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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서해랑길 1코스는 해수욕장을 벗어나면 해안 숲길을 거쳐 땅끝황토나라테마촌을 지난다. 땅끝해안로를 오가며 송종마을을 거쳐 송지저수지를 향하여 완만한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정식 파라솔을 보니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의 송호리 해수욕장이 상상된다. 동해안 어떤 해변의 파라솔은 지붕조차도 플라스틱이었는데, 이곳의 파라솔은 자연에서 온 것을 정성스레 얹어 놓았다. 뒤쪽의 솔숲도 좋지만 여름에 저 파라솔 아래서 태양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나들이 나오신 분들은 각종 포토존 앞에서 인증숏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깨끗한 공중화장실과 여러 식당도 있고 편의점과 카페도 있어서 송호리 해수욕장은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사서 편의점 외부 테이블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들과 함께 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해수욕장을 떠나면 골목길을 통과하여 해변 산책길로 나간다. 땅끝황토나라테마촌에 위치한 서해랑길 쉼터가 1.2Km 앞에 있다는 표지판이 등장했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해안 숲길은 환상적인 걷기 길이었다. 서늘한 겨울 날씨이지만 따스한 햇살 덕분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어도 좋다.
숲길에서 바라본 송호 선착장의 모습. 아침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가 아름답다. 송호리라는 마을 이름은 소나무가 울창하고 마을 앞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고 붙은 이름인데 송호라는 마을 이름처럼 바다는 호수와 같이 잔잔하다. 한국 전쟁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해남으로 침투하는 간첩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곳곳에 해안 초소가 설치되었는데 지금은 첨단 장비로 대체되면서 많은 초소들이 없어졌지만 일부는 사진처럼 전망대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던 숲길이 끝나면 서해랑길 쉼터 표식과 함께 땅끝황토나라테마촌 영역으로 들어간다.
뒤돌아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온통 양식장 그림이다. 어불도 앞으로 펼쳐진 김과 전복 양식장의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길은 땅끝황토나라테마촌의 캠핑장 옆을 지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열심히 텐트를 치고 있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족이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보기 좋은 마음도 있지만 이 추운 날씨에 텐트 치고, 음식 해 먹고, 짐 정리하고 참 고생길이다! 하는 생각도 함께 스쳐간다.
황토 마을을 지나다 보면 입구 쪽으로 서해랑길 쉼터가 있지만 송호리 해수욕장에서 휴식 시간을 가졌으므로 그냥 지나쳐 간다. 공방촌 지붕 위에 특이한 물건이 있었는데, 특이한 모양의 굴뚝이나 환풍구일까? 추측도 해보고 근처에 혹부리 영감 동화를 주제로 한 테마 공원이 있으니 혹부리 영감의 혹을 형상화한 조형물인가? 하는 추측도 해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다.
황토마을 수변 공원 옆을 통해서 마을의 숙박시설을 지나면 땅끝황토나라테마촌을 빠져나가게 된다. 공방촌 지붕처럼 황토문화체험관 지붕 위에도 커다란 황토 덩어리가 올라가 있는데 그 정체가 아직도 궁금하다.
황토 테마촌을 빠져나오면 송호마을의 포구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나는데 우회전하여 땅끝해안로 큰길로 나간다.
큰길로 나가는 도로변에서 겨울 날씨를 이겨내며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하얀 꽃을 만났다.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면 더 화려했겠지만 단출해도 좋다. 이름도 어여쁜 바늘꽃이다. 추위에 강한 여러해살이풀이다. 나비 바늘꽃, 가우라, 백접초라고도 불리는데 분홍색 바늘꽃도 있다.
이 추위에 생생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나비 바늘꽃이 반갑고, 신기하기도 하다.
땅끝해안로 도로를 나와서 잠시 도로를 걷던 서해랑길은 이내 다시 송종마을 해안으로 나가서 마을을 돌아간다.
바다로 길게 뻗어 나간 선착장은 아마도 양식장 작업을 좀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한 이곳 사람들의 고육책이 아닐까 싶다. 조용한 송종마을 해변을 뒤로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벽화에는 해남 출신 시인들의 시와 벽화들이 시화집을 만들고 있다. 박병두 작가의 "해남 가는 길"을 읽으니 가슴이 시려온다. 옆지기와 함께 나도 첫 월급 타서 빨간 내복드렸는데..... 하며 길을 이어간다.
마른 가지처럼
야윈 어머니
그 주름진 손 한번
변변히 잡아드리지 못하고
고향 떠나던 날,
하늘이 대신 진눈깨비로
울어주었네.
첫 월급 타서
내의 사드린다는 약속
미처 지키지 못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누런 상여 옷 한 벌
해드렸네.
눈송이처럼 가벼워진 어머니
어이야 디이냐 땅 아래 쌓이고
언 땅에 누이고 돌아오니
하늘이 먼저 아시고
흰 이불 덮어주셨네.
최정수 님의 "제2의 청춘"이란 작품은 그림과 함께 우리를 빙그레 웃게 하는 짧지만 무게 있는 힘이 있었다.
어느 마라토너도 못지않게
달릴 수 있당께
그리고 이즉도 내겐
피울 불꽃 사랑이 있지라
서점에서는 "송종리 마을 사람들"이라는 책으로 사진과 시들을 만날 수 있다.
큰길로 나온 길은 얼마간 도로를 따라간다. 길을 걷다 보면 마을 벽화에서도 만났던 박병두 작가가 촌장으로 있는 "인송문학촌 토문재"로 가는 표지판도 만난다. 한옥 스테이와 북카페도 있다. 작가 지망생인 딸이 이곳에 들러 잠시 작품을 위해 몸부림하는 작가들의 기운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얼마간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우회전하여 마봉송종길을 따라 송지저수지로 향한다.
송지저수지는 1999년에 설치된 송지 정수장이 있는 곳으로 송지면과 현산면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저수지 둑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경우 저수지의 경사면에는 아무것도 없는 보통인데, 안전에 문제가 없고 경사면이 남향이라면 태양광 설치에 딱이 공간이 아닌가 싶었다. 길은 송지저수지 우측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해변에서 송지저수지를 지나 고도 1백 미터 정도까지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면서 고개를 넘으면 송호리에서 마봉리로 진입하게 된다.
"송지 송호 임도" 표지가 등장했다. 달마고도에서도 만났던 임도 표지는 1백 미터마다 나타나므로 지루하지 않게 길을 걷는 재미를 준다. 송지 송호 임도는 총 2.04Km이고, 현재 위치는 1.8Km 위치인데 큰 숫자로 40-18의 의미는 40번 임도의 1.8Km 지점이라는 의미이다. 일백 미터 더 가면 40-19 표지가 등장한다.
저수지 아래에 정수장이 있으니 저수지 주위로는 철책으로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데 철책 울타리를 따라 이어진 조릿대가 20년이 넘는 정수장 역사를 말해주듯 빽빽하고 울창하다.
송지 저수지 옆을 걸으며 조릿대 터널을 지나는 독특한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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