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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걷기 여행 둘째 날 여정은 코타키나발루 북부의 툰 무스타파 타워에서 시작하여 해변을 따라 제셀톤 선착장까지 걷는 여정으로 깔끔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는 걷기 좋은 경로이다.
어제 오후에는 구름이 가득이었는데 오늘 아침은 쾌청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코타키나발루 날씨는 일기 예보로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늘 국지성 호우의 예보가 있으니 외출 시 우산은 늘 챙겨 나가는 것이 지혜이다. 육교를 통해서 도심을 가르는 1번 해안도로를 건너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오늘 점심은 센트럴 포인트 쇼핑몰 옆에 있는 싱가포르 치킨라이스라는 식당에서 모래집과 내장 모둠, 그리고 치킨라이스를 먹었는데 고객들의 리뷰만큼이나 먹을만했다. 닭 모래집을 주문할 때 점원이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다른 내장을 섞어줄 것인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대친 똥집에 맑은 소스를 뿌려서 나오는 방식이었는데 똥집과 함께 닭간과 같은 내장이 섞여 나왔다. 똥집에 섞인 간의 크기가 커서 순대에 섞인 간을 먹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처음 접하는 음식이었지만 나름 훌륭했다.
이른 점심을 먹은 우리는 그랩택시로 툰 무스타파 타워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올 때는 문제없이 그랩택시를 잘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기사와 만나지 못하면서 노쇼 페널티 3링깃을 지불해야만 했다. 첫 번째 택시 기사와의 만남이 실패한 이유를 복기해 보니 GPS로 찍은 우리의 위치가 엉뚱한 곳이었다. 그랩 택시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만날 지점을 정확히 찍던가, 아니면 우리가 GPS로 찍은 위치를 확인하여 해당 위치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툰 무스타파 타워는 1977년에 122m 높이로 지어진 건물로 로켓 또는 건전지 모양의 원형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72면 다각형이다. 사바주의 주지사였던 툰 무스타파의 이름을 딴 건물로 사바주 청사로 사용되었었지만 지금은 주청사는 새로운 건물로 이전했고 타워는 오피스 빌딩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가 도착할 당시 때마침 다른 관광객들이 위로 올라갈 수 있냐고 경비원에게 물으니 오피스로 사용하고 있어서 관광객은 올라갈 수 없다고 한다. 동남아의 피사의 사탑이라고 불릴 정도로 건물이 기울어져 있는데 오피스로는 사용해도 괜찮은 모양이다. "Sabah Maju Jaya"는 사바주의 모토로 "사바여 번영하라"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사실 사바주는 말레이시아와 영토이기는 하지만 필리핀과 영토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는 곳이다.
관광객이 올라갈 수는 없었지만 오피스 빌딩으로 사용하고 있는 타워는 엘리베이터도 정상 가동하고 있었다. 기울어진 빌딩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다. 타워 좌측은 툰 무스타파 갤러리로 미술관이다.
타워 뒤쪽으로는 넓은 공간으로 깔끔한 공원이 펼쳐 있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보며 한적하게 나들이하기 좋은 장소였다.
타워에 비친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일품이다.
구 사바주 주청사로 사용되었던 툰 무스타파 타워를 떠나면 화려한 외관의 현재 사바주 주청사 앞을 지나간다.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사바주는 말레이시아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바다로 필리핀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바람 아래의 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술루 해적들이 붙인 이름으로 필리핀 일대의 태풍 발생 지역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고 붙인 별명이라고 한다. 실제로 코타키나발루는 태풍이 없다고 한다.
사바주 주청사의 길 건너편에도 커다란 오피스 건물이 하나 들어서 있는데, 표지판에 사바 주립 대학(UMS, University Malaysia Sabah) 표시가 있어서 대학 건물이 아닌가 싶었지만 대학은 북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하고 저 건물은 주정부 총리의 사무실이 있는 사바주의 사무실로 이라고 한다.
주청사 앞을 지난 길은 도로를 따라서 다리를 건넌다. 내륙 산지에서 흘러 내려온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다.
다리를 건너서 바다 건너편에서 사바주 주청사를 보니 건물이 정말 화려하다. 2014년 기준으로 인구가 약 350만 명이니 부산직할시나 경상남도의 인구와 비슷하다. 면적은 남한 전체보다 조금 작으니 주청사가 이 정도인 것도 이해가 된다.
다리를 건너 해안 산책로로 내려온 길은 깔끔하게 정비된 아름다운 해안길로 이어진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하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리카스만(Likas Bay)의 해변 풍경이다. 바다 건너 가야섬도 보이고 푸른 하늘의 조각구름이 풍경의 깊이를 더해준다.
깔끔한 해안 산책로와 나무 그늘과 쉼터, 어린이 놀이터까지, 웬만한 선진국의 해변 공원과도 견줄만하다. 해안 산책로 걷기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풍경이 이어진다. 참 좋다를 연발한다.
깔끔한 해안 산책길을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산책로 주변의 다양한 식생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나무숲하면 군락을 이루며 퍼져나가 나름 군락지의 규모가 있는데 이곳의 대나무 숲은 마치 한 묶음의 꽃다발처럼 퍼지지 못하고 좁은 지역에 올망졸망 모여있다.
안중 셀레라(Anjung Selera)라는 휴게소도 지난다. 낮보다 밤에 활기를 띄는 곳이라고 한다. 휴게소 뒤편 해안 산책로를 돌아가니 멀리 바다 건너 코타키나발루 북부의 마천루들이 독특한 풍경을 전해준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일 년 내내 따뜻한 날씨를 가진 이곳 열대우림에는 잎이 큰 활엽수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지역에 침엽수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해안길을 걷다 보니 우리나라의 해변 방풍림처럼 해안으로 소나무숲이 있었다. 소나무가 우거진 열대우림이라니, 상상 이상의 식생에 놀라움 가운데 길을 이어간다.
우리나라의 공원에 있는 움직이는 운동 기구는 아니지만 고정형 운동기구도 나름의 운동 요령과 함께 산책하는 이들을 맞는다.
해안 산책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다. 누군가는 나무에 해먹을 걸고 망중한을 즐긴다. 코타키나발루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것이 매력적인 이유 중에 이 해안 산책로도 후보로 올라갈 듯하다.
소나무 숲 아래를 걸을 때는 강렬한 태양도 걱정이 없다. 그늘이 없는 산책로에서는 우산을 펴서 양산을 대신하지만 이내 나무 그늘이 나와서 걸을만했다. 군데군데 설치된 쉼터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휴식처가 아닌가 싶었다. 강렬한 태양 아래는 조금 후텁지근한 느낌이지만 그늘로 가면 나름 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시원한 느낌을 받는 기후였다.
중간에 베어진 소나무를 만날 수 있었는데, 나이테를 보니 우리나라의 소나무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사계절을 겪는 소나무와 일 년 내내 거의 같은 날씨 속에서 자란 소나무가 달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개성과 생각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빠른 일처리를 원하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이곳 사람들은 성격이 느긋하고 여유롭다고 한다. 작은 문제나 일 정도는 가볍게 웃어 넘기기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닦달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곳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높다고 한다.
리카스 베이 해변 너머 멀리 플로팅 모스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해변을 따라서 해안 도로가 북쪽으로 이어지고 도로 바로 옆으로 석호가 있는데 이 석호 끝자락에 자리한 시티 모스크이다. 우리말로 "떠다니는 모스크", 지붕이 파란 돔이라서 "블루 모스크"라고도 부른다.
사람하나 없는 한적한 해변은 나름의 멋을 뽐낸다. 섬 호핑투어를 하거나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은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섬을 찾아가니 이곳은 한적할 수밖에 없다.
모스크 인근으로 오니 산책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백단향이라고도 부르는 바피아 니티다(Baphia nitida)를 경계목으로 심었는데 하얀 꽃에서 나는 향기가 훌륭했다.
모스크 인근의 해안 산책로는 잔디와 야자수들이 풍경을 만든다. 야자수가 만드는 나무 그늘이 있지만 야자수의 나무 그늘로는 뭔가 부족하다.
덩그러니 떨어진 코코넛 열매 뒤로 파란색 돔의 코타키나발루 시티 이슬람사원이 위용을 드러낸다. 흰 벽체와 파란색 장식이 하늘과 닮았다. 1989년에 건축 준비를 시작하여 2000년에 정식 개장했다고 한다.
해안 산책로에서 블루 모스크로 가는 보행로는 따로 없다. 다행히 이곳에 원형 교차로가 있어서 차들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심조심 도로를 건너서 블루 모스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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