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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마지막날 걷기 여행은 도시 남부를 걷는 여행이다. 숙소에서 이마고 쇼핑몰로 걸어서 이동하여 이른 점심을 챙겨 먹고 쇼핑몰에서 두 시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전통 공연도 감상한다. 사바 미술관(Sabah Art Gallery)과 우자나 공원을 (Taman Ujana Rimba Tropika)을 거쳐 사바 주립박물관(Muzium Sabah)에 이르는 여정이다. 그랩 택시 기사와 우리 모두 사바 미술관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다녀온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괜찮은 여정이었다.
1번 국도 해안도로(Jalan Coastal)를 따라서 남쪽으로 이동한다. 고가도로가 있는 교차로를 횡단보도를 통해 가로질러 걷는다. 어제 오후만 해도 비가 쏟아졌는데,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쾌청한 하늘이다. 도로 옆에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아파트를 보니 도심의 화려한 쇼핑몰, 호텔들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교차로를 가로질러 도로변을 걷는다. 동글동글한 잎을 가진 독특한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는데 바다포도나무라고도 불리는 코콜로바 우비페라(Coccoloba uvifera)인 모양이다. 이름처럼 염분에 강하지만 추위에는 약한 나무라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칠변화라고도 불리는 란타나(Lantana)가 화려한 꽃을 자랑하고 있다.
이마고 쇼핑몰로 가는 인도에는 비가림이 있어서 강렬한 태양도 피해서 갈 수 있었다. 공공 기관이나 대형 쇼핑몰 근처에는 이러한 비가림 시설들이 있으니 코타키나발루는 자동차 없이 걷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도시 맞다. 코타키나발루의 대표적인 쇼핑몰답게 이마고 쇼핑몰 정문 앞에는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멈추고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2015년에 개장한 쇼핑몰이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쇼핑몰 중앙에는 이곳 원주민들이 살던 전통 가옥을 재현해 놓았다. 함석지붕을 올리고 합판을 덧댄 벽체까지, 동남아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상 가옥과 비슷하다. 예전에는 코타키나발루 해안선을 따라 많은 수상 가옥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집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대형 건물이나 리조트를 건설하면서 이제는 가야섬에 가야 수상 가옥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불법 체류자라고 하는데 말레이시아 국적을 거부한 원주민이라고 한다. 육지로 오면 불법 체류자가 되기 때문에 수상 가옥에서 산다고 한다. 필리핀에서 넘어온 불법이민자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화려한 쇼핑몰 중앙에 허름하기 그지없는 전통 가옥이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지만 묘한 조화로움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재현해 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전통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 나름의 역사를 지켜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내데스크에서 락커키를 받아 배낭을 보관하고 쇼핑몰 둘러보며 이른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둘러보았다. 3층에 푸트 코트가 있었는데 할랄식으로 대부분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필자의 몸상태가 좋았다면 먹어도 좋았을 텐데, 입맛이 당기지 않아 지하에 있는 한식당 두부요(Dubuyo)에서 순두부와 비빔밥으로 이름 점심을 먹었다. 이곳 음식은 한식인데도 동남아 특유의 향이 있는 것 같았다.
이른 점심을 먹고 쇼핑몰 정문으로 올라오니 전토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전통 악기 소리와 노래, 공연자들의 기합 소리가 홀을 가득 채운다.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를 올린 다음에는 본 공연이라 할 수 있는 마구나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대나무춤이라고도 불리는데, 먼저 남성 무용수들이 대나무를 잡고, 여성 무용수들이 대나무 사이를 우리나라 고무줄 놀이 하듯 피하는 전통 춤을 춘다.
여성 무용수들의 대나무춤이 끝나면 남성 무용수가 마구나팁을 시작하는데 음악의 템포는 점점 더 빨라지고 그에 따라 무용수의 발놀림과 동작도 더 화려해지고, 더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초반 무희들의 춤 장면
여성 무용수의 대나무춤 장면
이마고 쇼핑몰의 전통 공연이 끝나면 무용수들이 관람하던 고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는데, 우리는 바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문제는 택시를 잡는 것인데, 필자는 멋모르고 쇼핑몰 정문 앞에서 손님을 내려주는 그랩 택시가 많으므로 사바 아트 갤러리로 가자고 하면 어렵지 않게 바로 택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손님을 내려주고 떠나려는 그랩 택시를 붙잡고 사바 아트 갤러리로 가자고 하니 도통 알아듣지 못한다. 그냥 그랩 앱으로 목적지를 찍고 그랩 택시를 부르는 것이 맞는 방법이었다. 어찌하여 택시를 타고 미술관이라 하여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특이한 건물에 당연히 미술관 맞겠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술관 한 블록 전에 있는 국립문화예술부(National Department for Culture and Arts) 건물이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문화 예술 갤러리(Galeri Seni Budaya)라고 되어 있으니 미술관 맞나 보다 했다. 문제는 작품은 보이지 않고 휑한 분위기에, 입장료를 받아야 할 직원도 없었다. 건물에서 일하시는 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쪽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어디서 입장료를 내야 하냐고 물으니 잘 모르겠다며, 반응이 신통치 않다. 미술관도 아니고 공연을 하는 장소이니 입장권을 판매하는 직원이 상주하고 있을 리가 없었는데, 이곳이 미술관이 아니라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점심시간이니 관람 공간을 닫고 직원들이 자리를 비웠다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정말 허탈한 상황이었다.
일단 2층 계단을 올라가니 영국 식민지 당시의 사진과 사바 지역에 대한 안내등을 만날 수 있었지만 역시 미술 작품은 없었다.
"문화 예술 갤러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하는 말레이어 문구와 전통 의상을 입은 마네킹이 우리가 만난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마고 쇼핑몰에서 무희들이 입었던 의상의 벽화 앞에서 인증숏을 남기고 국립문화예술부 건물을 나온다. 이때까지도 우리는 미술관을 다녀온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미술관 다음으로 들를 예정이었던 우자나 공원(Taman Ujana Rimba Tropika)이 정문 북쪽이 아니라 남쪽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이때라도 미술관으로 향할 수 있었는데, 옆지기에게 길 찾기를 맡겨두고 무덤덤하게 길을 이어갔던 필자의 실수였다. ㅠㅠ
원래는 사바 미술관 관람을 끝내고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만났어야 했을 우자나 공원(Taman Ujana Rimba Tropika)을 바로 앞에서 만났으니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때 필자가 지도 앱을 한번 꼼꼼하게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우자나 공원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말 깔끔하고 깨끗한, 잘 정비된 공원이었다. 조깅하는 사람들, 걷는 사람들, 쉼터에서 쉬는 사람들 모두 여유가 있어 보였다. 선진국의 유명한 공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공원이었다.
우자나 공원 바로 앞에는 상당한 규모의 사바 주립 도서관(Perpustakaan Negeri Sabah) 자리하고 있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는데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의 손에는 빗자루가 아니라 송풍기 브로워로 바닥을 치우고 계신다. 낙엽이 떨어지지 않는 나라에서 위잉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브로워를 불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굳이 안 돌리셔도 깨끗한데 하는 생각과 함께 머리에 연료를 얹고 작업하시는 묘기와 같은 모습에 대한 놀라움이 겹친다.
공원에는 사바주의 주지사를 지냈던 툰 푸아드 스테픈스(Tun Fuad Stephens)를 기리는 조형물도 있었다.
블로어 바람으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의 소리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깔끔한 공원은 주민들이 주로 저녁 시간에 많이 나와서 운동한다고 한다. 줌바 댄스 모임도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양이다.
공원 쉼터 천장에 CD를 매달아 놓았다. 아마도 새가 오지 못하도록 한 모양인데, CD와 DVD가 이렇게 사라지는 미디어가 될 줄은 그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자나 공원을 떠나 사바 주립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자세히 보니 사바 주립 도서관 중앙에는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었다. 이왕 길을 잘못 들었으니 도서관도 다녀올걸 그랬다. 옆지기가 가진 지도 앱의 가이드를 따라 박물관을 한참 돌아서 가는 경로로 걸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필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만사가 귀찮았던 모양이다. 현재 위치와 경로를 꼼꼼히 확인했어야 했는데 정말 아쉬움이 남는다.
지도앱은 박물관으로 가는 최단 경로를 찾았지만 정작 그 길은 공공 기관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갈 수 없으니 빙 돌아서 가야만 했다.
도로 갓길을 시멘트 위에 돌을 붙여 두는 방식으로 만들어 놓은 모습도 독특했다.
길은 고급 아파트 단지 앞도 지난다. 수영장도 있는 고급 아파트라고 하지만 방 3개, 화장실 2개인 집이 2억대이니 이곳 집값도 장난이 아니다.
고급 아파트 단지 길 건너에는 우리의 민속촌과 같은 전통 마을 단지도 있었다.
빙 둘러 걸어온 길은 박물관 입구에서 오르막 길을 오르면 환영인사가 붙어 있는 사바 박물관으로 진입할 수 있다.
사바 주립 박물관의 분위기가 쿠알라룸푸르에서 방문했던 국립박물관의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박물관 입구에서 케일로코스투스(Cheilocostus)라는 독특한 모양의 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후가 다르니 내 나라에서 보지 못하는 독특한 식생들을 곳곳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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