그나마 잇까리는 자연에서 온 것이지만 잇까리와 잇까리를 연결하는 30여 미터의 로프가 바다에 버려지면 다른 어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몇천억의 김 수출도 좋지만 바다 환경을 지키며 하는 지속가능한 김양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의 김양식이 미래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마봉리로 가는 고개를 넘는 길 한낮의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가 늦가을의 운치를 더해준다.
길 옆에서 산새 말고는 눈길도 주지 않는 산감, 돌감이 늦가울, 초겨울의 정취를 더해준다. 시장에 나오는 많은 감들은 접붙이기하거나 육종 개량한 것들인데 이런 커다란 감의 씨앗을 심어 발아시키면 시장에서 파는 감이 아닌 사진처럼 올망졸망한 산감, 돌감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원래의 감, 원형의 감일 수 있겠다. 문제는 산감이 무지하게 떫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작은 돌감을 깎아서 찬바람에 말리면 떫은맛은 사라지고 달콤한 곶감이 된다. 집에 있는 감나무 한그루도 열매는 맺지만 병해충에 제대로 수확한 적이 없는데, 크기는 작아도 좋으니 열매를 잘 보존하는 튼튼한 돌감나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마봉리로 향하는 고갯길은 해남 버스도 지나는 도로이지만 도로 양 옆은 들풀로 가득하다.
도로변 한 귀퉁이에서 노란 감국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준다. 차로 재배하는 감국도 많겠지만 늦가을에 도로변에 만나는 노란 감국은 정말 반갑다.
송지 송호 61번 임도로 달리는 달마고도 자전거길 표식을 만나니 남파랑길을 마무리하며 걸었던 달마고도의 기억을 스쳐 지나간다.
고개를 넘어 마봉리로 넘어서니 이 한적한 산길을 해남 버스가 조용히 지나간다. 우리도 놀랐지만 버스 기사분도 한적한 산길을 걷는 사람을 만나니 조금은 놀라시지 않았을까 싶다. 우측으로는 달마산 자락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높지 않은 바위산이 아름답다.
도솔암이 있는 도솔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마련마을을 지나면 얼마간 마봉송종길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를 걸으며 우측의 달마산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남파랑길의 마지막 코스를 걸으며 달마산 자락을 걸을 때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달마산의 풍광을 조금 떨어져서 감상한다.
잠시 도로를 벗어나기도 하지만 이내 도로로 복귀하여 걷다가 좌측 임도로 들어간다. 마봉리에서 소죽리로 넘어가는 길이다. 마봉리는 제주말과 연관된 지명으로 고려 때는 마봉소라는 특수 지역이 있었고, 이후에는 제주말이 육지로 넘어와 거래되던 곳이었다고 한다.
서리가 내려서 나뭇잎 마저 푸른 잎 상태로 땅에 떨어지는 시기인데 구절초는 절정인양 꽃이 생기롭다. 필자처럼 많은 시인들이 서리에도 생기로운 구절초 꽃에 반하여 시를 읊은 것을 보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꽃임에 분명하다.
소죽리로 넘어가는 들길에서 혹시나 하고 뒤돌아보면 남북으로 길게 뻗은 달마산 자락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들길을 돌아서면 이제는 달마산 풍경과도 안녕이다. 나중에 달마산을 다시 온다면 산 중턱을 걷는 달마고도가 아니라 정상부 산능선을 걸어보자 하는 마음을 남기며 달마산과도 이별한다.
마봉리를 지나 소죽리로 들어왔지만 서해랑길에서 처음 만나는 마을은 대죽마을이고, 조금 더 걸으면 소죽마을을 지난다. 소죽리 앞바다에 죽도라 불리는 작은 섬 두 개가 있는데 마을 이름도 섬 이름을 따라 대죽마을 소죽마을이라 붙였다고 한다.
한 집 앞에 심은 맨드라미가 인상적이다. 닭의 벼슬처럼 생겼다고 닭벼슬꽃이라는 별칭도 있다. 옆지기 말대로 꽃도 검은 씨앗도 약으로 쓴다고 한다.
길은 구릉지대를 통과하며 무덤과 밭들을 번갈아가면 만난다. 화장 후 평장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평장한 분묘들 앞에 합동 제단을 마련해 놓은 모습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소죽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소죽리 앞바다를 조망한다.
높지 않은 고갯길을 내려가면 심정골 소죽마을에 닿는다. 정성스럽게 마을을 가꾼 모습에 엄지가 저절로 올라가게 하는 마을이다.
담장을 깨끗하게 단장하고 작업이 어려웠을 텐데 골목길 담장에 화분을 매달아 장식한 모습이 정말 정성이다!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매년 음력 9월 9일 마을 뒷산에 있는 당집에서 마을 수호신 중구할머니를 위한 중구제라 하는 제사를 지낸다는 안내문도 붙여 놓았다.
굳이 안내문을 읽지 않아도 마을의 커다란 나무들을 보니 유구한 마을의 역사와 마을에 대한 마을분들의 애정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마을 쉼터에 붙은 "세월도 쉬어 가는 곳"이라는 이름에 미소를 지으며 길을 이어간다. 쉼터도 대충 만들지 않는 정성이 돋보인다.
소죽마을을 지나 작은 고개를 내려가면 드디어 송지면 읍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송지 초등학교를 지나 길 건너 송지면사무소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읍내에서 만두와 수제비로 요기를 하고 2코스 8Km 정도를 더 걷기 위한 힘을 충전한다. 가격이 조금 세기는 했지만 먹을만했다. 재미있는 광경은 가게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나가는 고객들이 대부분 다문화 가족이었다. 주말을 맞아서 다문화 가족들끼리 모인 모양이었다. 조금은 생경스러운 모습이었다. 다문화 혼인이 대부분 외국인 아내라고만 생각했는데 2021년 기준으로 보면 62% 정도이고 외국인 남편이 22%, 귀화자가 16% 정도였다. 다문화 혼인만큼이나 이혼도 많았다. 특이할 만한 통계는 이곳 전남이 다문화 이혼의 비중과 함께 다문화 출생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전체 혼인 중에 다문화 혼인이 7%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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