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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 무스타파 타워에서 시작하여 해안 산책로를 따라 내려온 길은 플로팅모스크와 국제 컨벤션 센터를 지나 제셀톤 선착장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코타키나발루 시티 이슬람사원(Masjid Bandaraya Kota Kinabalu) 측면으로 오니 석호 호수 위에 뜬 형태의 모스크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담장에 붙여놓은 빨간 경고판 문구인데, "모스크 담장 위로 오르지 마라"하는 반말의 한국어 경고문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중한 언어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인데, 누가 번역했는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곳 사람들, 특히 이슬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사람들이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블루 모스크 뒤로 구름이 가득 몰려온다. 맑았던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멀리서부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모스크를 뒤로하고 다시 해변으로 나가는데 교차로 화단에서 반가운 식물을 만났다. 장인어른께서 화분으로 주셨던 란타나(Lantana) 꽃이다. 꽃은 화려했지만 정을 받지 못하다가 옆지기가 겨울에 바깥에 두는 바람에 모두 죽고 말았던 꽃인데, 이렇게 따듯한 남쪽 나라에서 만나니 한눈에 알아보고 반가웠다. 꽃이 오래 피고 꽃이 피어 있는 동안 일곱 가지 색깔로 바뀌는 매력이 있다는데 그래서 칠변화라는 별명도 있다. 추위에 민감하고 약한 식물을 한겨울에 바깥에 두었으니......

 

원형 교차로를 지나 해변으로 나오면 커다란 나무 주위로 벤치도 있는 쉼터를 만날 수 있다. 리카스 베이 바다를 보면서 잠시 쉬어간다.

 

플로팅 모스크를 지나면 다시 소나무 산책로와 아름다운 모래 해변이 이어진다.

 

텔룩 리카스 공원(Taman Awam Teluk Likas)인데 공원 중간에 휴게소와 공중 화장실도 있었다.

 

휴게소의 음식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비닐봉지에 파는 망고절임 밤반간(bambangan)을 3링깃에 사 먹었는데 망고의 달콤함은 없고 약간 새콤한 단무지 느낌이었다. 망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휴게소 공중 화장실 앞에 세워진 자전거도로 안내도. 우리가 걷고 있는 여정과 거의 비슷했다. 우리가 조금 더 걷는다. 이곳 공중 화장실도 유료로 동전을 주고 들어가 손을 씻고 나왔다.

 

소나무 숲이 매력적인 텔룩 리카스 공원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우리나라였다면 실내에서 다른 난초처럼 얌전하게 성장했을 식물이었을 텐데 이곳에서는 그 기세가 무서울 정도이다. 잎은 황금난이라고도 불리는 황금실유카처럼 보인다.

 

길은 좌측으로 사바 무역센터(Sabah Trade Centre, STC)를 지나며 리카스베이 끝자락으로 향한다. 내륙으로 멀리 있었던 먹구름은 어느덧 해변까지 내려와 후드둑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보슬비이지만 하늘을 보니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것 같다. 해안 산책길을 걸으면서 외국인들이 걷는 모습을 두어 번 만났고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그리고 현지인 청년으로 보이는 두 친구가 슬리퍼 차림으로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걸었는데 왠지 경계하게 되는 것은 현지인들의 외모를 보고 느끼는 편견이 아닌가 싶었다. 운동복 차림도 아니고 하니 혹시나 날치기가 아닐까 하는 경계가 있었다.

 

난의 종류인지 판다누스인지 식물 분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뿌리인지 줄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독특한 식물에 발걸음을 멈춘다.

 

뿌리인지 줄기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곳에는 가시까지 돋아 있다. 그저 신기한 식물의 모습에 탄성을 자아낼 뿐이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던 자전거길과 산책로는 끝이 나고 자전거길은 도로 갓길로 이어지지만 해안으로 이어지는 보행로가 있어서 보행자는 도로변을 걷지 않아도 된다. 원래 계획으로는 이 근처에 있는 KPD 청과물 시장을 방문할까 했는데 해안 도로를 무단횡단해야 하는 부담 있어 KPD 청과물 시장 방문은 생략했다. 

 

리카스베이 끝자락에서 내륙 산악 지대를 보니 이미 먹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이곳은 아직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저 지역으로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산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길은 끝났지만 해안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걷기 좋은 길로 계속 이어진다. 도로 건너편에 붙은 "Sabah Maju Jaya, 사바의 번영을 위하여"라는 사바주의 모토가 새롭게 다가온다. 숲에 세운 모토처럼, 이곳이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 번영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통상 기업이 모토(Motto)를 내세우는 경우는 많지만 사바주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곳곳에 모토를 붙이고 있는 모습은 독특하다. 애플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트위터의 "세상을 주머니 안에", 구글의 "악마가 되지 마라 옳은 일을 하라(Don’t be evil Do the right thing)", 노키아의 "사람들을 연결하다(Connecting people)", 월마트의 "돈은 아끼고, 삶은 더 좋게(Save Money. Live Better)", 벤츠의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The best or nothing)", 디즈니랜드의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곳(The happiest place on earth)"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길은 사바주 국제 컨벤션 센터(Sabah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re, https://www.siccsabah.com/) 앞을 지난다. 오늘도 전시회가 있는지 전시장 불을 밝히고 있었다.

 

컨벤션 센터 앞 야자수에 코코넛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코코넛 열매에라도 맞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을 하면 아찔하다. 높이가 최대 30미터까지 자랄 수 있고 코코넛 열매의 무게가 1.4Kg 정도라고 하니 떨어지는 열매에 정통으로 맞으면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거나 머리에 맞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떨어지는 코코넛에 맞아 죽은 사례는 정말 미미하다. 그렇지만, 노점에서 많이 파는 코코넛 물에는 칼륨 함량이 높기 때문에 고칼륨으로 인한 심장마비의 위험이 있다고 하니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조심할 일이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딴 적이 있는지 나무줄기에 도끼에 찍힌 자국이 선명하다.

 

제셀톤 선착장 근처에 오자 대형빌딩들도 많아지고 빗줄기도 굵어진다. 전면의 붉은색 지붕에 제셀톤 포인트(Jesselton Point)라고 적힌 곳이다.

 

해양 레포츠를 하거나 인근 섬으로 호핑투어를 하는 한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내부에는 1930년대의 제셀톤 포트 사진들을 붙여 놓았다. 사실 코타키나발루의 원래 이름은 제셀톤이었다고 한다. 코타키나발루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63년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1967년부터이다. 이곳은 장작불이란 의미의 아피아피(Api Api)라 불리던 작은 어촌 마을이었는데 1881년 영국의 북보르네오회사가 가야섬에 들어서면서 회사 부회장의 이름을 따서 제셀톤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중에도 제셀톤 포인트 워터프런트(Jesselton Point Waterfront)의 식당들은 현지인들로 북적거렸다. 해양 스포츠를 끝낸 것으로 보이는 물에 흠뻑 젖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 가느라 정신이 없다.

 

제셀톤 포인트를 떠나 대로를 따라 숙소로 걸어가기로 했다. 비가 올 가능성이 많은 여행지에서 우산을 들고 비를 뚫고 걷는 것도 나름 걷는 맛이 있었다. 호텔이나 쇼핑몰 앞을 지날 때도 비가림이 있었고, 공공기관 앞에도 비가림이 있었기 때문에 장대비가 내리는 중에도 작은 우산으로 걷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어느덧 길은 어제 걸었던 코타키나발루 도시공원(Kota Kinabalu City Park) 앞을 지난다. 아무리 장대비가 내려도 이곳 분들은 뛰거나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냥 비를 맞으며 걷거나 우산을 들고 느긋하게 걷는다. 이분들에게는 장대비도 늘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가 내리는 중에서도 예쁜 꽃은 지나치기 어렵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바나바(Banaba)라는 분홍빛 꽃이었다.

 

비를 뚫고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샤워와 휴식을 취한 다음 옆지기가 먹고 싶다는 숙소 근처의 한인 식당으로 향했다. 젊은 부부가 현지인 점원과 함께 운영하는 닭갈비 전문점이었다. 메뉴를 시키려고 하니 점원은 이내 주인장의 도움을 청한다.

 

속이 좋지 않았던 필자는 시원한 냉면으로 옆지기는 매콤한 덮밥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나름 훌륭한 맛이었다. 한인 식당이라 한국인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국인 손님은 우리뿐이었고 오히려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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