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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했던 가야 거리의 일요 시장을 뒤로하고 시그널 언덕 전망대를 다녀오고 사바 관광청 앞의 코타키나발루 0 Km 표식을 지나 수리아 사바 대형 쇼핑몰로 향한다.

 

가야 거리(Gaya Street)를 벗어나면 코타키나발루 우회 도로를 가로질러 좌회전하여 산 아랫자락을 따라 도로변을 걷는다. 코타키나발루 도심 곳곳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고 화살표 아래 버튼을 누르면 얼마 되지 않아 보행자를 위한 신호로 바뀌니 현지인들이 그냥 막 건너다고 따라 건너지 않아도 된다. 버튼을 통한 신호 변경은 곳곳에서 잘 동작했다.

 

가야 거리 뒤편의 아파트 모습을 보면 나름 깔끔한 것 같기도 하고 층별로 설치된 철제 계단을 보면 슬럼 같기도 하고 하루 이틀 지나는 나그네로서는 이들의 삶을 알 수가 없다.

 

산 아랫자락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앳킨슨 시계탑(Menara Jam Atkinson)도 만난다. 조지 앳킨슨을 기념하여 1905년에 세운 목조 시계탑으로 2차 대전의 포화 속에도 살아남은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조지 앳킨슨은 열병으로 28세의 꽃다운 나이를 마감했지만 코타키나발루의 첫 지역 관리자였다고 한다. 

 

길은 삼엄한 분위기의 코타키나발루 경찰서 앞도 지난다. 코타키나발루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하여 범죄율이 낮은 편이지만, 불법체류자들에 의해서 가끔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한국인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날치기와 소매치기들이 있다고 하니 그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 

 

시그널언덕 전망대로 가는 길을 찾았지만 공사 중인지 길을 막아 놓았다. 그냥 포기하기에는 아쉬워서 지도에 있는 또 다른 경로를 찾아 나섰다.

 

시그널 언덕으로 가는 또 다른 경로를 찾아 나선 길에서는 한 민박 집을 지났는데 일본처럼 민박을 민숙(民宿)이라 하는 모양이었다. 쇠 파이프로 우체통을 만들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코타키나발루에는 해양 레포츠를 패키지로 파는 한인 민박집들도 성업하는 모양이었다.

 

지도앱을 따라 시그널 언덕 전망대로 가는 또 다른 경로를 찾았지만 이곳도 길을 막고 있었다. 올라가지 말라는 길을 굳이 올라가는 추한 한국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사바 관광청으로 이동한다.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가로수로 심은 야자수도 다르게 보인다. 줄기가 밋밋한 것이 기름야자나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탁방 앞에 손님들이 벗어 놓은 신발을 붙잡고 고양이 한 마리가 온몸을 비비며 난리도 아니다. 슬리퍼나 신발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은 한국이나 코타키나발루나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다미아나라는 노란 꽃이 열대 도심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가야 거리 끝자락으로 진입하여 우회전하면 사바 관광청 건물을 만날 수 있다. 1916년 영국 식민지 시절에 건립된 건물이다. 여러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에는 무료 도보 여행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직접 도보 여행을 하고 있으니 굳이 해설자의 안내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곳까지 찾아와서 인증숏을 남기는 분들이 끊이지 않았다.

 

사바 관광청 앞에는 붉은색의 줄기를 가진 야자수들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왜 나무에 페인트칠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가까이에 가서 보니 페인트칠이 아니라 자연색이었다. 이름하여 립스틱 야자라고 한다. 

 

코타키나발루 0Km 마크를 보니 0Km 마크도 만나고 4,095미터의 키나발루 산 정상도 다녀왔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공중화장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유료 화장실이 많은 편이지만, 코타키나 발루의 공중 화장실들은 대부분 유료 화장실이다. 관리하시는 분이 입구에 앉아서 0.2 링깃 내외를 받는다. 여행 중에 현금을 쓰다 보면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받기 마련인데, 이런 곳에서 사용하면 딱이다. 대형 마트의 화장실은 물론 무료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수리아 사바 쇼핑몰 가는 길에는 사바의 기둥들(Pillars of Sabah)이라는 예술 공간을 지난다. 건물 기둥에 색을 칠하고 조형물 몇 가지를 설치하여 예술 공간으로 보이지만 이곳은 1992년 화재로 소실된 건물이 있던 곳이다. 폐허로 도시의 흉물이 되었을 공간을 지역 예술인들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누군가는 보잘것없다고 깎아내릴 수 있겠으나, 대양(Oceans)이라는 주제로 폐허를 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한 노력은 칭찬할만하다.

 

수리아 사바 쇼핑몰 주변으로는 LOVE 조형물 뒤로 햐얏트 호텔도 보이고 화려한 그림을 외벽에 그린 위즈마 사바(wisma sabah) 쇼핑몰도 보인다. 수리아 사바 쇼핑몰 앞에서 인증숏을 찍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희한해 보인다. 한국에 더 화려한 쇼핑몰과 백화점도 많은데 이곳에서 인증숏을 남기고 싶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먼 타국으로 가족이 함께 떠나온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쇼핑몰에 걸린 국내 브랜드를 보니 동네 마트에 온 느낌까지 든다. 이곳에 온 이유는 점심을 먹는 것이었으니 식당을 찾아 나선다.

 

쇼핑몰 외부가 보이는 중국집에서 돼지껍질을 튀긴 볶음밥과 소고기 국수를 시켰는데 맛이 훌륭했다. 특히 볶음밥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영화관을 비롯해서 쇼핑몰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홀에서는 공연도 열리고 있었다.

 

쇼핑몰 밖으로 나와 해변으로 향하는데 보라색의 부겐빌레아가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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